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오스트리아 세시기

누디스트의 나라

정준극 2010. 12. 21. 23:18

누디스트의 나라: 오스트리아인과 섹스

 

오스트리아 사람이라고 하면 우선 어떤 모습이 연상될까? 붉으스레한 얼굴 빛에 수염을 멋있게 기르고 가죽바지를 입은 할아버지들, 명랑한 모습의 여인들이 드린들(Drindl)이라는 전통의상을 입고 알프스 산록에서 요들송을 부르고 있는 모습을 연상할 것이다. 그리고 카페에 앉아 멜란즈와 토르테를 엔조이하는 멋쟁이 비엔나 사람들을 머리에 떠 올릴 것이다. 화려한 드레스을 입은 여인들과 검은 연미복을 입은 젊은 남자들이 왈츠를 추는 모습도 연상될 것이다. 그리고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또는 이미 천당에 가서 있을 루돌프니 막시밀리안이니 프란츠 요제프니 하는 합스부르크의 황제들을 연상할 것이다. 아무튼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저 오스트리아 사람이라고 하면 점잖고 격식을 차리며 오페라와 왈츠를 즐겨하는 그런 사람들을 머리 속에 그린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섹스에 대하여 대단히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란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음악과 예술의 나라 오스트리아 사람들을 에로 또는 섹스와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 실상 민망한 일이지만 사실은 세계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스캔들 제조기 및 불륜 메이커들이 오스트리아 사람들이다. 과연 그럴까? 이들의 섹스에 대한 개념은 도대체 무얼까? 

 

오스카 코코슈카가 그린 자신과 알마 말러. 스스럼없이 누드를 보여주었다.

 

잠깐 생각을 돌려보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섹스라고 하는 저 유명한 프로이드(Sigmund Freud)가 오스트리아 사람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많다고 할 것이다. 프로이드는 나치의 박해를 받아 오스트리아를 떠나야 했지만 그는 분명히 비엔나 사람이었다. 아무튼 섹스라고 하면 우선 프로이드를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오스트리아는 분명이 섹스와 깊은 관련이 없다고 말할수 없다. 혹자는 스웨덴을 섹스가 자유스러운 나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오스트리아도 섹스의 생활화에 있어서 스웨덴에 못지 않다. 우선, 오스트리아에서는 누드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다. 일상생활에서 누드와 쉽게 접할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섹스에 대하여 개방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오스트리아의 어느 곳을 가더라고 적어도 한군데 이상의 남녀공용 사우나 문화가 있다. 온천은 물론이고 수영장도 남녀의 구분이 없이 누드로 드나들수 있는 곳이 있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모처럼 목욕탕(온천)이라는 곳에 갔다가 갑자기 젊은 여자가 탕에 전라의 누드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적잖이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남녀공용탕이다. 하기야 그런 곳을 일부러 구경삼아 가는 한국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하니 유구무언이다. 여름철에 알테 도나우의 갠제호이펠이란 곳에 가면 젊은 여자들이 그저 옷을 다 벗고 가슴을 드러낸채 하염없이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을 얼마든지 볼수 있다. 심지어는 비엔나 시내 중심에 있는 슈타트파르크(시립공원)나 헬덴플라츠(영웅광장)의 풀밭에서 남이야 보건 말건 누드로 일광욕을 즐기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내가 내 건강을 위해서 일광욕을 하는데 뭐 보태 준 것이 있느냐는 생각이다.

 

알테 도나우의 갠제호이펠. 호반의 풀밭에서 누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자세히 보고 싶으면 현미경을 이용하시라. 플밭에서 누드로 누워들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이같은 문화를 FKK 라고 부른다. 독일어로 Freikörperkultur(프라이쾨르퍼쿨투르), 즉 신체를 자유스럽게 하는 문화라는 뜻이다. 오스트리아에는 FKK 에 의한 누드찬미자들이 제법 많이 있다. 그래서인지 잡지나 광고에 누드를 싣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보통의 일이다. 주간지의 표지에 젊은 여인이 가슴을 드러낸 누드가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사진이 실리면 남자들이야 눈요기꺼리로 관심을 갖지만 여자들은 그게 무슨 중요한 일이냐면서 관심도 없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개방적이어서 그런 것일까? 오스트리아에 대한 아무런 소설이나 보면 거기에는 거의 틀림없이 매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매춘은 오스트리아 문학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어떤 연유에서 일까? 1999년도 스탠리 쿠브릭(Stanley Kubrick)의 마지막 영화인 Eyes Wide Shut 는 비엔나 출신의 작가인 아르투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의 1926년도 소설인 Traumnovelle(꿈의 소설: 영어 제목은 Dream Story)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어떤 창녀의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저널리스트이며 작가인 펠릭스 잘텐(Felix Salten)이 썼다고 하는 요제피네 무첸바허(Josefine Mutzenbacher)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한 에로소설의 결정판이다. 요제피네 무첸바허는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아동 포르노로서 금지되어 있다.

 

요제피네 무첸바허의 표지

 

펠릭스 잘텐의 소설에 나오는 창녀의 이름은 귀엽게도 밤비(Bambi)이다. 소설에서 밤비는 5세때부터 12살까지 자기가 경험한 섹스생활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월트 디즈니는 1942년 잘텐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밤비의 이름을 판권으로 사서 아기사슴 영화로 만들었다. 그러므로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밤비라는 이름은 실상 비엔나가 원조이다. 위대한 작곡가 구스타브 말러의 부인이었던 알마 말러-베르펠의 남성편력은 놀랍지도 않은 에피소드가 되고 있다. 알마가 말러와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오스카 코코슈카라는 젊은 화가와 스캔들을 제조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사정상 오스트리아 문학과 섹스에 대한 예를 한두가지만 들었지만 어떻게 보면 오스트리아 문학은 에로로 포장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심미적인 에로를 탐구하는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섹스는 들어내 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굳이 감추어 둘 필요도 없는 인간 본연의 요소가 되어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성매매, 즉 매춘이 범죄가 되지 않는다. 다만, 예외가 있다면 독일과 접경한 포아아를버그(Vorarlberg)주에서만 성매매가 범죄에 해당된다. 오스트리아에서 성매매가 범죄는 아니지만 당국의 규제는 단단하다. 여자가 성매매 사업을 하려면 19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창녀로서 법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당국에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된 창녀들은 수시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오스트리아의 거의 모든 도시에서는 거리에서 호객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당국은 알면서도 모르는채 관심을 주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오스트리아에서 교회가 있고 여관과 주점이 있을 정도의 마을이면 매춘을 하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창녀들이 있는 집은 쉽게 알아볼수 있다. 대체로 현관에 붉은 전등을 켜 놓는다. 어떤 집에서는 창문에 빨간색의 하트를 붙여 놓는 경우도 있다. 오스트리아 전체를 털어서 붉은 전등이 가장 많이 켜 있는 지역은 비엔나의 귀어텔(Gürtel) 거리이다. 귀어텔에는 나이트 클럽과 창녀들의 집들이 몇 블록에 걸쳐 늘어서 있다.

 

츠의 도로변에 있는 사창굴. SEX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런 집들을 쉽게 찾아볼수 있다.

 

그런데 비엔나라는 도시는 원래 모든 문화와 모든 인종을 포용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홍등가가 함부르크나 암스텔담처럼 한 곳에 몰려 있지 못하다. 귀어텔 지역에 많이 몰려 있다고는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지역적 구분이 모호해져서 웬만한 곳에서도 창녀들을 만날수 있다. 예를 들어 비엔나에서는 베스트반호프(서부역) 주변은 말할 나위도 없고 시내의 배링거슈트라쎄, 부어가쎄, 마리아힐르퍼슈트라쎄 등 주요 거리에서 빨간 전등을 켜 놓은 호텔(여관)들을 심심찮게 볼수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홍등가는 잘츠부르크의 헤렌가쎄(Herrengase)일 것이다. 1547년부터 창녀들이 활동했다는 기록이 있다. 헤렌이라는 단어는 남자들을 말하므로 헤렌가쎄가 어떤 연유로 붙여진 이름인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잘츠부르크는 대주교가 통치하는 가톨릭의 도시인데 그런 도시가 그렇다는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 아닐수 없다.

 

비엔나의 어떤 피아노 바. 간판은 Piano Bar 라고 적혀 있지만 실은 창녀집이다. GIRLS(아가씨) 라고 적어 놓은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유럽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제인 마리아 테레지아는 근엄하고 경건하여서 사회의 미풍양속에 저촉될것 같은 사항이 있으면 단호하게 금지하였다.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는 도덕부흥의 시대라고 할수 있다. 그런 마리아 테레지아이지만 남편 프란츠 스테판의 카사노바와 같은 생활만은 묵인하였다. 프란츠 요셉1세 황제는 근엄한 가톨릭으로서 절제하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그였지만 아름다운 왕비 엘리자베트(씨씨)의 묵인 아래 여배우 카타리나 슈라트와 밀회를 즐겼다. 프란츠 요셉 황제는 바드 이슐에 아예 카타리나 슈라트와 만나서 즐길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별도의 집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것도 황제의 별장의 바로 옆에! 오페라 '장미의 기사'를 보면 부유하고 지체높은 귀족인 마샬린이 젊은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여 애정행각을 일삼고 있는 장면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제국의 시기에 비엔나에서는 부유한 귀족들이 젊은 애인을 두는 것이 비밀도 아닌 일상처럼 되어 있었다. 마찬가지로 부유한 귀족부인이 젊은 남자를 애인으로 두는 것은 별다른 탓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비엔나는 그런 곳이었다.

 

루돌프스하임 휜프하우스의 거리에 있는 어떤 섹스숍. 비엔나의 거리에는 이런 상점들이 더러 있다.

 

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이란 말이 있다. 번역하면 가학 피학성(被虐性) 변태 성욕이라고 한다. 학대를 받음으로서 성적인 만족을 얻는다는 것을 말한다. 변태성욕의 대표적인 형태인 사도마조히즘의 근원은 비엔나이다. 비엔나에 살았던 자허-마조흐의 레오폴드 백작(Count Leopold of Sacher-Masoch)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원래 그는 역사학자였다. 그러다가 미모의 보그다노프(Bogdanoff)라는 백작부인과 알게되어 괴이한 사랑놀음을 시작하였다. 레오폴드는 백작부인의 잔인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느라고 스스로 노예와 같은 행동을 하여 쇠사슬에 묶인채 채찍으로 매를 맞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 1870년에 자허-마조흐 백작은 Venus im Pelze(모피옷을 입은 비너스)라는 일종의 경험적 소설을 출판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봔다(Wanda)라는 여자로서 남자에게 가혹한 행동을 하여 만족을 얻는 여인이었다. 소설이 나온지 3년후, 자허-마조흐 백작은 어떤 여인과 결혼하였는데 결혼후 부인의 이름을 소설에서처럼 봔다라고 바꾸었고 예전에 보그다노프 백작부인과 함께 지내던 대로 변태적인 생활을 추구하였다. 자허-마조흐 백작은 한술 더 떠서 부인 봔다 이외에 또 다른 여인(가짜로 꾸민 백작부인)을 끌여들어 1부2처의 가정생활을 하였다. 이렇듯 두 여인을 데리고 사는 것을 Menage en trois 라고 부른다. 자허-마조흐 백작의 괴이한 생활은 비엔나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대단한 가십이 되었다. 곧이어 정신분석학자인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Richard von Krafft-Ebing)이 1886년에 Psychopathia Sexualis 라는 저서에서 자허-마조흐 백작의 섹스생활을 기념하여 그런 행동을 마조히즘(Masochism)이라고 불렀다. 그것이 마조히즘의 유래이다.

 

마조히즘의 원조인 자허-마조흐의 레오폴드 백작. 1866년.

 

섹스에 대한 오스트리아의 이런 저런 상황들을 견주어볼때 오스트리아 어느 도시를 가던지 성인물품을 파는 섹스 숍, 섹스 파트너를 쉽게 선택할수 있는 나이트 클럽, 당국에 등록한 매춘부들이 모여있는 홍등가를 공공연하게 찾아볼수 있다. 그리고 일반 신문이나 잡지에도 에스코트 서비스를 한다는 광고가 상당히 게재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공식적인 매춘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거리의 잡지 판매대에는 플레이보이와 같은 잡지에 검은 비닐 커버를 씌어 놓은 것을 볼수 있다. 법으로 그런 잡지를 함부로 보지 못하도록 규제했거나 또는 어린이를 포함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하자는 갸륵한 의미가 아니라 표지가 더럽혀질것 같아서 씌어 놓은 것일 뿐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섹스생활이 난잡하거나 문란하다고 말할수는 없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에는 분명히 다른 나라보다는 더 공개적인 섹스문화와 누드에 대한 개념이 있다.

 

비엔나에는 섹스산업을 위주로 한 나이트클럽들이 여럿 있다. 바빌론은 비엔나 뿐만 아니라 잘츠부르크, 클라겐푸르트에도 있다. 수많은 젊은 여인들을 고용하여 각종 쇼와 파티(예를 들어 총각파티)를 주선한다. 에스코트 서비스는 물론이다. 비엔나의 바빌론은 1구 자일러슈태테 1번지에 있다. 사치스런 위로, 비밀스런 아늑함이라는 선전을 하고 있다. 바빌론에 이어 비엔나에서는 막심도 유명하다. 비엔나의 막심은 1구 캐른트너슈트라쎄 61번지에 있다. 바빌론이건 막심이건 고급 나이트클럽이다. 사진은 인터넷에 실린 바빌론 안내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