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추억 따라/서울

부처님 오신날 연등행렬

정준극 2010. 5. 17. 05:44

부처님 오신날 연등행렬

 

올해(2010년) 부처님 오신날 연등행렬은 서울의 경우, 5월 16일 저녁에 무려 4시간에 걸쳐 장충동의 동국대학교 운동장으로부터 종각까지 이어졌다. 연등행렬은 부처님 오신날(음력 사월 초파일)의 바로 전주일의 저녁에 거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올해에는 5월 16일 주일 저녁에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나는 진실로 모처럼 올해 연등행렬을 관람키로 작정하고 일찌감치 종로5가의 가도에 자리를 잡았다. 종로의 그 넓은 거리의 양편에는 진작부터 무수한 관람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행렬이기에 온 동리 사람들이 저렇게 부산할까? 이렇듯 상당히 궁금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대단한 기대감으로 도로에 마련된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좌정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참으로 대단했다. 나중에 신문을 보니 무려 5만여명이 참여하는 행렬이었다고 한다. 과연! 세계적인 축제행렬이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어디서 저런 많은 사람들이 차곡차곡 나오는 것일까? 대체 어디서들 기다렸다가 시간을 맞추어 나오는 것일까? 보도에 따르면 동국대학교 운동장에 집합하여 차례에 의해 출발하였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만한 규모의 인파가 거리를 질서있게 누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모두들 대단히 기쁜 표정들이었다. 그런데 저녁들은 어떻게 해결했나? 무얼 좀 잡수셨나? 4시간에 걸친 행진이었는데 화장실 가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했나?

 

연꽃 등을 들고 연등행렬에 참가한 아이들의 표정이 참으로 밝다.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어린이들이다. 손을 흔들며 가도의 뭇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성불하세요!'를 외친다.

 

놀라운 것은 행렬 참가자의 규모뿐만이 아니었다. 모두들 그렇게도 옷들을 아름답게 입었다. 주로 한복을 다양하게 디자인한 옷들이었다. 마치 패션 쇼를 보는 것과 같았다. 정말이지 어린이들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화려하고 우아한 복장이어서 눈길을 주지 않을수 없었다. 들고 있는 연등(燃燈)도 가지각색이었다. 연꽃 모양이 있는가 하면 둥근 바퀴와 같은 모양도 있고 버선모양도 있었다. 행렬 참가자들의 복색이 화려한 것도 대단히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이었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인상을 준 것은 행렬 참가자 모두가 아예 밝은 표정들이었다는 것이다. 대체로 어떤 형태의 것이든지 장시간에 걸쳐 시가행진에 참가한다는 것은 괴롭고 피곤한 일이므로 얼굴이 죽상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연등행렬에 참가한 사부대중들은 모두 한결같이 밝고 명랑한 모습이었다. 어떤 이들은 흥겨운 마음으로 춤도 덩실덩실 잘 추었다. 느닷없지만, 북한에는 사월초파일을 축하하는 행사가 있기나 할까? 그리고 있다면 어떻게 지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북한의 불자들도 종로 바닥에서처럼 기쁜 마음으로 연등행렬이란 것을 벌이고 있을 것인가? 간혹 TV에서 북한의 김일성 부자 우상화를 위한 군중집회를 보면 여자들은 한결 같이 부수수한 모습에 옛날 스타일의 한복을 입고 있으며 남자들도 피접한 모습에  넥타이는 어색하게나마 매고 양복을 입었는데 이들이 모두 발을 동동 구르면서 무슨 말인지 모르는 소리를 광적으로 지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등 미친듯한 모습이서 '아, 저들이 저래야만 하는 체제가 참으로 무섭도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저들이 미상불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서도 그런 표현을 했을 것임을 담박에 알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면 종로통을 누비는 이 나라의 불자들은 정말이지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 오신날을 축하하였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피곤한 행진이지만 예쁜 옷을 입고 질서정연하게 행진하는 어린 학생들. 피곤할터인데 오히려 기쁨에 넘쳐 있다.  

 

또 하나 연등행렬에서 인상적인 사항이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참가했다는 것이다. 스님들 사이사이에, 일반 신도들의 사이사이에서 외국인들의 모습을 많이 볼수 있었다. 그리고 외국 참가자들만의 코너도 상당했다. 불교의 나라인 스리 랑카, 미얀마의 불자들이 연등을 들고 행렬에 참가했다. 몽골과 네팔의 불자들도 상당히 많이 참여했다. 대승이니 소승이니를 떠나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하신 날을 함께 경축하니 의의가 깊었다. 행렬에 참가한 그들도 행복한 모습이었다. 일본에서 방문한 승려들의 모습도 보였다. 검은 승복을 입었다. 헌데 어떤 분들은 승복 안에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매고 있어서 이색적이었다. 어린이들....이들이야 말로 앞으로 이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사람들이다. 그들의 밝은 모습을 보고 내심 만족스럽고 기뻤다. 저런 심성이면 나라의 올바른 일꾼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사진에는 일부만 나와서 그렇지 외국인 승려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 절에 와서 불법을 배우고 도를 닦는 스님들이다.  

태어나신 아기 부처 아래에서 세계는 하나. 여러 나라 불자들이 지구의를 중심으로 자리 잡고서 손을 흔들고 있다. 한 마음, 한 가족! 그리고 표정들이 전부 밝다.

이웃 나라 불자들의 행진도 눈길을 끌었다. 스리 랑카의 국기와 불기를 들고 행열에 참가한 스리 랑카 불자들. 깃발을 든 사람들은 선두이고 실은 그 뒤로 상당히 많은 스리 랑카 불자들이 행렬에 참가하였다.

 

전통의상을 입은 몽골의 불자들도 씩씩하게 연등행렬을 장식하였다. 몽골 사람들이 경장히 많았다.

일본에서 온 스님들. 앗! 넥타이를 매셨네. 우리나라에선 넥타이 맨 스님들을 한번도 못 보았는데...거 참.  

 

기왕에 연등행렬과 연관하여 석탄일, 즉 석가탄신일에 대하여 부연해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석가탄신일이라고 하는데 어떤 학자는 탄신이라는 단어는 제왕에 대하여만 사용하는 것이므로 석가모니에 대하여는 탄생이라고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을 한바 있다. 그냥 들으라는 소리로 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달력에는 그냥 '석가탄일'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석가탄일과 관련하여 나라에 따라, 더 학문적으로 말하면 불교의 철학에 따라 날짜가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다. 아니, 그러면 석가모니 부처님은 생일이 몇개나 된다는 말인가? 대체로 남방불교, 즉 소승불교인 태국, 스리 랑카 등지에서는 양력 5월 15일을 불탄일로 정하고 축하하고 있다. 양력 5월 15일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셨다는 것이다. 대승불교인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대로 음력으로 4월 초8일을 불탄일로 정하고 대대적으로 축하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2010년)는 5월 16일이 석가탄일이며 내년(2011년)에는 5월 10일(화요일)이 석가탄일이다. 징검다리 연휴! 우리나라는 석가탄일이 공휴일인데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어떠한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석가탄일을 공휴일로 정하여 지키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근자인 1975년부터이다. 크리스마스는 벌써부터 공휴일이었는데 석가탄일은 공휴일로 정한 것이 좀 늦은 감이 있다. 한가지 첨언한다면 UN에서는 양력 5월의 보름달이 뜬 날을 석가탄일로 기념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마나 휴무의 날이 다르다. 1998년 스리 랑카에서 열린 세계불교도대회의 결정사항에 따른 것이다.  

 

거리에는 외국인 관람자들이 의외로 많았다. 대한민국 화이팅! 행진 한시간 전.

 

기왕에 또 한가지, 불기(佛紀)에 대하여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 단기(檀紀)가 있고 세계적으로 서기(西紀)가 있으며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슬람력이 별도로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교국가들에서는 불기가 있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는 해방후에 단기를 열심히 썼으나 5.16 군사혁명 이후인 1962년 1월 1일부터 단기를 사용하는 것을 폐지하고 세계적 조류에 맞추어 서기만을 사용토록 했다. 그래서 오늘날 학생들은 물론, 웬만한 사람들도 올해가 단기로 몇년인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아마 단군왕검을 섬기는 대종교의 사람들이나 단기에 대하여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말하면 올해 2010년은 단기로 4343년이다. 서기에 2333년을 더하면 해답이 나온다. 잘 아는 사항이겠지만 다시 한번 기억을 되살리는 뜻에서 언급하자면 단기는 단군왕검께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개국한 해를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단군께서 태어나신 해, 또는 돌아가신 해를 원년으로 삼은 것이 아니다. 그건 그렇고, 다시 불기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면, 불기는 신통하게도 석가모니 부처님이 입적하신(세상을 떠난)해를 원년으로 계산하고 있다. 서기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해를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이슬람은? 그건 더 복잡하다. 마호메트가 메카에서 핍박을 받아 메디나라는 곳으로 잠시 피신해 갔던(헤지라) 해를 이슬람 칼렌다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이슬람 원력은 마호메트가 태어나거나 세상을 떠난 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참고로 말하면, 2010년은 이슬람력으로 1430년이 된다. 실상 이슬람력의 1430년은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이므로 계산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선남선녀 옷차림의 행렬참가자들이 길가의 관람자들에게 '감사합니다'를 연호하고 있다. 신발은 모두 좀 어울리지 않을지라도 발이 편한 운동화를 신도록 했던것 같다.

 

얘기가 다른 방향으로 빗나갔음을 송구하게 생각하며 다시 불기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면, 올해 2010년은 불기로 2554년이다. 서기에 544년을 더하면 불기가 나온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불기라는 것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입적하신 해를 원년으로 삼는다고 했는데 이것이 또 무슨 요량인지 나라에 따라 입적하신 해가 다르다. 즉, 북방불교(대승불교)에서는 기원전 383년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남방불교(소승불교)에서는 483년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약 33세 쯤에 세상을 떠나셨고 마호메트는 약 62세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데 석가모니 부처는 장수하여서 80세에 입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탄생일도 음력 4월 초8일이 아니라 2월 8일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렇듯 여러 의견이 있으므로 혼란을 빚자 1956년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열린 세계불교도대회는 1956년 바로 그 해를 불기 2500년으로 통일했다. 그러므로 서기에 544를 더하면 불기가 되도록 하는 아주 간단한 공식이 마련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탄생일에 대한 사항은 통일이 되지 못하였다.

 

인기만점!  모두들 명랑한 중에 특히 이 분은 춤도 덩실덩실 잘 추며 대단히 명랑하였다.

 

마지막으로 연등축제에 대하여 아주 간단히 일고코자한다. 우선 한마디! 연등이라고 하니까 연꽃 모양의 등불, 즉 연등(蓮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으나 실은 태우는 등이라는 뜻의 연등(燃燈)이다. 오해가 없으시기를! 우리나라에서 연등축제는 신라시대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오래 되었어도 상당히 오래된 민족 축제라고 할수 있다. 신라시대를 이어 불교를 숭상했던 고려시대에는 연등축제가  대단히 성행했던 모양이다. 고려 의종때에 특히 성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연등행사는 조선시대에도 명맥을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만 일제 강점기에는 금지되었고 해방과 함께 제등놀이로 부활하였다고 한다. 연등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8일 연등을 한번 밝히면 3일 낮과 밤 동안 등을 켜놓고 미륵보살회를 한 것과 같기 때문에 연등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결론 한 마디. 연등행렬을 하느라고 예산이 무척 많이 집행되었을 것 같다. 적어도 5만명 참가자의 식비가 많이 들었을 것이고 의상비, 제작비 등도 상당히 들었을 것 같다. 연등행렬을 하지않고 그 돈으로 헐벗고 굶주린 이웃들을 돕는다면 부처님이 무엇이라고 말씀하실 것인가? '안돼! 나에겐 연등행렬이 더 중요해!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상관 없어!'라고 말씀하셨을까?

 

조계사의 연등온통 복된 세상과 같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초파일만 같아라!

 

절마다 화려하게 매달아 놓은 연등은 값이 얼마인가? 얼마를 내야 자기의 이름이 달린 연등을 매달수 있는 것인가? 조계사의 경우에는 아래 사진을 보면 연등 한 개에 얼마인지 알수 있다.

 

조계사 경내에는 여러 장소에서 연등을 모집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연등모연으로 들어온 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모두 좋은 일에만 사용된다고 한다.

 

선녀부대. 진짜 선녀들인줄 알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한복이다. 모습들도 푸근하다.  

아름다움, 질서, 기쁜 마음...   

역시 태고종 봉원사 스님들의 바라춤은 압권이다. 창 창 창 창창... 

어! 버선모양의 연등이네...굿 아이디어! 아름다운 옷. 북한여인들이 한복을 입은 모습과는 천양지차이다.

'우린 새싹들이지요!' 싹 싹...  

그리고 대학생들... 성숙한 모습. 지성의 모습.

와! 연꽃 속에서 선녀가 부채를 들고 나타났네! 경사났네, 경사! 

웬 왕과 왕비! 그리고 선녀들... 아무튼 구경꺼리로서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원반형 연등을 들고 율동을 하는 행렬참가자들. 복장은 인도 스타일? 어디서 오신 분들이신가? 연습깨나 했을것 같다.

아하! 용이 빠질수 없지! 입에서 불길을 내뿜고 있다. 구름 위의 청용. 

옛날 우리 전래 동화를 소재로 연등도 많았다.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호랑이에게 속아 잡혀 먹힐뻔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

공작도 두어 마리가 등장했다. 기계적으로 잘 만들어서 화려하게 움직이도록 해 놓았다.  

코끼리가 빠질수가 없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어머니이신 마야부인께서 꿈에 하얀 코끼리를 본 후에 임신하시었다고 한다. 룸비니에서 태어난 싯달다는 태어나자 마자 일곱 걸음을 옮기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예수님은 태어나신후 아무 말도 없었는데...만일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이 태어나자 마자 '할렐루야'라고 소리 치셨다면 대단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