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오스트리아 세시기

에티켓 천국

정준극 2010. 12. 24. 07:16

에티켓 천국

 

비엔나 사람들만큼 예의 바른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좋게 말하면 참으로 점잖고 우아한 사람들이며 나쁘게 말하면 남에게 보이기 위한 에티켓에 신경을 쓰는 겉치레의 사람들이다. 예의를 우선시 하는 경우는 제국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특히 그러하다. 그런만큼 에티켓에 대한 관습도 까다롭다. 예를 들어 여성의 손에 입맞춤을 하는 인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적당한 것일까이다. 남자는 여자가 먼저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먼저 손을 내밀어서 여자의 손을 잡는다면 실례이다. 여자는 자기의 손을 얼마만큼의 높이에, 얼마만큼 앞으로 내밀어야 할지를 속히 결정해야 한다. 그에 따라서 친밀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자가 손에 키스해도 좋다고 손을 내밀면 남자는 그제야 손을 가볍게 잡고 키스인사를 할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실제로 손 등에 입술을 대고 키스를 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손등에 키스를 하는 시늉만 내는 것이다. 그걸 개의치 않고 여자의 손을 부여잡고 무작정 키스를 한다면 정신이상자로 여겨져서 눈총을 받을지도 모른다. 여자의 손을 두 손으로 부여잡는 것도 에티켓에 어긋나는 일이다. 여자의 손을 가볍게 잡은 남자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여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 그것도 실례이다. 남자의 눈은 여자의 손등에서 약간만 높은 곳을 보면 된다. 오늘날 이런 에티켓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처음 만났을 때나 헤어질 때에는 그저 악수를 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악수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여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악수를 할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제 오스트리아에서 알아두면 소용이 있을지도 모르는 몇가지 에티켓에 대하여 설명코자 한다.

 

에티켓은 아름답다.

                           

[타이틀의 나라]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타이틀에 죽고 타이틀에 살만큼 타이틀을 중요하게 여긴다. 타이틀이라고 해서 권투 시합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 각자의 신분에 따른 타이틀을 말한다. 오스트리아에는 무려 819가지의 타이틀이 있어서 외국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영국인들도 타이틀을 끔찍히 좋아하지만 오스트리아 사람에게 비하면 아직 '아니올시다'이다. 교수, 의사, 성직자, 판사 등은 대단히 존경받는 계층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학위를 존중한다. 그래서 박사학위가 있는 사람이면 거의 모두 여권에까지 Dr 라는 타이틀을 기재한다. 만일 석사학위라도 받았으면 명함에 당연히 석사(Magister)라는 것을 밝힌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서호 호칭을 부를 때에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타이틀을 부르는 것을 더 선호한다. 예를 들면 Herr Magiser(석사님) 또는 Frau Doktor(박사여사님) 등이다. 요즘에 어떤 사람들은 학사학위까지 명함에 기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하면 독일어 표기보다는 미국식으로 MA 또는 PhD 라는 타이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무튼 오스트리아 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할 때에는 상대방이 어떤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지 미리 잘 알아두는 것이 유익하다. 박사인데 박사님(헤르 독토르)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아무개씨(헤르 아무개)라고 부르면 그건 대단한 실례이다. 아무튼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일단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안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삿말] 독일어를 배운 사람이라면 아침인사는 '구텐 모르겐', 점심인사는 '구텐 타그', 저녁인사는 '구텐 아벤트' 또는 '구테 나하트'라고 하는 것을 알고 그렇게 사용하려고 하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그저 Grüss Gott(그뤼쓰 고트) 한마디면 대체로 통한다. '그뤼쓰 고트'는 영어로 May God Greet You 라는 뜻으로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바바리아에서 주로 사용하는 인삿말이다. Servus(제르부스)라는 캐주얼 말도 많이 쓴다. Servus 는 Ihr Diener(이어 디너) 라는 뜻으로 원래 '당신을 섬기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만났을 때 헬로라는 뜻도 되지만 헤어질때 굿 바이라는 뜻도 된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잘 가!'라고 할 때에 '츄스'라는 말을 잘 쓴다. 이탈리아어의 '친친'과 같은 용도이다. '츄스'는 Tschuess 라고 쓰는데 그렇게 쓴다는 것을 아는 사람을 사실 별로 없다.

 

[여성에 대한 에티켓] 여성을 보살피고 사소한 것이라도 신경을 써주는 것은 오랜 사회적 관습이지만 요즘엔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여권운동가라면 그런 여자에게 신사로서의 예의를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환영을 받지 못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오스트리아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여성에 대한 에티켓이 잘 지켜지고 있다. 문을 나설때 미리 문을 열어주는 일, 식탁에 앉을 때 미리 의자를 당겨서 편하게 앉도록 해주는 일, 엘리베이터을 타거나 내릴 때에 먼저 타고 먼저 내리도록 배려하는 일, 코트를 받아 주는 일 등은 자연스럽게 지켜야 하는 에티켓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뻣뻣하게 있다면 눈총을 받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여성운동가, 좌익사상을 가진 여자 들에게는 조심해야 할 것이다. 잘못하면 시대착오적인 사람(아나크로니스트)으로 낙인 찍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식당에서...'어서 앉으셔요' '아이구 참 예의 바른 분이네요.'

 

[바디 랭귀지]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약간 보수적인 면이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뺨에 키스를 한다든지, 허깅(껴안는 것)을 한다든지, 자꾸 터칭(만지는 것)을 한다든지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말 할 때에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것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말할 때에 계속 딴 곳을 보면 대단한 실례이다.

 

[시간지키기] 오스트리아는 만일 기차가 5분만 늦어도 방송을 통해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나라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시간을 지키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약속을 해 놓고 단 몇분이라도 늦을것 같으면 미리 전화를 해서 늦는다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아무 말도 없이 5분 이상이나 늦으면 대단한 실례로서 신용이 뚝 떨어진다. 특히 저녁 초대를 받았는데 5분 이상 늦으면서도 연락을 하지 않으면 사람 취급을 받기가 어렵다. 전차, 버스, 지하철, 기차의 도착과 출발 시간이 정확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약속을 해놓고 마지막 순간에 취소하는 것은 대단한 실례이다. 비즈니스를 위해 만났어도 처음엔 가벼운 대화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나자마자 장사 얘기부터 하면 될 일도 안된다. 시간들은 잘 지키지만 비즈니스가 진행되는 것은 상당히 느리다. 특히 행정관청의 업무가 그러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시간이 좀 먹나!'라는 심정으로 그저 인내로서 기다려야 한다.

 

[식사] 배고파서 밥 먹는데 무슨 에티켓이 필요하냐고 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여러가지 포크와 나이프는 바깥 쪽에 있는 것부터 사용한다든지 수프를 먹을 때에는 접시를 어떻게 기울이며 스푼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등의 얘기는 다 아는 사항이므로 생략코자 한다. 다만, 디저트 스푼(아이스크림 등을 먹을 때 쓰는 스푼)으로 커피를 휘젓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식사를 시작할 때에는 주인이 먼저 스푼을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예의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이 '자 어서들 드세요'라고 말할 때까지는 최소한 기다려야 한다. 호스트를 알기 어려운 식탁에서는 그중에서 가장 연장자가 먹기 시작하면 따라서 먹으면 된다. 음식을 먹을 때는보통 Mahlzeit(말차이트) 또는 Guten Appetit(구텐 아페티트: Bon Appetit: 보나쁘띠)라고 가볍게 외치는 것이 보통이다. 말차이트라는 말은 '식사시간'이라는 뜻이지만 '잘 먹겠습니다'라는 의미이다. 어떤 사람은 아침식사나 점심때에는 말차이트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으며 다만 저녁식사때에만 사용한다고 말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식사를 할 때에는 양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 것이 예의이다. 하지만 팔꿈치를 식탁 위에 걸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음식 서브는 호스트(주인)의 옆에 있는 여성부터 시작하고 그 다음에는 그 옆에 있는 여성에게 한다. 여성이 없는 식탁이면 호스트에게 먼저 서브한다. 누가 호스트인지를 알기 어려우면 연장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부터 서브한다. 서브된 음식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내색을 하면 곤란하다. 정 먹기가 싫으면 그릇을 한쪽으로 슬쩍 밀어 놓으면 된다. 주인 마나님이 '아니 왜 안드세요? 맛이 없나 보군요...'라고 말하더라도 맛이 없다고 대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훌륭한 맛이지만 의사가 많이 먹지 말라고 했다든지 등의 적당한 변명을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건배(토스트)는 호스트가 먼저 제안한다. 그렇다고 초청을 받은 사람이 곧바로 답례의 건배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답례의 건배는 식사가 어느정도 진행된 후에 하는 것이 예의이다. 식사를 끝냈으면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 위에 5시 25분 형태로 놓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 위에 놓아두지 않으면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표시이다.

 

고급 레스토랑 또는 집에서라도 추수감사절 만찬과 같은 경우에는 이런 세팅을 한다.

 

[식사 에티켓 열가지]

1. 일단 자리에 앉으면 나프킨을 펴서 무릎 위에 올려 놓는다. 식사 중에는 가끔씩 나프킨으로 입 언저리나 손가락을 닦는다. 식사가 끝나면 나프킨을 그런대로 잘 접어서 식탁 위에 올려 놓는다.

2. 음식은 호스트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여성부터 서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다음에는 시계방향으로 다른 여자들에게 서브하고 남자들은 나중에 서브한다. 남자들은 아무리 냄새가 구수하다고 해도 참아야 한다.

3. 포크와 나이프는 손으로 꼭 잡고서 먹어야 한다. 손가락 끝으로 간당간당하면서 잡거나 흔들면서 잡으면 안된다.

4. 식사를 마쳤으면 포크와 나이프를 나란히 식탁의 가운데에 놓아둔다. 접시가 있으면 접시의 가운데에 두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여덟 팔자로 놓아두어도 된다.

5. 나온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먹고 싶지 않더라도 최소한 조금은 맛을 보며 먹는 척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 먹기 싫으면 조금 잘라서 손을 댔다는 흉내라도 내야 한다.

6. 음식을 먹고 나서는 조금 남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접시를 삭삭 비우면 며칠 굶은 사람처럼 보여서 곤란하다.

7. 디저트로 케익이나 파이와 같은 것이 나오면 포크로 먹는 것이 좋다. 스푼으로 케익을 떠서 먹으면 곤란하다. 물론 아이스크림은 별도의 스푼으로 떠서 먹어야 한다.

8. 식사 도중에 여자가 물을 버리러 화장실이라도 가게 되면 남자들은 의자에서 일어나야 한다. 여자가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면 다시 일어서서 앉기를 기다려야 한다. 물론 요즘엔 이렇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9. 식사를 마치고 떠나기 전에 주인에게 반드시 잘 먹었다고 말해야 한다. 음식에 대하여 감사하지 않으면 제공한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어서 곤란하다.

10. 식사를 초대받고 가서 잘 먹고 와서는 며칠 내로 감사의 편지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신상에 좋다.

 

[식당에서 계산하기] 오스트리아에서는 밥먹으로 가자고 먼저 초청한 사람이 값을 치루는 것이 보통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미국이나 네덜란드나 일본처럼 누가 얼마를 내야 하는지를 가지고 따지고 소리치며 잔돈을 서로 가지려고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얻어 먹었으면 나중에 반드시 갚을 줄도 알아야 한다. 대접 받고 나서 시치미 떼고 있으면 노랑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물론 여행자, 관광객이라면 별문제이겠지만 말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 점심은 대단히 중요한 행사이다. 되도록이면 잘 먹는다. 대신에 저녁은 샌드위치 정도로 가볍게 해결한다. 그러니 대접을 하려면 가급적 점심을 대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녁이나 먹자고 하는 것은 저녁 먹고 나서 오페라를 가든지 하는 추가 프로그램이 있으면 상관없을 것이다.

 

[팁주기] 식당이나 택시에서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한국은 참으로 좋은 나라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팁을 주어야 한다.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주어야 한다. 보통 10%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계산서에서 끝자리를 올리는 것을 보통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밥을 먹었는데 계산서에 12.60 유로가 나왔으면 아예 13 유로로 만들어 청구하는 식당이 많다. 그럴 바에야 왜 값을 아예 13 유로라고 적어 놓지 왜 12.60 유로라고 적어 놓았는지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커피 한잔을 마셔도 팁을 주는 것이 관례이다. 팁 때문에 물가가 자꾸 올라간다고 불만인 사람들이 많다. 짐을 가지고 택시를 탈 때에는 운전사가 트렁크에 짐을 실어주는 것이 보통이다. 자기 짐이라고 해서 자기가 들어서 트렁크에 넣는다든지 하면 운전기사가 싫어한다. 택시에 가장 효율적으로 짐을 싣는 일은 운전사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짐이 몇개인지에 따라 팁을 더 주는 것이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방법이다. 비엔나의 한국식당에 가서 짜장면 하나 시켜 먹고 팁도 안주고 그냥 나오면 뒤에서 중국인 종업원들이 '아이구 코리언들...'이라면서 빈정댈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으면 일부러 팁을 주지 않고 항의를 표현할수 있다. 특히 중국인 종업원들에게는...

 

[상류층은 있는가?] 있다. 오스트리아는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아직도 Adelsclub(아델스클럽: 귀족클럽)과 같은 사교클럽이 존재하고 있다. 직장에서도 가만히 보면 누가 자녀들을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는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는 자주 가는지, 비엔나의 고급 레스토랑에는 자주 가는지, 비엔나신년음악회의 티켓은 예약해 놓았는지, 벤츠 신형을 타고 다니는지를 가지고 대충 '아하, 저 양반은 상류층이구나'라고 가늠할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예를 들어 비엔나신년음악회의 티켓도 돈만 있다고 해서 살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평우선주의로서 인터넷을 통해 예매를 받아 무작위로 추첨을 하여 티켓을 판다.

 

[선물] 선물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열어보는 것이 보통이다. 무슨 놈의 성미가 그렇게도 급하냐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선물을 받았는데 열어보지도 않고 한쪽으로 밀어 놓으면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나?'라는 오해를 받기가 쉽다. 집에 초대를 받았으면 빈손으로 가지 않는 것이 좋다. 하다못해 꽃이라도 사들고 가야 한다. 꽃은 홀수로 들고가야 한다. 짝수는 재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 열두송이 즉 한 다스는 상관없다. 꽃을 줄 때에는 포장을 아예 하지 않거나 포장지로 둘렀다고 해도 벗기고 주는 것이 예의이다. 우리는 남에게 꽃다발을 줄 때에 포장을 그럴듯하게 해서 주지만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그냥 생화 묶음을 준다. 사실 그것이 더 멋있다. 우리는 남의 집을 갈 때에(특히 집들이 할 때에) 가루비누, 화장지 등을 주로 가져간다. 옛날에는 성냥이나 초를 가져가기도 했다. 전기가 나가면 비상용으로 초를 키라는 의미이지만 성냥불처럼 가계가 활활 타오르라는 뜻이 더 강했다. 두루마리 휴지는 만사가 휴지처럼 잘 풀리라는 의미에서라고 한다. 가루비누는 또 무슨 의미인가?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가루비누나 변소 화장지를 선물로 가져 간다는 얘기를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 하면 도무지 이해를 못한다. '아니, 가루비누나 화장지를 주다니! 우리집이 그만큼 더럽다는 말인가? 화장실이나 계속 들락거리라는 말인가?'라고 생각할수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와인, 케익, 초콜릿, 브랜디, 위스키 등을 주로 가지고 간다. 빨간 장미꽃은 금물이다. 안주인과 무슨 섬싱이 있으면 몰라도 빨간 장미는 곤란하다. 마찬가지로 빨간 카네이션도 곤란하다. 빨간 카네이션은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의 공식 꽃이기 때문이다. 향수도 선물로서는 금물이다. 향수는 각자 자기만의 냄새가 있으므로 그걸 고려하지 않고 다른 냄새의 향수를 사다 주면 이상한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기가 쉽다. 그리고 한국 특산품이라고 해서 인삼제품을 가져와서 선물로 주면서 '굿 훠 섹스 앤드 스태미나...'라며 엉터리 영어로 손짓발짓 설명하면 '아니, 이거 미친사람 아닌가?'라는 오해를 받을수 있다. 아무튼 인삼차는 주지 않는 것이 좋다.

 

공무로 만나거나 사업상 만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우리나라나 일본 사람들처럼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로 만난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면 문방구, 책, CD, 작은 공예품 정도면 충분하다. 끝이 뾰죽해서 흉기가 될수도 있는 선물은 금물이다. 회사 로고가 들어있는 물건을 생색을 내고 주는 것은 핀잔을 받는 일이다. 개인적인 물품, 말하자면  자기가 쓰던 물건을 주는 것도 사양이다.

 

[기타] 오스트리아 사람과 독일 사람을 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서로 다르다. 습관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다. 오스트리아 사람과 만났을 때 절대로 독일 사람과 비교해서는 안된다. '독일 사람들은 이러저러하니 당신도 그렇지 않소?'라는 말은 곤란하다. 어느 장소를 들어가든지 간단히 '안녕하쇼?"라고 인사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무 상점이나 들어갈 때 종업원에게 인사하고 나중에 나올 때도 인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찬사를 받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요즘에 이뻐졌다느니 살이 많이 빠졌다느니 하는 개인적인 찬사는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화를 나눌 때에는 손을 포켓에 넣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