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수도원/순례교회

칼텐브룬(Kaltenbrunn) 순례교회 - 티롤 카우너탈

정준극 2010. 11. 18. 17:19

칼텐브룬(Kaltenbrunn) 순례교회 - 티롤 카우너탈

성모승천교회

 

칼텐브룬 순례교회의 제단은 특이하게 별도의 돔처럼 만들어져 있다.

 

칼텐브룬 순례교회는 티롤 지방 카우너탈(Kaunertal)의 칼텐브룬 마을에 있는 아름다운 후기 고딕 양식의 교회이다. 이교회는 13세기(1285)에 이 마을에 살고 있던 셴켄버그(Schenkenberg)라는 기사가 전투에서 사람을 죽인 죄를 속죄하기 위해 기도처를 세운 것이 시초이다. 그후 1438년에 화재가 나서 기도처가 전소되자 상당기간 동안 방치되었다가 그러면 안되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1592년에 새로운 교회를 건축했다. 이것이 오늘날 칼텐브룬 순례교회의 전신이다. 이 교회의 안에는 차가운 샘물이 흘러나오고 있는 곳이 있어서 병자들이 귀중하게 사용하고 있다. 칼텐브룬 순례교회는 성모승천(Maria Himmelfahrt)교회라고도 부른다. 승천한 성모에게 봉헌한 교회이기 때문이다. 칼텐브룬이라는 말은 차가운 샘물, 즉 냉천(冷泉)을 말한다. 서대문구 냉천동에 감리교신학교가 있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길 잃은 새소리와 지나가는 동물 소리 밖에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칼텐브룬 순례교회

 

전해 내려오는 얘기에 의하면 교회가 서 있는 장소에 예전에 커다란 돌이 하나 있었는데 그 위에 누가 놓았는지 모르지만 성모상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참으로 신통하게도 돌 주위에 곡식이 자라 이삭이 무르 익게 되었지만 산에 사는 짐승들이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어떤 순례자가 예언비슷하게 말하기를 이곳은 아무래도 성스러운 장소이니 교회를 짓고 성모에게 열심히 간구하면 은혜를 받고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요한 마카리우스라고 하는 신앙심 깊은 사람이 1272년에 저금통까지 탈탈 털어서 돌이 있는 장소에 목조 기도처를 세웠으니 이것이 오늘날 칼텐브룬 순례교회의 전신이다. 기도처가 세워지자 순례자들이 더 많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기도하는 중에 천사의 음성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마을 사람들은 마리아의 축일에 카더란 돌 위에 놓여 있었던 성상을 모시고 마을을 행진하기 시작했다.

 

교회 안에 있는 샘물

                             

성모상을 모신 이후 여러 기적들이 일어나서 더구나 감동을 주었다. 대표적인 것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죽은 아이가 살아난 일이다. 1627년에는 다른 마을에서 사산되어 태어난 아이를 신부가 돌보아 깨어나게 하여 세례를 주었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밖에 터키군이 침공했을 때 기적적으로 포탄을 피하여 죽지 않았다는 이야기, 1633년에 페스트가 몰려왔으나 무사히 이겨냈다는 이야기 등등 수많은 기적이 보고되었다.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인근에서 순례자들이 구름같이 몰여왔다. 그중에서도 다음 얘기는 신빙성이 있어서 자주 회자되고 있는 내용이다. 벤스(Wenns)라는 곳에 사는 어떤 농부가 자기 마누라를 죽어라고 미워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마누라를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할 것인가를 골돌히 생각하다가 산속으로 데려가서 계곡에서 밀어 떨어트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마누라에게 기적의 성모상이 있는 곳으로 순례를 가자고 제안하였다. 부인은 아무말 없이 따라 나섰다. 두 사람이 산 속의 절벽이 있는 곳에 이르러 절벽과 절벽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너갈 때 갑자기 농부가 마누라를 밀쳐서 깊은 계곡 아래로 떨어지게 했다. 농부는 곧장 칼텐브룬 기도처로 와서 운이 없이 계곡 깊숙히 떨어진 마누라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척이라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농부가 기도처로 들어섰을 때 그는 자기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계곡에 떨어져 죽었다고 생각되었던 부인이 성모상 앞에서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도를 하던 부인이 몸을 돌려 농부를 바라보자 농부는 너무나 두렵고 놀라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 앉을수 밖에 없었다. 부인은 농부에게 계곡에 떨어졌을 때 성모께서 나타나 자기를 구원해 주었다고 말했다. 농부는 제단 앞에서 자기의 죄를 깊이 뉘우치고 그로부터 부인을 사랑하기를 끔찍이 하였지만 성모에게 얘배드리는 일을 부인보다 더 사랑했다고 한다.

 

천사의 옹위를 받고 있는 성모와 칼텐브룬 순례교회를 그린 그림. 이 그림에서 성모는 한 손에 아기 예수를, 다른 손에는 왕권을 상징하는 홀을 들고 있다.

 

중앙제단에 왕관을 머리에 쓰고 오른 손에는 홀과 곡식의 이삭을 들고 있으며 왼손에는 왕관을 쓴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높이 40 cm의 성모상은 초창기에 돌 위에 있던 성모상은 아니다. 기도처를 처음 세웠을 때 만들어 모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참으로 놀랍게도 1438년 대화재가 일어나서 기도처가 잿더미가 되었지만 이 성모상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성모상도 실은 오리지널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리지널 성모상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낡아져서 새로 칠을 하는 등 모습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성모상이 놓여 있어서 발견된 돌은 중앙제단의 받침돌로 사용되고 있다.

 

칼텐브룬 순례교회

 

카우너탈 마을과 저 멀리 칼텐브룬 순례교회. 자동차도 잘 다니지 못하는 이 산골을 찾아가는 것도 상당한 순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