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동서음식의 교차로

오스트리아의 지방 음식

정준극 2010. 12. 20. 09:18

오스트리아의 지방 음식

 

[포아아를버그] Vorarlberg

'비너 퀴헤'는 일종의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국가 음식을 말한다. 하지만 지방마다 별식이 없을 리가 없다. 오스트리아의 서쪽 지방부터 살펴보자. 오스트리아의 가장 서쪽 끝에 있는 지방은 포아아를버그(Vorarlberg)주이다. 오스트리아의 주(Province) 중에서 가장 면적이 적으며 주민의 수에 있어서는 부르겐란트에 이어 두번째로 적은 주이다. 이런 작은 시골지방을 독일어로는 랜들레(Ländle)라고 부른다. 농민들의 춤곡으로서 나중에 비엔나 왈츠의 발판이 된 랜들러(Ländler)는 이 말에서 가져온 것이다. 포아아를버그는 특이하게도 3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티롤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3개국이란 스위스, 독일, 리히텐슈타인을 말한다. 포아아를버그는 아무래도 스위스와 가깝기 때문에 이 지방의 음식은 치즈의 영향을 단단히 받았으며 또한 일반적인 스위스 음식에서 볼수 있듯이 탄수화물이 주종을 이룬다. 포아아를버그의 특식 중의 하나는 슈페츨레(Spätzle)이다. 뇨키(Gnocchi) 스타일의 치즈 음식이다. 뇨키는 밀가루, 달걀, 치즈 따위로 만드는 일종의 수제비같은 경단이다. 이 지방에서는 치즈를 수제비처럼 만들어 먹는 것이 흔하다. 이밖에도 포아아를버그의 특식으로서 Käsdonnala(케스도날라), Flädlesuppe(플래들레주페), Funkaküchle(훙카퀴흘레) 등이 있지만 이걸 우리말 또는 영어로 어떻게 번역할지 도무지 난감하므로 설명을 생략코자 한다. 그저 현지에 가서 직접 맛을 보고 설명함이 가할 것이다.

 

슈패츨

 

[티롤] Tyrol

티롤은 전통적으로 가톨릭이 강하여서 '성지 티롤'(Heilige Land Tyrol)이라는 별명을 듣고 있는 지방이다. 그런데 덤플링은 아주 잘 만들어서 먹는다. 티롤의 산악치즈, 햄, 시금치 등 무엇으로든지 덤플링을 만든다.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지역에서는 슈페츨레(Spätzle)가 이름나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슈페츨레는 주로 치즈로 만든 경단 모양이나 파스타 모양의 음식을 말하며 간혹 우리네 만두처럼 치즈로 속을 넣기도 한다. 아무튼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방에서는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슈페츨레가 유명하여 그 종류만 해도 수십가지가 된다. 티롤의 전형적인 치즈는 그라우캐제(Graukäse)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치즈로 만든 대표적인 음식이 카스프레쓰크뇌델(Kaspressknoedel)이다. 그라우캐제(회색치즈)를 얇게 썰어서 소금에 간을 맞추고 식용유와 식초를 섞어서 주로 오니언 링과 함께 먹는다. 또 하나 티롤의 대표적인 음식은 티롤러 그뢰스텔(Tiroler Gröstel)이다. 고기에 감자, 양파, 허브 등을 섞어 넣고 후라이팬에서 볶은 것이다. 특히 산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도너스처럼 생긴 키아흘(Kiachl)이라는 것도 티롤의 특산이다.

 

치즈와 오니온으로 만든 슈페츨레

 

[잘츠부르크] Salzburg

잘츠부르크 지방의 북부는 독일 바바리아의 영향을 받았고 남부는 알프스 티롤의 영향을 받았다. 잘츠부르크는 비엔나 또는 오스트리아의 다른 지방과는 달리 1816년까지 독자적인 영토로서 대공주교가 통치하였다. 그러다보니 수도원 음식이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 수도원 음식이 민가로 이전되어 잘츠부르크 음식의 주류를 이루었다. 음식에 대한 관습도 종교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사순절 기간동안의 음식은 평소와 달랐다. 잘츠부르크 남부 지방의 음식은 티롤과 비슷하다. 치즈를 많이 사용하며 고기, 그리고 감자와 같은 탄수화물이 주류를 이룬다. 니다이(Nidai)는 감자에 밀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산악지대에는 버섯이 다양하여 버섯 요리가 많이 있다. 폴렌타(Polenta)라고 하는 옥수수를 갈아서 만든 음식도 일반적이다.

 

북부 지방의 음식은 남부보다도 좀 더 복잡하다. 왜냐하면 호수가 많아서 생선 요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로는 송어가 흔하며 민물가재요리도 많이 있다.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에서도 맥주문화로 유명하다. 여기에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바바리아에 가깝기 때문인 것, 둘째는 수도원이 많았다는 것, 셋째는 기온이 너무 추워서 포도를 기르기에 적합하지 않아 대신 맥주 호프를 재배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강한 보크 비어가 유명하다. 부활절과 성탄절이면 너도 나도 보크 비어를 마시며 종교적인 축제를 즐긴다. 호수나 하천이 많다보니 비버들도 많이 살고 있다. 옛날에는 비버 요리가 한창이었지만 지금은 한물 갔다. 로마 가톨릭의 성지라고 하는 잘츠부르크는 전통적으로 수도원 음식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이고 요즘은 화려한 식당들이 널려 있는 곳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잘츠부르크음악제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옛날 방식의 음식만을 주장할수 없기 때문이다. 디저트로는 잘츠부르거 노케를(Salzburger Nockerl)이란 것이 유명하다. 일종의 팬케이크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 답게 모차르트 초콜릿이 유명하다. 모차르트 쿠겔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쿠겔이라는 말은 대포알처럼 둥근 모양의 물건을 말한다. 모차르트 쿠겔른은 둥근 모양이다.

 

잘츠부르크 노케를

 

[오베르외스터라이히] Oberösterreich

보헤미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음식도 보헤미아 스타일을 많이 닮았다. 오베르외스터라이히주는 덤플링으로 유명하다. 밀가로나 감자가루로 만들지만 속에 여러 종류의 단것이나 향신료를 넣어 채운다. 일반적인 사이드 디쉬로는 양배추 절임인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와 크라우트 살라드(Kraut Salad)가 있고 감자는 당연직이다. 린처 토르테(Linzer Torte)는 비엔나에서도 알아주는 토르테이지만 실상 오베르외스터라이히의 주도인 린츠가 고향이다. 오베르외스터라이히는 와인 보다는 모스트(Most)가 더 유명하다. 모스트는 사과나 배로 만드는 일종의 사이더이다. 모스트는 잘츠캄머구트 일대에서 특히 알아준다.  

 

린처 토르테의 한 종류

                                                              

[카린타아] Carinthia

오스트리아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카린티아에서는 생선이 일반적이다. 호수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음식으로는 캐른트너 카스누델른(Karntner Kasnudeln)이란 것이 있다. 감자가루로 만두피를 만들고 그 안에 각종 민트나 향료를 넣은 것이다. 요즘 카스누델른을 서브하는 식당은 거의 없지만 만일 발견하면 반드시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크라펜 중에서는 슐릭크라펜(Schlickkrafen)이란 것이 유명하다. 보통 고기 다진 것으로 속을 채운다. 산악지대에서는 클라흘주페(Klachlsuppe)와 라인들링(Reindling)이 일반적이다.

 

캐른트너 카스누델른

 

[슈티리아](슈타이어마르크) Styria

오스트리아의 초록 센터인 슈티리아에는 포도밭이 넓게 펼쳐있다. 와인의 고장이다. 슈티리아에서는 포도주집을 부센샹켄(Bushcenschanken)이라고 부른다. 글자그대로 보면 '덤불나무 주점'이다. 일찍이 요셉2세 황제는 어떤 주점이든지 영업을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문지방에 나무가지(주로 소나무)를 걸어 놓아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부센샹켄이라는 말은 그로부터 연유하였다. 슈티리아에서는 특히 슈마른이 일반적이다. 비엔나에서는 이를 카이저슈마른이라고 부른다. 일종의 오므렛이다. 빵에 발라 먹는 스프레드도 지방 특산의 여러 종류가 있다. 이를 페어하케르트(Verhackert)라고 부른다. 와인 중에서는 쉴헤르(Schilcher)와인이 일반적이다. 특히 슈티리아 서부에서 그러하다.

 

슈마른

                       

[니더외스터라이히] Niederösterreich

역시 포도주가 유명하다. 특히 신맛이 감도는 화이트 와인(봐이쓰 봐인)이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니더외스터라이히의 음식은 비너 퀴헤와 다를바가 없다. 마르흐펠트(Marchfeld)는 야채가 풍성한데 그 중에서도 화이트 아스파라가스가 유명하다. 봘트피어르텔(Waldviertel) 지역에서는 양귀비씨로 기름을 만든다. 케익을 만들 때 양귀비씨를 뿌리는 경우도 많다. 사슴고기는 어렵지 않게 구할수 있다. 토끼, 꿩, 멧돼지 고기도 마찬가지이다. 도나우를 날개처럼 달고 있는 봐하우(Wachau) 지역은 과일로서 유명하다. 특히 아프리코트가 유명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아프리코트를 마릴렌(Marillen)이라고 부른다.

 

[부르겐란트] Burgenland

부르겐란트는 대체로 평지이며 날씨도 온화한 편이어서 서쪽 산악 지방과는 다른 음식이 발전해왔다. 부르겐란트는 제국시절에 헝가리에 속하여 있었기 때문에 굴라슈등 헝가리 음식이 널리 퍼져 있다. 생선은 잉어가 흔하며 이밖에도 닭, 오리, 거위 요리가 흔하다. 부르겐란트의 와인은 일반적으로 품질이 좋다. 야생 버섯(샴피오네)이나 야생 아스파라가스, 또는 각종 허브는 부르겐란트의 요리를 더욱 감칠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크뇌델을 곁들인 체게디너 굴라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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