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오페라 성악가 일화

안젤리카 카탈라니(Angelica Catalani)

정준극 2010. 10. 27. 15:40

안젤리카 카탈라니(Angelica Catalani)에 대한 일화

카탈라니(1780-1849)는 19세기 최고의 소프라노였다. La prima Cantatrice del Mondo라는별명을 들을 정도였다. 세계 최고의 성악가라는 뜻이다. 최고라는 면에서는 출연료를 최고로 받았던 성악가로서도 유명하다. 19세기의 전형인 Prima donna takes all 이라는 표현에 가장 적합한 소프라노였다.  

 

성공의 비법

카탈라니의 남편인 발라브레게(Valabregues)는 공연 때마다 제작자에게 어서 아내의 출연료를 달라고 하는 통에 제작자들은 골치가 아퍼서 죽을 지경이었다. 어느날 제작자가 카탈라니에게 출연료를 지불하고 나니 동전 한푼도 남지 않아서  다른 출연자들에게는 출연료를 전혀 지급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제작가가 참으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자 카탈라니의 남편 발라브레게는 '여보시오, 당신은 오페라단을 원하지요. 오페라단이라는게 별거요? 내가 한마디 해주리다. 카탈라니와 너댓개의 인형(퍼펫)만 있으면 흥행이 될 것이요'라고 말했다. 그는 카탈라니를 제외한 다른 출연자들을 허수아비 인형에 비유하여 말했다. 당시에는 그저 프리마 돈나가 제일이었다. 사람들도 프리마 돈나를 보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았다. 프리마 돈나를 제외한 다른 출연자들은 정말 교통비도 안되는 출연료를 받는 경우가 있지만 프리마 돈나에게는 요구하는 대로 출연료를 지불해야 했다. 그만큼 세도가 당당했었다. 출연료를 얼마나 많이 받느냐는 것이 성공의 잣대가 되던 시기도 있었다.  

 

안젤리카 카탈라니

 

이상한 방문자

카탈라니는 할만큼의 성공을 즐긴후 은퇴하여 플로렌스의 별장에 가서 자적하는 시간을 가지며 지냈다. 그런데 플로렌스에 콜레라가 번지는 바람에 이를 피하여 파리로 가서 잠시 살게 되었다. 카탈라니는 파리에도 저택이 있었다. 결국 카탈라니는 고향 플로렌스에 돌아가지 못하고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말이다. 어느날, 카탈라니의 집에 어떤 젊은 여인이 찾아왔다. 하녀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찾아온 여인은 자기가 누구인지 밝히지 못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카탈라니는 '거참 이상한 방문자도 다 있네!'라면서도 궁금하여서 2층의 자기 방에서 현관으로 내려가 보았다. 정말 어떤 젊고 귀엽게 생긴 여자가 서 있었다. 카탈라니를 본 그 여자는 머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를 하더니 '제가 누구인지는 모르실 겁니다. 아직 이름이 알려질 처지가 되지 못해서 입니다. 저는 이 시대의 가장 유명한 소프라노인 마님을 항상 존경하며 지내다가 마침 파리에 와서 계시다는 소문을 듣고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찾아왔습니다. 부탁입니다마는 저에게 축복을 내려 주세요.'라고 말했다. 카탈라니는 은퇴한 자기를 그래도 알아주는 것이 고마워서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제야 그 여인은 겨우 제니 린드(Jenny Lind)라고 대답 했다. 제니 린드는 성악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에 머물고 있던 신출이었다. 제니 린드는 카탈라니를 마치 성자처럼 여겨 축복을 내려 달라고 간청했다. 훗날 제니 린드는 카탈라니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위대한 소프라노가 되었다.

 

벨리니의 '몽유병자'에서의 제니 린드

 

불완전한 피치

카탈라니는 한때 파리의 이탈리아극장를 운영한바 있다. 카탈라니는 오페라에 출연하여서는 앙코르를 받으며 막과 막 사이에 앙코르 노래를 불렀는데 그럴 때면 오케스트라 반주가 아닌 피아노 반주로 불렀다. 어느날 미리 피아노를 점검하던 카탈라니는 피아노의 피치가 너무 높게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사람을 불러서 낯추어 주든지 그렇지 않으면 직접 해 달라고 부탁하고 공연을 위해 준비하러 갔다. 얼마후 카탈라니는 앙코르를 받아 피아노 반주로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피치는 낮추어 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카탈라니는 정말 힘들게 겨우 노래를 마쳤지만 노래가 이상하게 되었음을 말할 나위도 없었다. 무대 뒤로 나온 카탈라니는 남편을 불러 '아니, 어떻게 된거예요. 낮추어 달라고 하지 않았어요?'라고 다그쳤다. 남편 발라브레게는 기술자라고 하는 샤를르를 불렀다. '어떻게 된거요. 낮추라고 하지 않았고?'라고 묻자 샤를르는 '물론 낮추라고 그래서 조금 낮추었지요. 뭐가 문제인가요?'라고 되물었다. 이번에는 카탈라니가 나섰다. '뭐라구요? 도무지 낮추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예요?'라고 쏘아붙였다. 샤를르는 '나는 남편분이 낮추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을 뿐이올시다'라면서 지지 않았다. 샤를르는 피아노 다리를 2cm나 짤라서 낮추어 놓았던 것이다.

 

 '세미라미데'에서의 카탈라니

 

괴테와 카탈라니

카탈라니는 뛰어난 소프라노였지만 머리에 든 것은 별로 없었다. 제대로의 교육을 받지 못해서였다. 어느날 카탈라니는 봐이마르에서 열린 어떤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었다. 저만치에 어떤 노신사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정중한 인사를 받고 있었다. 카탈라니는 옆사람에게 저 노신사가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옆사람: 마담, 저 분은 괴테올시다.

카탈라니: 아, 그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말이지요

옆사람: 아니올시다. 저분으로 말씀드리자면...

카탈라니: 아, 이제 알겠어요. 내가 이렇게 멍청하다니까요. 대단한 피아니스트인 것을...

 

어느날 이번에는 카탈라니가 진짜로 괴테를 만났다. 사람들은 괴테에게 그의 베르테르가 대성공을 거둔 것을 치하하고 있었다. 카탈라니도 한마디 거들고 싶었다.

카탈라니: 선생님, 베르테르는 정말 훌륭한 코미디였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자세히 읽었어요.

괴테: 에? 마담!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코미디라는 말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카탈라니: 어찌나 재미있던지 장면마다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수 없었어요(아마 카탈라니는 파리에서 공연된 어떤 보데빌(버라이어티 쇼와 같은 공연)에서 베르테르라는 이름으로 코미디 한 장면을 보여준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묘양이었다.)

 

요한 볼프강 괴테

 

봐이마르의 카탈라니

카탈라니가 봐이마르를 방문했을 때 세관원이 카탈라니를 상당히 무례하게 대하였다. 기분이 몹시 상한 카탈라니는 이놈의 봐이마르 땅은 다시 밟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일정을 대폭 단축하여 파리로 돌아가기로 했다. 카탈라니는 다짐한 대로 봐이마르의 땅을 밟지 않기 위해 땅바닥에 카펫을 깔도록 했다. 결국 봐이마르의 땅을 밟지 않고 중립인 상태에서 파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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