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세시기 - 5
[6월]
성령강림절(핑스트존타그: 펜테코스트: Pentecost) 이후 두번째로 맞는 목요일을 프론라이히남스타그(Fronleichnamstag)라고 한다. 성체축일이다. 성체성혈축일이라고도 부른다. 성체를 공경하고 성체에 대한 신앙심을 높이는 축일이다. 라틴어로는 코르푸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라고 한다.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뜻이다. 성체축일에는 교회에서 성체강복식을 가지며 사제들과 신도들이 거리에서 성체행렬을 가진다. 오스트리아에서 성령강림절과 성체축일은 은행이 쉬는 공휴일이다. 오스트리아는 정통 가톨릭 국가이므로 가톨릭교회와 관련한 큰 축제는 교회의 행사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 업체들도 무조건 문을 닫고 쉰다. 아무튼 은행들은 중요한 종교 축일이라고 생각되면 그날을 어김없이 공휴일로 삼고 있으니 교회와 경제의 관계를 알것 같다. 성체축일에는 마을마다 정장한 주민들이 성체를 앞세우고 거리를 행진한다. 그리고 밴드가 뒤따른다. 마을의 무슨 무슨 협회, 클럽, 길드(상인조합) 등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의 행진이다. 성체축일은 중세로부터 대단한 행사였다. 다음 그림에서 볼수 있듯 마을 최대의 축제였다.
성체축일 참가자들이 교회로 향하고 있는 작품
잘츠부르크 인근 어떤 마을에서의 성체축일 행진.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기념상으로 성체를 대신하고 있다. 어떤 교회에서는 삼위일체축일과 성체축일을 함께 축하한다.
잘츠부르크 지방에서는 성체축일과 관련하여 '삼손행진'이라는 이벤트가 거행되는 경우가 있다. 룽가우(Lungau)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다. 그야말로 마을 축제이다. 삼손행진이 열리는 마을의 광장은 소총클럽, 의용소방대원들, 가죽바지를 입은 거나하게 취한 마을 사람들, 관광객들로 법석도 아니다. 사람들은 장대한 모습의 삼손 형상을 이끌고 행진한다. 삼손이 여러명일수도 있다. 그런데 삼손의 모습은 구약성경 사사기(판관기)에 나오는 고대 히브리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근대판이다. 마치 프랑스의 나폴레옹 병사와 같은 복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30년 전쟁에 참전했던 오스트리아 병사의 모습이다. 왜 하필이면 삼손인가? 삼손과 같은 천하장사를 앞에워서 농사에 방해가 되는 악마들을 물리친다는 생각에서이다. 삼손행진은 옛날 우상숭배 시절의 관습이 남아서라는 주장도 있다. 거인이 악령을 쫓아낸다는 우상숭배 시절의 관습이 발전하여 오늘의 삼손행진이 되었다는 것이다. 삼손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교회가 백성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악귀를 쫓아내는 거인을 대충 삼손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잘츠부르크주의 룽가우 지역에서 삼손행진으로 유명한 마을은 탐스베그(Tamsweg), 잔트크 미하엘(St Michael), 무르(Muhr), 라밍슈타인(Ramingstein) 등이다. 그러나 삼손행진은 반드시 성체축일에 거행하지 않는 마을도 있다. 삼손은 마치 제국 군대의 병사와 같은 복장에 갑옷을 걸쳤으며 손에는 창을 들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머리에는 전사의 투구를 쓰고 있다.
룽가우 지방에서의 삼손행진. 믿거나 말거나 이 장대한 형상이 삼손이라고 한다. 삼손은 커녕 제국의 근위대 병사처럼 생겼다.
6월 21일에는 밤에 산꼭대기마다 사람들이 올라가서 횃불을 밝히는 풍습이 있다. 보기에 좋다. 마치 '반지의 제왕'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우상숭배 시절의 풍습이 전해 내려온 것이다. 날씨가 좋기 때문에 이날 횃불과 함께 야외에서 바베큐 파티를 갖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는 밤새 퍼마신 술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일찍 일어나지 못한다. 아니, 술이 웬수인가? 왜들 그렇게 퍼마시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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