비엔나 이야기/유서깊은 광장

루게크(Lugeck) 광장

정준극 2010. 4. 6. 10:54

루게크(Lugeck) 광장

구텐베르크 기념상이 있는 곳

  

호에 마르크트에서 바라본 루게크의 레겐스부르거 호프. 18세기 초.

 

슈테판스플라츠에서 슈베덴플라츠 방향으로 로텐투름슈트라쎄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자노니 아이스크림 집이 나온다. 비엔나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이다. 자노니 아이스크림 집 옆에 있는 길이 배커슈트라쎄이며 그 길에 들어서면 작은 광장에 웅장한 건물이 눈을 가로 막는다. 광장의 가운데에는 구텐베르크의 기념상이 서 있다. 이 광장의 이름이 루게크이다. 루게크는 비엔나에서도 역사적으로 오랜 전통을 지닌 광장이다. 루게크를 둘러싸고 있는 거리가 쾰너호프가쎄(Köllnerhofgasse), 존넨펠스가쎄(Sonnenfelsgasse), 백커슈트라쎄이다. 13세기에는 루게크에 망루가 있어서 사람이 올라가 사방을 경계했다. 루게크라는 명칭은 루겐(망을 보다)에서 나왔다. 망을 보기 위해서는 에크투름(Eckturm: 첨탑)이 있었다. 그래서 13세기에는 오늘날의 루게크를 루오게케(Luogeckhe)라고 불렀다.

 

루게크광장

밤의 루게크


루게크는 중세 후기로부터 비엔나의 상거래의 중심지역이었다. 현재의 루게크가 있는 곳에는 독일의 레겐스부르크에서 온 상인들이 묵으면서 상거래를 했다. 레겐스부르크는 신성로마제국의 수도나 마찬가지의 도시로서 제국의회가 있었다. 현재의 루게크 일대에는 상인들이 투숙하고 상거래를 하는 여러 건물들이 있었는데 대표적인 건물은 아직도 광장의 중앙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레겐스부르거 호프(Regensburger Hof)이다. 이를 중심으로 객주들의 거처들과 화물 창고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루게크 건물은 한때 비엔나를 방문하는 군주들이나 영주들을 위한 연회의 장소로서 이용되었다. 프레데릭2세와 헝가리의 마티아스 크로비누스 왕이 만나 연회를 벌인 것은 유명한 사건이었다. 루게크에는 라인강의 쾰른에서 오는 상인들도 많았다. 쾰너호프(Köllnerhof)는 쾰른(콜론)에서 온 상인들이 묵는 곳이었다. 그후 루게크는 온갖 인종들이 모여 상거래를 하는 국제적인 장소로 발전하였다. 또한 이곳에서 연회가 자주 열렸기 때문인지 아직도 루게크의 부근에는 전통있는 카페-레스토랑들이 명색을 유지하고 있다. 구텐베르크 식당, 피글밀러(Figlmüller) 식당 등은 대표적이다.

 

루게크의 구텐베르크 기념상

 

유명한 레겐스부르거 호프는 루게크 4번지이다. 루게크 광장에서는 근세에 이르기까지 주로 야간에 레겐스부르거 호프를 배경으로 하여 연극공연과 시낭송 등이 있었다. 오늘날에도 간혹 연극을 공연하는데 참으로 환상적이 아닐수 없다. 오늘날 레겐스부르거 호프는 회사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으며 아래층에는 일본식당인 리틀 부다(Little Buddha: 小佛)가 들어와 있었지만 근자에 보니 휘글뮐러 슈니첼 식당 분점으로 변해있었다. 이 건물은 루게크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대단히 아름다운 건물이었지만 1945년 2차 대전의 막바지에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손되었으며 나중에 비엔나를 점령한 소련군인들이 건물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약탈해 가는 바람에 황폐해졌다. 루게크 1번지 건물은 근년에 새로 지은 것이다. 구텐베르크 기념상은 1900년에 세운 것이다. 그 전에는 그 자리에 우물과 같은 큰 구멍이 있었다. 이를 마르쿠스 쿠르티우스 웅덩이(Loch)이라고 불렀다. 로마시대의 원로원이었던 마르쿠스 쿠르티우스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이에 대한 전설은 ‘비엔나 워킹 투어’에서 루게크 편을 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 요한네스 구텐베르크 기념상은 한스 비털리히(Hans Bitterlich)의 작품이다. 하지만 기단부분은 거장 막스 화비아니(Max Fabiani)의 작품이다. 루게크 5번지는 비엔나 구시가지인 볼차일레(Wollzeille)로 통하는 건물이다. 볼차일레로 가는 좁은 골목길에 유명한 원조 피글밀러 식당이 있다.

 

휘글뮐러 식당으로 들어가는 골목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