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더 알기/복음서 기초입문

대부분 스토리는 구두로 전래

정준극 2010. 4. 29. 21:31

대부분 스토리는 구두로 전래?

 

예수님을 잘 아는 사람 중에서 어릴 때에 일기를 써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어서 예수님의 따라 다니면서 매일의 활동을 일기 스타일로 꼼꼼이 적어 놓았다면 오늘날 세계의 보물로서 큰 영광을 받았을 것이다. 하다못해 "오늘은 흐렸다. 예수께서 아침 밥을 잡수신후 얼마 후에 점심밥을 잡수시고 좀 쉬시다가 저녁밥을 드셨다"라고만 썼어도 귀중한 문헌이 될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의 활동을 꼼꼼이 적어 놓은 그런 일기는 없다. 복음서는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만 추려서 기록한 것이다. 그런 복음서들이지만 누가 썼는지는 확실치 않다. 제3의 저자들이 있다는 얘기이다. 요한복음은 사도 요한이 적은 것이라고 하지만 마태, 마가, 누가복음은 반드시 마태, 마가, 누가가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복음서의 타이틀은 정확히 말하면 '마태에 의한 복음서' '마가에 의한 복음서' '누가에 의한 복음서라고 말할수 있다. 마태의 얘기를 듣고 옮겨 적은 복음서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다. 복음서의 저자들은 대체로 다른 여러 사람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얘기를 듣고 이를 정리하여 복음서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복음서의 저자들은 반드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3년 동안 생활을 했다고 볼수는 없다. 그러므로 예수님과 함께 다녔던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정리 했을 것이다. 다만, 마태와 요한은 복음서에 자기들이 직접 보았다는 식으로 적어 놓았으니 이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두치오가 그린 제자들이 예수의 말씀에 따라 그믈을 깊은 곳에 치니 153마리의 생선을 잡은 장면

 

예수님은 비유와 금언(격언)을 상당히 많이 말씀하셨다. 그러나 잘 살펴보았더니 어떤 말씀은 유태 사회에서 오래 동안 전래되어 온 비유나 금언들을 다시 설명한 것이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여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는 예수님께서 비로소 처음으로 말씀하신 오리지널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종교상의 문제로 유태교 당국자들과 논쟁을 벌인 사항들, 병자를 고치신 것을 포함한 기적을 보이신 일들, 귀신 들린 자들에게서 귀신을 몰아내신 일들, 풍랑을 잔잔케 하신 것 등 자연적인 경이를 보이신 일들은 전래의 비유나 금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복음서에 나와 있는 예수님의 말씀 내용들이 과연 예수님이 진짜 말씀하신 것인지 또는 후세 사람들이 적당히 판단하여 적어 놓은 것인지 알수 없다는 것이다. 복음서의 내용이 얼마나 정확하냐는 것은 교회적 및 신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복음서에 기록된 사항들은 글자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한 입장에서 예수님의 말씀들이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과연 얼마나 정확하게 전래 되어 왔느냐는 것은 진실로 중요한 일이 아닐수 없다. 잘못 전달되어 엉뚱한 의미가 된다면 그보다도 괴로운 일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여러 얘기들을 취합 정리하여 하나의 공통된 스토리로 확정하는 모델이 있다. 이를 양식비평(Form criticism)이라고 하며 이같은 사항을 연구하는 것을 양식사적(樣式史的) 연구라고 한다. 독일어로는 Formgeschichte(포름게쉬히테)라고 부른다. 독일의 칼 루드비히 슈미트(Karl Ludwig Schmidt), 루돌프 불트만(Rudolf Bultmann), 마르틴 디벨리우스(Martin Dibelius)가 주로 개발한 방법이다.

 

독일의 신약성경 전문 신학자인 루돌프 불트만(1884-1976).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신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의하면 예수님이 말씀하신 내용 중에서 유태 사회로부터 전래되어 왔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모세의 5경처럼 문서에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자유스럽게 전해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구속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트만과 같은 학자는 복음서의 내용들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공관복음) 아무리 자유스럽게 비공식적으로 전해 내려온 비유나 금언이라고 해도 신빙성이 있다는 주장을 했다. 한편, 구두로 전해 내려온 얘기라고 해서 신빙성이 없다느니 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스웨덴의 비르예르 게르하르드슨(Birger Gerhardsson)은 유태 사회에서 랍비들에 의한 구두 전래는 어느 사회보다도 신뢰성 있는 사항이므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얘기라고 해서 무조건 신뢰성이 없다고 간주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을 폈다. 예수님이 활동하던 당시에 사람들은 예수님을 랍비라고 생각했으므로 더구나 그의 말씀을 믿었고 그의 말씀을 가감없이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카라바지오가 그린 엠마오에서 제자들과 만나 떡을 음식을 함께 드시는 예수. 그런데 예수의 모습이 보통과는 다르다. 수염도 없으시고...

 

케네스 베일리(Kenneth Bailey)라는 교수는 실제로 중동지방에서 구전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를 시험하였다. 그는 중동지방의 어떤 시골에 가서 오래동안 지내면서 마을 사람들의 얘기가 얼마나 정확이 전래되는지를 조사하였다. 결과, 대단히 정확하게 전달되어 왔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예수님 당시에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다른 사람들에게 대단히 정확하게 전달했음이 틀림없다고 믿었으며 따라서 복음서의 내용이 구두 전래되었지만 대단히 신뢰성이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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