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오페라 성악가 일화

카스트라토

정준극 2010. 10. 26. 17:51

18세기 초반까지도 카스트라토가 오페라의 무대를 빛내 주었다. 카스트라토가 어떤 사람들인지는 본 블로그의 다른 항목을 찾아 보시라!

 

기본수업

오페라 세리아의 시기에 유명했던 작곡가 겸 성악교사 니콜라 포르포라(Nicola Porpora: 1686-1768)에 대하여 얘기하지 않을수 없다. 포르포라 선생은 카스트라토 지망생인 카파렐리(Caffarelli: 1710-1783)를 지도하게 되었다. 포르포라는 카파렐리에게 간단한 스케일이 적힌 단 한장의 종이를 주었다. 그것은 아리아가 아니라 도레미화솔라시도를 음계대로 그린 오선지였다. 카파렐리는 매일 도레미화... 도미솔도...를 소리내면서 그것으로 무려 5년을 보냈다. 6년째 되는 해에 포르포라는 이번에는 카파렐리에게 이탈리아어 교본을 주었다. 이탈리아 말을 처음 배우는 사람을 위한 교본이었다. 그렇지만 카파렐리는 이탈리아말을 아무런 문제없이 잘 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이탈리아어를 학습하라고 그랬을까? 카파렐리는 그저 인내하면서 '언젠가는 선생님이 한두곡의 아리아를 주시겠지' 라고 생각하여 이탈리아어의 발음을 수없이 연습하며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포르포라는 갑자기 피아노에서 일어서더니 카페렐리에게 '젊은이여! 이제 떠나게나! 그대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네! 이제 그대는 이탈리아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성악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네!'라고 말하였다. 포르포라는 화리넬리의 스승이기도 하다.

 

 니콜라 포르폴라

 

코담뱃갑

1750년대에 카스트라토 카파렐리의 명성은 파리에까지 펼쳐있었다. 어느날 루이15세가 카파렐리에게 금으로 만든 코담뱃갑을 선물로 보냈다. 지난번 공연에서 감명을 받아서였다. 하지만 카파렐리는 별로 고마워하지 않았다. 카파렐리는 국왕의 선물을 가지고 온 왕궁 시종을 자기 방으로 데려가서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수많은 코담뱃갑을 보여주었다.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것도 있고 카메오 보석과 진주로 장식한 것도 있었다. 모두들 대단히 값비싼 보석으로 장식한 것이어서 루이15세가 보낸 것보다 더 훌흉했다. 귀족들이나 돈많은 부호들이 선물로 보낸 것이었다. 그러한 카파렐리인데 기껏 금으로 만든 것이 무슨 감동을 주겠는가? 왕궁 시종은 '하지만 카파렐리 님! 왕께서는 가장 고귀한 대사들에게나 이런 선물을 주신답니다.'라고 말하였다. 카파렐리는 '그럼 대사들보고 왕을 위해 노래를 부르라고 하세요! 카파렐리는 입다물고 조용히 있겠습니다!'라며 핀잔을 주었다. 다음날, 루이15세가 또다시 시종을 시켜 선물을 보내왔다. 3일내에 파리를 떠라 이탈리아로 가야 하는 여권이었다.  

 

카파렐리

 

민감한 오케스트라

어떤 카스트라토는 그 음성이 찬란하여 무한한 감동을 준다. 또 어떤 카스트라토는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뚫고 나가는 강력한 힘으로 만좌를 압도한다. 1770년대 스타인 가스파로 파키에로티(Gasparo Pacchierotti: 1740-1821)는 마치 파도처럼 밀려오는 슬픈 감정 표현으로 명성이 높았다. 어느때 로마에서 베르토니(Bertoni)의 아르타세르세(Artaserse)를 공연하고 있었다. 파키에로티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대목에 이르렀다. 그가 Eppur sono innocente!(그래도 나는 결백하다!)고 높이 소리치는 장면은 과연 클라이막스였다. 오케스트라는 그 말을 이어 받아 노도와 같은 음향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오케스트라로부터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놀란 파키에로티는 오케스트라석의 콘서트마스터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콘서트마스터는 '모두들 너무 감격하여서 울고 있어서 연주를 못하고 있답니다'라고 대답했다.

  

 

가스파레 파키에로티

 

위대한 벨루티

조반니 바티스타 벨루티(Giovanni Battista Belutti)는 위대한 오페라 카스트라토 시대의 마지막 인물이다. 세계의 오페라 작곡가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카스트라토를 대신할 소프라노, 또는 테너를 재빨리 찾아내고 있었다. 벨루티로서는 자기가 너무 오래동안 무대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했다. 그때 이미 마리아 말리브란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벨루티에 대한 박수와 존경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어느날 밀라노의 길거리에서 어떤 청년이 친구 한 사람을 만났다. 친구는 '아니, 자네 지금 어디가나? 자네의 그 돈많은 삼촌이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나실 모양인데 옆에 있어서 유언을 들어야 하지 않나? 자네한테 모든 재산을 준다고 그럴지 모르잖나?'라고 물어보았다. 청년은 '라 스칼라에 간다네'라고 대답하였다.

'하지만 자네 삼촌이...'

'그래, 불쌍한 양반이지. 아마 곧 돌아가시겠지'

'그런데도 라 스칼라에 오페라를 보러 간다는 건가?'

'물론이지. 오늘 밤에 벨루티가 나온다네!'

'디바·디보의 세계 > 오페라 성악가 일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젤리카 카탈라니(Angelica Catalani)  (0) 2010.10.27
소피 아르누(Sophie Arnould)  (0) 2010.10.27
프롤로그(3)  (0) 2010.10.22
프롤로그(2)  (0) 2010.10.21
프롤로그(1)  (0) 201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