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세시기 - 3
[3월과 4월]
40일간의 고난주간이 끝나면 부활절이 온다. 오스터보크(Osterbock)라는 맥주는 전통적으로 고난주간에 마시는 맥주이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과는 달리 부활절은 상당히 종교적이다. 우선 종려주일(Palm Sonntag)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종려주일은 부활주일 전의 일요일로서 그리스도가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에 백성들이 종려 가지를 길에 놓아 그를 맞이하였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종려주일이면 오스트리아의 지방에서는 일곱가지 서로 다른 풀로서 화환을 만드는 풍습이 있다. 각각의 풀은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화환을 팔름부센(Palmbuschen)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팔름부센을 교회에 마련한 기둥에 매단다. 그리스도가 예루살렘에 도착하였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교회는 팔름부센을 만들어 봉헌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축복을 내려 준다. 화환들은 나중에 밭에 뿌린다. 그러면 풀이 썩어서 거름이 된다.
종려주일에 어린이들이 화환과 종려나무 잎을 가지고 행진하고 있다.
종려주일부터 부활주일까지의 1주일 동안 오스트리아의 각 지방에서는 여러 행사가 끊이지 않고 거행된다. 고난연극이 공연되는 것은 대표적이다. 부활절을 위해서는 계란에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을 하는 풍습이 있다. 하기야 이것은 오늘날 세계적인 풍습이 되어 있지만 원래는 주로 바바리아 지방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부활절 계란은 주로 체리 나무가지로 장식한다. 체리는 봄철에 가장 먼저 꽃부터 피우는 나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부활절 계란을 서로 부딪쳐서 누구의 것이 먼저 깨지는 가를 보는 게임도 한다. 이를 Eierpecken(아이어페켄)이라고 부른다. 부활절에 즈음하여서는 지방에 따라 수난극(Passion Play)을 공연한다.
부활절 계란을 서로 부딪혀서 어떤 것이 먼저 깨지는가를 시합하는 아이어페켄 풍습
교회의 종은 그륀돈너스타그(Grundonnerstag: Green Thursday)로부터 부활절 아침까지 울리지 않는다. 그륀돈너스타그는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가진 날이다. 그륀돈너스타그에는 아이들이 나무로 만들어서 손잡이를 돌리면 따다닥 하는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소리를 낸다. 그 장난감을 라첸(Ratschen)이라고 부른다. 소리를 내는 이유는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라는 의미이다. 부활절 밤, 즉 토요일 밤에는 동네마다 커다란 캠프화이어를 만들어 놓고 불을 피운다. 이거 역시 이교도 사상에서 나온 풍습이지만 가톨릭 교회의 풍습에 동화되었다.
그륀돈너스타그에 어린이들이 라첸이라는 장난감을 들고 다니면서 따가닥 따락 하며 소리를 낸다
4월 23일은 '성조지의 날'이다. 성조지(잔크트 게오르그)는 말들의 수호성인이다. 이날은 특별히 말에 의지해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중요한 날이다. 오스트리아의 어떤 지방에서는 교회에 올때 말을 타고 오는 풍습이 있다. 이를 게오르기리트(Georgiritt)라고 부른다. 전통 의상을 입고 말을 타고 행진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다. 말을 타고 오는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성조지의 역할을 맡아 한다.
잔크트 게오르그의 날에 말을 타고 교회로 행진하는 마을 사람들. 가운데 사람은 잔크트 게오르그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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