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오스트리아 세시기

오스트리아 세시기 - 2

정준극 2010. 12. 28. 16:55

오스트리아 세시기 - 2

 

[2월]

오스트리아의 2월은 무도회의 시즌이다. 가장 유명한 무도회는 비엔나의 국립오페라극장(Staatsoper: 슈타츠오퍼)에서 열리는 오페른발(Opernball: 오페라무도회)이다. '공화국무도회'라고도 부른다. 오스트리아의 내노라 하는 정치인, 부자, 저명인사, 사교계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데뷔땅들이 자기들의 부와 명예, 억지 스마일과 정성껏 치장한 와이프, 그리고 왈츠 솜씨를 자랑할수 있는 기회이다. 사실상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다이어몬드 악세사리로 번쩍이는 치장을 한 와이프와 동행하는 것은 자기의 신분을 자랑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남자들도 신경을 많이 쓴다. 아직도 귀족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오페른발에 참석하기 위해 1년 동안 돈을 모으고 준비한다는 얘기까지 있다. 오페른발에는 공화국의 대통령, 수상, 장관들, 기타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잠시 참석하여 왈츠를 한바탕 추고 박수를 받은후 자리를 뜬다. 오페른발은 비엔나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만큼 음악은 국립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그래서인지 극장장과 상임지휘자는 주빈격이다. 오페른발은 매스콤의 각광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행사중의 하나이다. 국영 ORF TV가 오페른발을 생중계한다. 슈타츠오퍼에서의 오페른발과는 별도로 무직페어라인(악우회)에서 빈필하모니커가 주관하는 무도회도 있다. 자세한 것은 본블로그의 오페른발 편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국립오페라극장(슈타츠오퍼)에서의 오페른발(오페라 무도회) 오프닝 입장. 사교계에 데뷔하는 선남선녀들이다.

오페른발


오페른발이 거행되는 것과 동시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오페른발데모(Opernballdemo)라는 이벤트이다. 주로 좌익 행동주의자들이 오페른발을 반대하여서 1987년부터 벌여온 데모이다. 이들은 오페른발이 부르조아 자본주의의 산물이며 현대사회에서 퇴폐의 상징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하기야 오페른발에서 간단히 4명 테이블을 하나 겨우 차지하는데에만 각자 입장료 230 유로(37만원)를 내는 이외에도 640 유로(약 1백만원)의 자리세를 내야하니 아무리 왈츠를 추고 싶어도 돈없는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 아닐수 없다. 좌익분자들은 유명인사들이 입장하는 시간에 맞추어 슈타츠오퍼 건물과 링슈트라쎄 일대에서 반대 시위를 한다. 그런데 근년에 들어서는 데모가 좀 시들해졌다. 오스트리아로서는 국가적인 행사인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밥먹고 할 일들이 없으니까 별것을 다 반대한다는 핀잔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오페른발데모에는 간혹 어릿광대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 다수 참여하여 볼꺼리를 제공하고 있다.

 

날씨도 추운데 국립오페라극장 밖에서 오페른발을 반대하는 데모대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오페른발 이후에 열리는 제2의 대규모 무도회는 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Life Ball(라이프 발)이다. 에이즈 퇴치를 위한 기금 마련이 목적이다.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여러 장면 중에 특별히 게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인기 폭발이다. 라이프 발이 인기를 차지하게 된 데에는 오페른발과 같은 공식적이고 형식적인 무도회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수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 발은 자선무도회이므로 기업들은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너도나도 참여코자 하고 있다. 그래서 티켓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라이프 발의 한 장면

 

고난주간(렌트: 사순절)을 맞이하기 전에 사흘 내지 일주일에 걸쳐 축제를 벌이는 것을 카니발(사육제)이라고 하지만 독일어로는 Fasching(화싱)이라고 한다. 앞으로 닥칠 고난주간에 예비하여 즐거운 시간을 갖자는 것이 화싱의 취지라고 한다. 화싱에는 곳곳마다 여러 행사가 펼쳐지지만 그 중에도 캐른텐주의 빌라흐(Villach)에서의 행사가 대단하다. 물론 베니스의 카니발이 대단하여서 온 동리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하지만 빌라흐의 행사도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만만치가 않다. 화싱은 재의 화요일, 즉 고난주간이 끝나는 것과 함께 막을 내린다.

 

빌라흐에서의 화싱행진. 난리도 아니다.

아름다운 빌라흐

 

또 다른 2월의 풍습은 잘츠부르크와 바바리아 지방에서 행하여 지는 아퍼슈날첸(Apeprschnalzen)이란 것이다. 전통의 가죽바지를 입은 젊은이들이 모여 가죽채찍을 휘두르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풍습이다. 땅 속에 있는 씨앗들을 깨우며 땅의 정령들에게 쌓여 있는 눈을 치워달라고 부탁하는 의미에서 내는 소리라고 한다. Aper(아퍼)라는 단어는 바람이라는 뜻이며 Schnalz(슈날츠)는 딱딱거리는 소리를 말한다. 요즘에는 아퍼슈날첸을 통하여 누가 가장 훌륭한 소리를 내는지 경연대회를 갖기도 한다. 잘츠부르크 인근의 발스(Wals)에서의 채찍소리내기 경연대회가 가장 유명하다.

 

아퍼슈날첸 시합. 가죽채찍 소리가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