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오스트리아 세시기

오스트리아의 무도회 문화

정준극 2010. 12. 28. 11:53

오스트리아의 무도회 문화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에서 해마다 고난절 전에 열리는 오페라무도회(오페른발)

 

오스트리아라고 하면 또 한가지 연상되는 것이 있다. 오스트리아 등록상표인 비엔나 왈츠를 제대로 즐겨보다는 화려한 무도회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오스트리아는 무도회 문화가 매우 발달되어 있는 나라이다. 무도회가 발달했다기보다는 무도회를 열어 춤을 추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나라와 같다. 오스트리아 각처에서 열리는 무도회는 매년 1천회 이상이나 된다. 비엔나가 그런 무도회의 총본산이다. 가장 유명한 비엔나의 무도회는 오페른발(비너 오페른발: Wiener Opernball)이라고 하는 것이다. 가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무도회이다. 비엔나 당국은 오페라무도회를 개최하여 매년 약 2천만 유로의 수입을 올린다. 역시 장사속에도 빠른 비엔나 사람들이다. 전국적으로 열리는 각종 무도회에는 1년에 무려 250만명의 인원이 참가한다. 비엔나뿐만 아니라 잘츠부르크, 인스부르크, 그라츠 등 큰 도시에서도 모두 무도회가 열린다. 무도회 시즌은 11월 11일 오전 11시 11분에 시작하여 카니발의 마지막 날인 '참회의 화요일', 즉 마르디 그라스(Mardi Gras: Shrove Tuesday)까지 계속된다. 오스트리아의 무도회는 마르디 그라스을 남겨 둔 1주일 동안 피크를 이룬다. 무도회 장소로는 비엔나의 경우,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 비엔나 악우회 황금홀, 시청(라트하우스) 홀, 그리고 호프부르크 궁전의 대연회장과 레도우텐잘(Redoutensale)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물론 슈타츠오퍼의 무도회가 가장 유명하여 이를 오페른발(오페라무도회)이라고 부른다.

            

비엔나 시무도회. 1904년. 칼 루에거 시장이 주관한 것이다. 왼편에 검은 정장을 입고 서 있는 양반이 칼 루에거 시장이다. 빌핼름 가우제 작.

 

무도회에 참가하려면 티켓도 사야하지만 여성들은 드레스를 준비해야하고 미장원도 가야하기 때문에 돈이 상당히 든다. 대충 1인당 200 유로가 넘게 든다. 양가집 규수들과 총각들은 무도회를 통하여 사교계에 데뷔한다. 그만큼 중요한 이벤트이다. 무도회에서 체면을 유지하려면 왈츠와 폴카 등을 잘 추어야 한다. 그러러면 댄스학교(탄츠슐레)에 열심히 다녀서 배워야 한다. 주로 15-16세의 청소년들이 춤을 배우러 온다. 댄스학교에서는 신사숙녀로서의 에티켓도 가르친다. 비엔나의 시내 곳곳에 있는 댄스학교의 입구에 수강생들이 줄을 지어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비엔나의 이색 풍경 중의 하나이다. [오페라 무도회에 대하여는 본 블로그의 <오페라 무도회> 란을 참고하시기 바람]

 

트라흐텐발에 참석한 어린이들도 민속춤을 즐긴다.

 

레도우테(Redoute)는 일종의 가면무도회이다. 레도우테는 한때 비엔나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으나 요즘에는 별로 자주 열리지 않는다. 사람 사는 것이 어차피 모두 가면이라고 생각해서일까?  하지만 아직도 가면무도회가 열리고 있기는 하며 가장 유명한 것은 '루돌피나 레도우테'(Rudolfina Redoute)이다. 호프부르크 궁전에서 열린다. 숙녀들은 눈만 내놓은 가면을 써야 하지만 신사들은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된다. 크랜첸(Kränzchen)은 지나치게 형식적이지 아니한 무도회를 말한다. 원래 크랜첸이라는 말은 작은 화환, 또는 여자들만 모이는 작은 수다모임을 말한다. 참가자들은 그저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고 춤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된다. 크랜첸은 비공식 무도회이지만 색다른 의상을 챙겨입고 나타나야 한다.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에델봐이쓰크랜첸'(Edelweisskränzchen)에는 남자들은 가죽 바지(레더호젠)를, 여자들은 전통 민속의상인 디른들(Dirndl)을 입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카린티아의 빌라흐에서 화싱과 관련하여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마치 베니스 카니발처럼 별별 모습으로 가장한 사람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난리를 편다.

 

잘츠부르크의 에델봐이쓰크랜첸. 민속춤인 랜들러를 주로 춘다.

 

비엔나에서 열리는 '라이프 볼'(Life Ball: 생명살리기 무도회)은 국립오페라극장에서의 오페른발만큼 인기가 높다. HIV-AIDS 환자들을 위한 자선무도회이다. 정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평상의 무도회로서 게이들이 대거 참석한다. 혹시 게이들 중에 아는 얼굴이라도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라이프 볼'은 특이한 패션 쇼와 같아서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아무튼 볼거리가 많은 무도회이다. 매년 5월에 시청앞 광장에서 인파와 함께 거행된다. 요즘엔 '라이프 볼'의 티켓을 구하는 것이 '오페라 무도회'의 티켓을 구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누이 블랑셰'(Nuit Blanche)라는 무도회도 있다. 굳이 무도회라고 하기는 그렇고 그저 사교모임이라고 보면 되는 행사이다. 단, 모두 흰 옷을 입어야 한다. 이런 무도회는 사회단체들이 주관하는 것이 보통이다. 무도회의 의상 규정은 초청장에 명시되어 있다. 공식무도회라면 남자는 최소한 딘너 쟈켓을 입어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연미복을 입어야 한다. 여자들은 공식 드레스를 입는다. 훈장을 받은 것이 있으면 주렁주렁이라도 좋으니 달고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고급장교들이라면 화려한 예복을 입는 것이 정상이다.

 

시청앞 광장에서의 '라이프 볼'의 화려한 오프닝

라이프 볼의 한장면이다.

 

트라흐텐발(Trachtenball)은 오스트리아의 전통 의상을 입고 갖는 무도회이다. 남자들은 가죽바지(Lederhosen)에 조끼를 입으며 여자들은 아름다운 디른들(Dirndl)을 입는다. 대개 공회당이나 학교 강당에서 열리며 주로 왈츠와 랜들러를 춘다. 트라흐텐발은 전국 각지에서 열리지만 비엔나가 리드한다. 2011년도 비엔나의 트라흐텐발은 1월 15일 저녁에 아우(Au)학교의 대강당에서 열렸다. 트라흐텐발은 트라흐텐무지칸텐발(Trachten Musikantenball)을 줄여서 부르는 명칭이다.

 

시골마을의 트라흐텐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