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동서음식의 교차로

디저트의 왕국

정준극 2010. 12. 20. 22:25

디저트의 왕국

 

오스트리아는 달콤한 디저트로 유명하다. 알프스와 잘츠부르크 지역에서 특히 그러하다. 잘츠부르크의 대표적인 디저트는 '잘츠부르거 노케를'(Salzburger Nockerl)이다. 중국 사람들이 만들어 파는 공갈빵과 비슷한 것이다. 잘츠부르거 노케를은 주로 여름철에 먹는다. 옛것을 좋아하는 보수적인 사람들은 일부러 노케를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아 다니기까지 한다. 노케를은 보통 세 개를 한 접시에 담는다. 이는 잘츠부르크 지방에 있는 세 개의 산을 말한다. 가이스버그(Gaisberg), 묀흐스버그(Monchsberg), 카푸치너버그(Kapuzinerberg)이다. 노케를이 잘츠부르크의 특식 디저트라고 하면 바드 이슐은 카이저슈마른(Kaiserschmarrn)의 고장이다. 카이저슈마른은 프란츠 요셉 황제와 관계가 있다. 프란츠 요셉 황제는 매년 여름이면 바드 이슐에 와서 지냈다. 이때 어떤 요리사가 황제를 위해 특별 슈마른을 만들었는데 황제가 맛을 보고 대단히 흡족히 여겼다고 한다. 그로부터 바드 이슐의 레시페에 의한 슈마른을 카이저슈마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비엔나를 대표하는 디저트는 파이와 비슷한 슈트루델이다. 토펜슈트루델(Topfenstrudel)과 아펠 슈트루델(Appel Strudel)은 대표적이다. 토펜슈트루델은 크림 치즈를 넣은 것이고 아펠 슈트루델은 글자그대로 사과로 만든 슈트루델이다. 슈트루델이란 단어는 소용돌이를 말한다. 둘둘 말았다는 의미이다.

 

사과로 만든 아펠 슈트루델. 일종의 애플 파이이다.

 

비엔나에서 디저트가 발달한 배경은 역시 19세기의 화려한 궁정생활 탓이 크다. 매일 저녁 열리는 무도회와 파티를 위해 별별 디저트를 다 만들어 제공하다보니 자연히 수많은 디저트가 창조될수 밖에 없었다. 당시 요리사들은 어떻게 하면 더 새롭고, 더 맛있고, 더 보기좋은 디저트를 만드느냐는 문제를 갖고 밤을 새우며 씨름하였다. 비엔나 디저트의 어머니라고 하는 곳이 있다. 1구 호프부르크 궁전 부근의 콜마르크트(Kohlmarkt) 거리에 있는 데멜(Demel) 제과점이다. 일찍이 1786년에 문을 연 데멜은 현재 365가지의 서로 다른 디저트 케익을 리스트로 가지고 있으며 매주 일곱가지의 새로운 케익을 선보이고 있다. 1구 국립오페라극장(슈타츠오퍼) 바로 뒤편에 있는 자허 호텔(Sacher Hotel)은 세계적인 자허 토르테(Sacher Torte)로서 유명하다. 간단한 초콜릿 케익이지만 한번 맛을 보면 그 기가막힌 맛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유명한 토르테이다. 비엔나에는 카페가 많다. 카페 센트랄, 카페 란트만, 카페 그리엔슈타인들 등등....비엔나의 전통적인 카페에 가면 별별 디저트 케익을 맛볼수 있다.

 

 

 

일반 제과점에 있는 극히 일부의 디저트들.

 

토르테(Torte)는 카스테라에 초콜릿이나 크림 등을 입힌 케익이다. 비엔나는 토르테의 천국이다. 자허토르테 이외에도 임페리얼 호텔에서 만드는 임페리얼 토르테가 유명하다. 19세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특별 토르테도 여러가지이다. 예를 들면 도보스토르테(Dobostorte), 메테르니히토르테(Metternichtorte), 말라코브토르테(Malakowtorte) 등등이다. 이런 토르테를 즐겨 먹던 오스트리아의 귀족들을 이름을 따서 붙인 것들이다. 린츠에서 개발되어 비엔나에 와서 정착한 린처 토르테(Linzer Torte)도 맛이 기가 막히다. 디저트로서 슈트루델이나 크뇌델(경단 또는 만두 스타일의 음식)의 존재도 무시할수 없다. 몬슈트루델(Mohnstrudel), 마릴렌크뇌델(Marillenknodel), 토펜팔라친켄(Topfenpalatschinken), 토펜그리쓰크뇌델(Topfengriessknodel), 누쓰누델른(Nussnudeln) 등 끝도 한도 없다. 토펜은 남비를 말한다. 비엔나 사람들이 달콤한 디저트를 얼마나 좋아하느냐 하면 메인 음식을 먹기 전에 애피타이저로서 디저트 한 접시부터 먹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설탕을 넣어 만든 경단(덤플링)인 부흐텔른(Wuchteln)이나 포페젠(Pofesen)은 그리 복잡하지 않은 음식이기 때문인지 메인 코스로서 먹는 경우가 많다. 린처 토르테, 브란트아이히크라페를(Brandteigkrapferl), 구글후프(Guglhuf)와 같은 디저트는 오후에 커피 한잔과 함께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잘츠부르거 노테를. 보통 세개를 담는데 덤으로 하나를 더 주는 곳도 있다. 


기왕에 디저트 얘기가 나온 김에 설탕에 대한 얘기를 다시 하지 않을수 없다. 설탕이라는 신통한 물건이 유럽에 등장한 것은 16세기였다. 그 전까지는 단 맛을 내기 위해서는 꿀 밖에 없었다. 설탕은 신세계인 아메리카에서 만든 것이 유럽에 들어온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설탕은 담배와 마찬가지로 아주 귀한 물품이어서 돈많고 지체 높은 귀족들이나 맛을 볼수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카리브 일대에서 생산된 설탕은 주로 뉴욕을 통해서 네덜란드와 영국으로 수송되었다. 오스트리아의 설탕과 관련해서는 막시밀리안1세 황제를 언급하지 않을수 없다. 신성로마제국의 막시밀리안1세 황제는 16세기 초에 부르군디(Burgundy)의 마리(Marie: 메리)와 결혼식을 올린다. 마리는 당시 유럽에서 가장 돈 많은 여인이었다. 부르군디는 현재의 프랑스 북부 지역과 네덜란드 일대에 걸친 왕국이었다. 마리는 아버지인 샤를르 국왕이 세상을 떠나자 넓은 왕국과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다. 그래서 마리에게는 Marie the Rich(부자 마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마리는 오스트리아의 막시밀리안과 결혼하여 비엔나로 올때에 수많은 요리사와 빵만드는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이때에 설탕도 함께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비엔나에는 설탕을 이용한 디저트가 빠른 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커피에 설탕을 넣어서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포페젠은 프렌츠 토우스트와 비슷하다. 설탕이나 꿀을 발라 구운 것이다. '가난한 기사'(Arme Ritter)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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