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수도원/순례교회

구르크(Gurk) 순례지와 마리아 잘(Maria Saal) 순례교회

정준극 2010. 11. 15. 20:36

구르크(Gurk) 순례지와 마리아 잘(Maria Saal) 순례교회

카린티아주 신앙의 중심지

 

마리아 잘 순례교회

 

구르크 지방은 린츠의 남쪽, 그라츠의 서쪽에 있으며 슬로베니아의 국경에서 가깝다. 행정구역으로 보면 카린티아주에 속하여 있다. 카린티아주의 주민들은 4분의 3이 독일어를 사용하는 오스트리아인이며 나머지는 슬로베니아어를 사용하는 오스트리아인이다. 그래서 사실상 카린티아의 공용어는 독일어와 슬로베니아어이며 교회에서 전례를 올릴 때에는 라틴어도 적용하므로 3개 언어를 사용하는 셈이다. 카린티아주의 구르크 지방은 오래전부터 가톨릭 교회가 대단히 성황을 이루었으며 특히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했다. 순례자들은 상당수가 슬로베니아에서 온 사람들이다. 구르크 지방에는 전통있는 유명한 교회들이 부지기수로 있다. 카린티아주의 중심도시인 클라겐푸르트(Klagenfurt)의 대성당(돔)은 당당하다. 1091년에 처음 건축된 베네딕트 수도회의 성바오로 수도원은 규모 면에서 과연 다른 수도원에 비하여 뒤지지 않는다. 잔크트 안드래 임 라반탈(St Andrae im Lavanttal)에 있는 잔크트 안드래 대성당도 유명하다. 클라겐푸르트에는 예수회교회도 웅장함을 나타내주고 있다. 더 유명한 교회는 마리아 잘(Maria Saal) 마을의 마리아 승천(Maria Himmelfahrt) 순례교회이다. 보통 마리아교회(Marienkirche) 또는 마리아 잘 순례교회라고 불리는 교회이다.

마리아 잘에서 잘(Saal)이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솔레(Sole), 즉 태양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고대 독일어에서 잘(Saal)이라는 말은 풍요하며 찬란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마리아 잘 순례교회의 바로크 중앙제단

 

현재의 마리아 잘 교회의 전신은 일찍이 8세기경에 세워진 목조 교회이다. 당시에는 산타 마리아 아드 카란타눔(S. Maria ad Carantanum)이라고 불렀다. 오늘날 일명 마리아승천교회라고 부르는 것은 성모의 승천에 대한 성화가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 잘 순례교회는 기록에 의하면 753년에 잘츠부르크에서 슬로베니아 지방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온 모데스투스(Modestus)라는 주교가  마리아에게 기구를 드리는 장소로서의 예배처를 세운 것이 시작이었다. 성모데스투스의 석관은 중앙제단 뒤편에 있다. 마리아 잘 교회는 카롤링거 시대에 카린티아 복음화 선교의 중심지였다. 카린티아는 물론 멀리 슬로베니아까지 선교사들이 파송되어 주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였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구르크의 주교가 마리아 잘 순례교회의 본당신부를 겸임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온 모데스투스는 카린티아에서 선교에 힘써서 많은 주민들을 주님의 백성으로 만들었다. 모데스투스는 깊은 신앙심으로 많은 사람들을 교화하였으며 아울러 선행을 베풀고 병든자와 고통받는 자들을 위로하였다. 사람들은 모데스투스가 온 것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믿었으며 그가 세운 예배처에서 마리아승천에 대한 성화에 기구를 드리면 복을 준다고 믿었다. 순례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리아승천교회(마리아 잘 교회)의 모형을 들고 있는 성모데스투스

 

마리아 잘 교회는 카린티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이다. 교회를 건축할 때에는 주변 지역에서 화산석을 가져다가 지었다. 또한 옛 로마 유적지에서 사용했던 석재들을 가져다가 지었다. 교회의 뒤편 벽면에는 로마시대의 유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부조석들이 있다. 예를 들면 로마시대의 우편마차를 그린 것이다. 교회의 벽면에는 옛 묘비들이 여러개가 장식되어 있다. 그 중에는 에덴동산의 생명나무를 조각해 놓은 것도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이 교회의 8각형 성수반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름다운 성수반으로 유명하다. 이 교회에서 가장 유명한 성화는 천정에 그려져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이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예수 그리스도에 이르기까지의 족보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으로 이런 종류의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또한 동방박사 세사람을 그린 성화도 유명하며 부속제단으로서는 아른도르프(Arndorf)제단이 아름답다. 마리아 잘 순례교회에는 매년 약 2만명의 순례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천정에 그려놓은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자세히 보면 각 칸마다 사람의 모습을 볼수 있다.

 

로마시대의 유적에서 가져온 돌. 우편마차. 마리아 잘 순례교회는 인근의 화산석이나 로마시대의 유적 벽돌로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