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유서깊은 광장

멕시코플라츠(Mexikoplatz)

정준극 2010. 4. 6. 11:01

멕시코플라츠(Mexikoplatz)

프란츠 요셉 황제 즉위 50주년 기념교회가 있는 광장

 

멕시코플라츠에 인접하여 있는 아씨씨의 프란시스코 교회. 프란츠 요셉 황제 즉위 50주년 기념교회

 

멕시코플라츠는 2구 레오폴드슈타트에 있으며 한델스카이(Handelskai)를 따라 바로 도나우의 우안에 있다. 멕시코플라츠가 있는 곳에서부터 도나우를 가로 지르는 라이히스브뤼케(Reichsbrücke: 제국대교)가 시작된다. 멕시코플라츠의 서북쪽에는 아름다운 로젠파르크(Rosenpark)가 있다. 멕시코플라츠의 동남쪽에는 웅대한 프란츠 폰 아씨씨 키르헤(Franz von Assisi Kirche)가 서 있다. 이교회는 비공식적으로 멕시코교회라고도 불린다. 멕시코플라츠의 옆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교회는 1898년 프란츠 요셉 황제와 엘라지베트 왕비(씨씨)의 즉위 50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것이다. 바로 이해에 왕비인 씨씨가 스위스에서 살해당하였다. 그래서 교회 내의 왼쪽에 엘리자베트 카펠레(예배처)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사연이 있기 때문에 이 교회는 추모교회(Gedächtniskirche)라고도 불린다. 멕시코교회는 작은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멕시코파르크 또는 키르헤파르크라고 부른다.

 

 

 프란츠 요셉 황제와 씨씨. 이 그림은 두 사람의 초상화를 합성한 것이다.

                   

멕시코플라츠라는 이름은 비교적 근자인 1956년 6월 비엔나 시당국이 정한 명칭이다. 원래 이지역의 명칭은 도나우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슈빔슐마이스(Schwimmschulmais)라고 불렀다. 슈빔슐마이스는 오늘날 라살레슈트라쎄라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슈빔슐은 글자그대로 수영학교이며 마이스는 옥수수밭과 같은 넓은 지역을 말한다. 도나우에서 수영을 가르치던 학교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1910년경부터 그곳에 선착장, 공장, 창고 등이 들어서고 또한 기차길이 설치되면서부터 면모가 달라졌다. 이어서 1차 대전이 끝난 1918년경부터는 도나우를 따라 주거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새로 생긴 주거지역이 도나우슈타트에 속하여 있었으나 이제는 강건너의 카이저뮐렌과 카그란 일대를 도나우슈타트라고 부른다.

 

프란츠 요셉 황제 즉위 50주년 기념교회인 프란시스교회. 정면 쪽 앞의 숲과 광장이 멕시코플라츠이다.

 

멕시코플라츠가 처음 조성된 것은 1884년이다. 처음에는 아슈페른 전투에서 나폴레옹 군을 격퇴한 칼(샤를르) 대공을 기념하여서 에르츠헤르초그 칼 플라츠(Erzherzog-Karl-Platz)라고 불렀다. 1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폭스베르플라츠(Volkswehrplatz)라고 바꾸었다. '국방군 광장'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다가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후부터 2차 대전기간 중에는 다시 에르츠헤르초그 칼 플라츠라고 불렀다. 그후 오스트리아가 독립을 이룬 이듬해인 1956년에 가서 멕시코플라츠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은 프란츠 요셉 황제의 동생인 페르디난트 막시밀리안이 멕시코 황제를 지냈기 때문에 그를 기념하여서 멕시코플라츠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1938년 3월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했을 때 국제연맹(Völkerbund)에서 멕시코가 유일하게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합병이 잘못된 것이라고 하며 반대하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멕시코플라츠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1985년에는 광장의 한쪽에 이같은 사연을 적은 기념비를 세워놓았다. 기념비는 비엔나 시장인 헬무트 칠크(Helmut Zilk)와 주오지리 멕시코 대사가 제막하였다.

 

1938년 3월 국제연맹에서 멕시코가 유일하게 나치의 오스트리아 합병을 반대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기념비. 한쪽에는 스페인어로 적혀 있다.

 

기념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다. 독일어를 대충 아는 분이면 충분히 번역할수 있으므로 굳이 번역문을 게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용은 위에 대충 설명해 놓았다.

 

Mexiko was im März 1938 das einzige Land, das vor dem Völkerbund offiziellen Protest gegen den gewaltsamen Anschluss Österreichs an das nationalsozialistische Deutsche Reich einlegte. Zum Gedenken an diesen Akt hat die Stadt Wien diesem Platz den Namen Mexiko-Platz verliehen.

 

2008년 4월 10일에는 마르코 룰릭(Marko Lulic)이 제작한 ‘첫 희생자에 대한 신화 기념비’(Mahnmal gegen den Mythos des ersten Opfers)가 제막되었다. 무려 3.20 미터 높이의 기념비는 철근으로 제작되었으며 99.73이라는 숫자를 표현하였다. 3.20은 3월 20일을 말하며 99.73은 이날 시행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합병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오스트리아 전국민의 99.73%가 한목소리로 찬성한 것을 풍자한 것이며 실은 이러면 되겠느냐는 경고이다. 멕시코플라츠의 인근 도나우 쪽에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어서 도나우 유람선이 운행된다. 멕시코교회 인근에는 동유럽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는 암시장 내지 벼룩시장이 성행하고 있어서 또 하나의 비엔나 명물 겸 위험지대로 인정받고 있다. 멕시코플라츠로 가려면 지하철 U1을 타고 포아가르텐슈트라쎄(Vorgartenstrasse)에서 내리면 된다.

 

99.73은 1938년 3월에 시행된 나치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합병을 결정하는 국민투표에서 국민의 99.73%가 합병에 찬성했다는 것을 풍자하기 위해(경고하기 위해) 만든 조형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