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오페라 성악가 일화

소피 아르누(Sophie Arnould)

정준극 2010. 10. 27. 11:35

소피 아르누(Sophie Arnould)에 대한 일화

 

소피의 철학

어떤 카푸친 수도승이 늑대에게 잡혀 먹었다. 아르누는 사람이 그러면 안되는데, '불쌍한 동물 같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라면서 오히려 늑대를 두둔하였다. 당시 수도승들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였다.

 

소피 아르누

 

발레에서의 소피

발레리나 마델레이트 귀나르(Madelaine Guinard)는 아무리 발레리나이지만 너무 말랐다. 뼈만 남은 것 같았다. 어느날 님프로 나온 귀나르가 두명의 반인반수의 사티로스로부터 쫒김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자 소피는 '마치 뼈 하나를 두고 두마리의 개가 서로 차지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것과 같네!'라고 말했다. 오페라 성악가들이 발레 댄서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만한 코멘트였다.

 

소피의 평론

글룩-피치니 전쟁이 고조되었을 때 두 사람은 '터리드의 이피제니'라는 주제를 놓고 서로 오페라를 만들어 경합을 벌이기로 했다. 글룩이 먼저 작곡하여 선을 보였고 피치니는 그로부터 2년 후에야 작품을 내놓았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파리의 사람들은 무슨 기억력이 그렇게도 좋은지 글룩과 피치니의 작품을 서로 비교하면서 소란을 피웠다. 피치니의 재능은 아무래도 글룩의 다이나믹한 순수성에 비하여 떨어진 느낌이었다. 어느날 피치니의 여주인공인 마드모아젤 라게레(Mlle Laguerre)가  술에 취한채 무대에 등장했다. 이 모습을 본 소피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었다. '저게 무슨 터리드의 이피제니란 말인가? 샴펜인의 이피제니이지!'

 

소피가 빚을 청산하다

오랫동안 연인관계이면서도 드 로라게(de Lauragais)백작의 돈 후안 기질 때문에 질투에 사로잡혀야 했던 소피는 백작과의 관계를 과연 소피의 명성에 부합하게 처리하였다. 어느날 소피는 마차를 집으로 보내어 백작이 선물한 물건들을 모두 백작 집으로 보냈다. 보석, 레이스를 두른 드레스, 편지 묶음...여기에 두 아이까지 보태서 보냈다. 후기: 백작은 두 아이를 귀족답게 받아들였지만 다른 물건들은 소피에게 되돌려 보냈다.

 

볼테르와 소피

볼테르가 소피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80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아마 1천번쯤 어리석은 일을 했을 겁니다.' 소피가 말했다. '저는 이제 40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아마 1천번 쯤은 어리석은 일을 했을 겁니다.'

 

소피가 은퇴를 생각하다

아직도 파리에서는 소피 아르누에 대한 화제가 많은 때에 소피가 무대를 떠나 은퇴를 생각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힘든 일이 아닐수 없었다. 소피는 만일 사정만 허락한다면 무대에 더 눌러 있었을 것이다. 그때에 갈리아니 수도원장이 소피의 노래를 듣고 '저건 내가 들은 중에 가장 훌륭한 천식이었다'라고 한말씀 하셨다. 갈리아니 수도원장은 평소 소피가 수도원에 대하여 신랄한 얘기를 서슴치 않았음을 잘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소피의 정치성

혁명이 시작되던 해에 일단의 혁명폭도들이 소피의 저택을 침범했다. 소피가 이들에게 빈정대며 신랄하게 대하자 폭도들은 소피를 붙잡아서 밖으로 내던질 기세였다. 이때 소피는 방 한쪽에 있는 글룩의 흉상을 가르키며 '이 분으로 말하자면 혁명가이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이분을 이토록 모시고 있겠는가?'라고 소리쳤다. 폭도들로서는 글룩이 개혁오페라를 작곡했는지 아닌지를 알지 못했겠지만 혁명가라는 소리에 주춤하여 그대로 물러갔다고 한다. 어떤 폭도는 아예 글룩의 대리석 흉상에 경의까지 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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