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좀 더 알기/나사렛의 목수 요셉

마리아의 아들 예수와 목수의 아들 예수

정준극 2010. 5. 26. 21:07

[복음서에 나타난 요셉]

마리아의 아들 예수와 목수의 아들 예수

 

복음서에는 요셉과 예수님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했을까? 마가복음에는 아예 요셉에 대한 언급이 없다. 마가복음은 예수께서 장성하시어 30세 쯤 되었을 때 요단강에 나와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만, 나사렛의 의심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마리아의 아들’이라고 표현한 경우는 있다. 그러나 정통 유태 사회에서 아버지 아무개의 아들이라고 부르지 않고 어머니 아무개의 아들이라고 부른다면 이는 십중팔구 사생아를 의미하거나 아버지가 없는 아이를 의미했다. 그런데 마태복음에서는 ‘마리아의 아들’이라는 표현을 바꾸어서 ‘목수의 아들’이라고 적어 놓았다. 누가복음에서도 예수님을 ‘요셉의 아들’이라고 표현했다. 요한복음에는 마가복음과 마찬가지로 요셉에 대한 사항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고로 예수께서 사역을 감당하실 때만 해도 요셉이 생존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믿지 않는 유태인들이 예수님을 요셉의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표현은 있다.

 

목수를 상징하는 자(尺)와 정절을 의미하는 백합을 들고 있는 성요셉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는 마가복음이나 요한복음과는 달리 요셉이라는 이름이 의외로 두어번 등장한다. 마태복음에는 요셉이 ‘다윗왕의 직계 후손’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요셉이 다윗의 성읍인 베들레헴에 살았다는 식으로 되어 있다. 어느날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 비록 마리아가 잉태하였으며 요셉이 친아버지가 아니지만 마리아와 결혼하라고 전하였다. 예수가 태어난지 얼마 후에는 천사가 꿈에 요셉에게 다시 나타나서 헤롯대왕이 예수를 죽이려고 하니 어서 마리아와 예수를 데리고 애급(이집트)으로 피난가라는 말을 전해 듣는다. 헤롯이 죽자 천사가 다시 요셉에게 나타나 아기와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헤롯대왕이 죽은 후 유대 땅을 헤롯 아켈라우스가 다스리게 되자 그가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두려워하여 요셉은 유대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주저하였다. 그러자 다시 천사가 나타나 그러면 갈릴리 지방으로 가라고 지시하였다. 그리하여 요셉은 마리아와 소년 예수를 데리고 나사렛에 가서 정착하였다.

 

마태복음에 나오는 요셉은 마치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과 비슷한 점이 많다. 아버지의 이름이 야곱이라는 것도 비슷하며 꿈에 천사의 인도를 받은 것도 비슷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애급에서 가서 살았던 것이 비슷했다. 하지만 창세기의 요셉은 애급에서 살다가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마태복음의 요셉은 갈릴리의 나사렛에 돌아와서 지내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 다르다. 구약과 신약의 차이이다. 누가복음에는 요셉의 족보가 다르게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다윗의 자손이라는 것은 다를바가 없다. 누가복음에는 요셉이 나사렛에서 살았으며 잠시 베들레헴에 간 것은 호적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 나온다. 요셉의 이름이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예수께서 12살 되던 해에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올라갔던 경우이다. 그 외에는 요셉이라는 이름이 아무 곳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어린 예수를 예루살렘 성전에서 찾은 마리아와 요셉. 윌렴 홀만 헌트 그림

 

복음서는 예수께서 12살 되던 해부터 30세쯤 되던 해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상에 나오실 때까지의 약 18년 동안의 기간에 대하여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예수께서는 어디서 무엇을 하셨을까? 나사렛 마을에서 아버지 요셉을 도와 목수 일만 계속 열심히 했을까? 그나저나 당시 유태인의 사회에서 나이가 30이 되도록 가정을 갖지 않고 독신으로 지낼수 있을까? 당시에는 독신으로 있으면 로마 군인들이 거의 무조건 끌고 가서 병사로 삼던지 노예로 삼았다. 혹시 외국 출장을 다니셨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은 나중에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은 요셉에 대한 얘기에 집중토록 하자. 복음서에는 예수님이 12세 되던 해에 부모님(요셉과 마리아)과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갔었다는 얘기를 마지막으로 요셉이라는 존재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리아의 이름은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신 후에도 간혹 등장한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는 예수님에게 포도주가 부족하니 어떻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예수께서 복음을 전하실 때의 어느 날에는 예수님의 동생들과 누이들과 함께 찾아가기도 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때에는 바라 십자가 아래에 있었으며 나중에 마가의 다락방에서 성령이 불같이 내려 올 때에도 제자들과 함께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이 돌아가신 것과 관련하여, 유태인의 관습에 의하면 죽은 자의 시신은 아버지의 책임 아래에 있는데 그 자리에 요셉은 없었으며 대신 아리마대 요셉이 마치 아버지처럼 행동하였다. 만일 요셉이 생존해 있었다면 예수님의 시신은 아리마대 요셉이 아니라 목수 요셉의 책임 아래에 있어야 했다.

 

예수의 시체를 십자가에서 내림. 루벤스 그림. 오른쪽 터번을 두른 사람이 아리마대의 요셉. 왼쪽 끝의 할머니는? 요셉의 여동생 살로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