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오스트리아 세시기

오스트리아에는 Fucking 이란 이름의 마을이 있다

정준극 2010. 12. 21. 12:03

오스트리아에는 Fucking 이란 이름의 마을이 있다

 

 

오스트리아 Fucking 마을의 도로표지판

 

영어의 Fucking 이라는 단어는 잘 아는대로 저속한 뜻의 단어이다. 무슨 뜻인지는 직접 사전을 찾아 보시라! 아무튼 점잖은 사람이라면 결코 Fucking 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조차 싫어한다. 그런데 오스트리아의 오버외스터라이히주에는 믿거나 말거나 Fucking 이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이 있다. 아니, 그렇다면 이 동네 사람들은 밤이나 낮이나 Fucking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인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있을수 있는 것일까? 그런 궁금증을 뒤로 하고 우선 Fucking 이라는 마을을 찾아가보자. Fucking 마을은 잘츠부르크의 서쪽, 독일의 바바리아 지방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인구는 2010년 현재 150 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역사는 대단히 오래된 마을이다. 기록에 의하면 일찍이 1070 년에 마을이 형성되어 주민들이 살았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서 6세기 경에 바바리아 사람들이 오늘날의 오베르외스터라이히주 쪽으로 이동하여 살았다는 기록이 있느니만치 Fucking 의 역사도 그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바리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 일대의 지명에는 독일식 표현이 많이 있다. Fucking 도 마찬가지이다. 독일어에서는 -ing 또는 -ig 가 마을이나 동네 또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뜻하는 어미(語尾)이다. 예를 들면 Leipzig, Danzig 등이다.

 

일찍이 바바리아에서 오버외스터라이히 지방으로 이민 온 사람 중에 Focko(포코)라는 귀족이 있었다. Focko 라는 말의 의미와 유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무튼 그는 Innviertel(인피어르텔) 지역의 Tarsdorf(타르스도르프) 일대에 영지를 가진 대지주였다. 사람들은 영주인 Focko 를 기념하여서 타르스도르프에 있는 마을 이름을 Fockoing 이라고 불렀다. 즉, 'Focko 에게 소속된 사람들의 마을'(Fuckers?) 이라는 뜻이다. Fucking 이라는 지명은 Fockoing 이 변천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Fucking 마을은 Braunau am Inn(브라우나우 암 인) 군에 속하여 있다. 브라우나우 암 인이라고 하면 저 악마와 같은 히틀러가 태어난 고향마을이 있는 지방이다. Fucking은 이름도 없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호기심으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은근히 많다. 관광객들은 마을 입구에 있는 Fucking 이라는 표지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좋아하면서 돌아간다. Fucking 마을은 간혹 TV 에 소개된다. 영어 TV 에 주로 나온다. 세계에서 '기억하기 쉬운 이름의 지명'이라는 프로그램에도 나왔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어나운서는 계속 Fucking 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방송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Fucking 마을이 당면한 골치꺼리에 대하여 얘기해보자. 사실 Fucking 마을의 사람들은 영어 단어에 Fucking 이란 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며 관심도 없었다. 세월은 흘러서 2차 대전이 끝나고 미군이 진주하였다. 미군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이 마을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마을 사람들은 Fucking 이라고 소리쳤다. 그래도 미군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자 Fucking 이라고 써주었다. 미군들은 마을 이름이 Fucking 인 것을 알고 나서 '아니, 무슨 마을 이름이 이래?'라면서 묘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제서야 비로소 단어의 뜻을 알게된 마을 사람들은 미군들의 묘한 웃음에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그로부터 Fucking 이라는 마을이 있다는 사실이 한 사람 두 사람의 입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자 다른 마을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들도 너도 나도 Fucking 마을을 방문하여 마을 입구에 세워 놓은 Fucking 이라는 도로표지판의 앞에서 이상한 제스추어를 쓰며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시태가 이쯤되자 마을 대표는 상당히 창피하다는 생각에서 마을 입구에 세워 놓은 Fucking 이라는 도로표지판을 뽑아 버렸다. 하지만 마을 입구에 안내판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므로 다시 세웠는데 얼마후 웬 못된 장난꾼이 그 표지판을 가보로 삼으려는지 훔쳐갔다. 그래서 2005년에 다시 만들어 세웠다. 이번에는 콘크리트로 단단히 기초를 만들고 자물쇠까지 달아서 절대로 훔쳐가지 못하도록 했다. 한편,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기념품을 잘 만들어 파는 재주가 있다. Fucking 마을 사람들은 장사속 머리를 굴려 여러가지 기념품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가장 인기있는 기념품은 I Love Fucking in Austria 라는 글을 대문짝만하게 써 넣은 티 셔츠였다. 작고 가난한 마을인 Fucking 은 오늘날 관광수입이 상당히 짭짤하여 조상들이 마을 이름을 Fucking 이라고 지은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Fucking 을 영어식으로 '훠킹'이라고 발음하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후킹'이다. 그래서 이 마을의 사람들은 Fucking 을 한번도 영어와 연관하여 이상하게 생각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 보라! 독일에는 -ing 가 들어가는 마을 이름이 많으며 그 중에는 키씽(Kissing), 페팅(Petting), 아타힝(Attaching: 어태칭), 마일링(Mailing: 메일링) 등 영어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지명이 더러 있으나 하나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리고 오버외스터라히히주에는 Fucking 이라는 지명이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Rottenegg(로텐에그: 로튼 에그)라는 지명도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보면 '썩은 달걀'이다. 아니, 마을 이름이 '썩은 달걀'이라니? 얼마나 냄새가 지독할까? 그나저나 냄새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영국의 밀튼 킨스(Milton Keynes)라는 마을에는 Furzton(훠츠턴) 이라는 명칭의 동네가 있다. 이를 독일어로 번역하면 Fart Sound (방귀소리)이다. 이 얼마나 냄새나는 동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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