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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세시기 - 4

정준극 2010. 12. 28. 19:25

오스트리아 세시기 - 4

 

[5월]

5월 1일의 전야는 Philippinacht(필리피나하트)라고 부른다. 성 필립의 밤이다. 필립은 예수님의 열두제자 중의 한 사람이다. 질서(Order: Ordnung)의 수호성인이다. 이날 밤에 마을의 젊은이들이 모여 거리를 다니며 질서에 어긋나게 방치되어 있는 물건들을 수거하여 교회 마당같은 곳에 놓아둔다. 예를 들면 길거리에 방치해 놓은 자전거이다. 그러면 다음날 아침에 자전거 주인이 나타나서 약간의 기부금을 내고 물건을 찾아간다. 젊은이들은 그 돈으로 청소년을 위한 활동에 사용한다. 요즘에는 젊은이들이 밤에 떼지어서 다니면 공연히 불한당 같으므로 낮에 청년들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거리를 행진하여 질서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을 높이는 캠페인을 벌인다. 보통 밴드와 함께 행진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수 있다.

 

필리피나하트에 앞서서 단정한 복장의 마을 사람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질서를 강조하고 있다.

 

5월 1일은 노동절로서 휴일이다. 도시에서는 노동자들이 붉은 기를 들고 행진을 한다. 실상 행진에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수 있다. 비엔나에서는 간혹 군인들이 링슈트라쎄를 따라 행진을 한다. 마치 국군의 날과 같은 행진이다. 시골에서는 이날 젊은이들이 마을 광장이나 공터에 높은 장대를 세운다. 독일어로는 마이보이메(Maibäume)라고 하며 영어로는 메이폴(Mayploe)이라고 하는 장대이다. 이와 함께 춤과 음악이 어울리는 약간의 파티가 열린다. 모두들 기분 좋게 한잔씩 걸친다. 시장에서는 장터가 오픈되어 별별 것들을 싸게 살수가 있다.

 

마이보이메(메이폴)를 세우는 마을 젊은이들

 

5월의 어느 날에는 잘츠캄머구트의 알타우스제(Altaussee)에서 나르치센페스트(Narzissenfest: 수선화축제)라는 거창한 연례행사가 열린다. 행사가 열리는 날은 해마다 다르다. 이를 구경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오기 때문에 작은 마을인 알타우스제는 몸살을 앓는다. 사람들은 수선화로 거대한 형상을 만든다. 토끼도 만들고 달팽이도 만든다. 그렇게 만든 형상을 마차에 싣고 퍼레이드를 벌이던지 보트에 싣고 호수에서 시위를 한다. 장관이다. 모두들 '와-'라고 소리친다. 독일어로 수선화는 나리치스이다. 알타우스제 마을이 속하여 있는 아우스제(Aussee)는 독특한 전통과 풍습을 유지하고 있다. 여자들이 입는 전통 의상인 디른들도 아우스제의 것은 다른 지방의 것에 비하여 독특하게 아름답다. 나르치센페스트 때에는 마을의 여자들이 모두 아우스제 디른들을 입어서 화려함을 자랑한다. 만일 이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간다면 카메라를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수선화를 찍는다는 명분으로!

 

나르치센페스트에서 수천개의 수선화로 만든 신데렐라 마차에 꼬마들이 타고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수선화로 달팽이 형상을 만들어 보트에 싣고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이건 무슨 동물인지 모르지만 수선화로 정성스럽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