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오페라 성악가 일화

루이지 라블라셰(Luigi Lablache)

정준극 2010. 10. 27. 23:10

루이지 라블라셰(Luigi Lablache)에 대한 일화

루이지 라블라셰(1794-1858)는 프랑스와 아일랜드 계통의 이탈리아 베이스이다. 훌륭한 음성뿐만 아니라 뛰어난 코믹 연기로서 유명했다. 돈 조반니에서의 레포렐로는 그의 시그네이처 롤(대표적인 역할)이었다.

 

베버의 감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집을 뛰쳐나온 라블라셰는 극장이 좋아서 우선 극장에 일자리를 얻었다. 라블라셰는 오케스트라의 더블 베이스 연주자로서 활동하면서 오페라 공연때에는 성악가들의 노래를 귀담아 듣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느날 베이스가 갑자기 아파서 공연 도중에 막 뒤로 물러날수 밖에 없었다. 이때를 틈타 라블라셰가 재빨리 무대 뒤로 가서 급히 의상을 갈아 입고 무대에 나가 베이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그후로 라블라셰는 다시는 오케스트라로 돌아가지 않고 베이스로서 길을 닦기 시작했다. 얼마후 칼 마리아 폰 베버가 라블라셰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검은 비로도와 같은 빛나는 음성이었다. 베버는 '와 대단하다. 저 사람은 아직도 더블 베이스네!'라고 소리쳤다.

 

루이지 라블라셰 

 

라블라셰의 철학

레포렐로와 둘까마라와 돈 파스쿠알레 등으로 유럽 오페라계에 우뚝 선 라블라셰이지만 간혹 단역도 맡았다. 동료들이 그에게 '아니, 자네같은 대베이스가 그런 어울리지도 않는 단역을 맡는다니 말이나 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라블라셰는 '여보게들, 작은 역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큰 역을 맡을수 없다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성악가에게는 작은 역할이란 없다네. 그저 모든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때에 위대한 성악가가 되는 것이라네'라고 설명해 주었다. 동료들은 고개를 숙였다.

 

라블라셰와 바넘효과

라블라셰의 체구는 장대했다. 키도 컸고 몸집도 우람했다. 어느때 라블라셰는 P.T. Barnum(P.T. 바넘: Phineas Taylor Barnum: 1810-1891) 서커스단의 최고 인기 멤버인 톰 섬(Tom Thumb)과 같은 호텔에 머문 일이 있었다. 바넘은 미국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서커스 사업가였다. 톰 섬은 난장이를 말하며 사람들은 바넘 서커스에 속해 있는 톰 섬을 일반 톰 섬과 구별하기 위해 '톰 섬 장군'이라고 불렀다. 영국인인 어떤 톰 섬 장군의 극성 팬이 톰 섬 장군을 한번 만나보기 위해 호텔을 찾아왔다. 마침 베를리오즈가 그 호텔을 방문하고 있었다. 영국인 극성 팬은 베를르오즈가 서커스 단원인줄 알고 혹시 톰 섬이 어느 방에 머물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약간 자존심이 상한 베를리오즈는 극성 팬에게 일부러 라블라셰의 방을 가르쳐 주었다. 극성 팬은 고맙다고 말하고 라블라셰의 방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방문이 열리고 거인처럼 생긴 사람이 나타났다. 극성 팬은 너무나 당황해서 '저, 저, 톰, 톰 섬을 만나러 왔는데요...'라며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라블라셰는 공손하게 '제가 톰 섬이올시다. 저는 집에 가면 꼼짝도 못하는 톰 섬이지요'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