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오스트리아 세시기

오스트리아 세시기 - 6

정준극 2010. 12. 29. 08:13

오스트리아 세시기 - 6

 

[7월과 8월]

7월과 8월의 여름철에는 여름 휴가 때문에 정신들이 없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여름철에 하이킹가는 것을 좋아한다. 산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산에 올라가는 것이 일상이다. 사람의 이름에도 베르크(Berg: 산)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간다. 바다(Meer)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이름은 거의 없다. 하이킹은 어린 시절부터 강조되어온 풍습이다. 조그만 아이들이 겁도 없이 친구 몇명과 함께 작은 배낭을 메고 산에 올라가는 것을 보면 기특하다. 전국민의 하이킹 시즌에 청개구리처럼 수영을 하러 가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오스트리아는 바다가 없기 때문에 해수욕장이 없어서 수영이 무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강은 많지만 물살이 세기 때문에 강에서 수영하는 것은 위험하다. 호수들도 많지만 호수에서의 수영은 거의 금지되어 있다. 그저 보트를 타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더구나 서양에서는 호수에 정령이나 괴물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어서 호수에서의 수영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수영이나 수상 스포츠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귀신도 겁나지 않는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여름철에 맥주마시기 대회라도 나가려는 듯 집에서 맥주만 마시며 지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식구들로부터 구박을 받기가 십상이다.

 

하이킹. 아름다운 자연.

 

7월 25일은 '성야곱의 날'(St Jakobstag: 잔크트 야콥스타그)이다. 야곱은 농부와 목동들의 수호성인이다. 소를 많이 기르는 잘츠부르크 지방에서는 당연히 성야곱을 크게 존경한다. 심지어 잘츠부르크 인근에는 잔크트 야콥 암 투른(St Jakob am Thurn)이라는 이름의 마을까지 있다. 성야곱의 날에 잔크트 야콥 암 투른에서는 민속축제 한마당이 펼쳐진다. 또 다른 풍습은 높이 2,117 미터의 훈트슈타인(Hundsstein) 산 위에서 레슬링 시합을 하는 것이다. 중세로부터 내려온 풍습이다. 승자는 Hagmoar(하그모아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Hagmoar 라는 말은 '지방 챔피언'이라는 뜻이다. Hag는 경계(Zaun)라는 뜻이며 Moar 는 Meister(거장)이라는 뜻이다. 심판관이 말채찍을 들고 딱딱 소리를 내면서 심판을 보는 것이 특별하다.

 

훈트스슈타인 산에서의 레슬링(랑켈른 또는 랑겔른)은 중세로부터의 전통이다. 이를 야코비 훈트스슈타인이라고 부른다. 주로 성 야콥의 축제일에 갖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야코비 훈트스슈타인

훈트슈타인 산에서 열리는 레슬링 시합.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온 동리 사람들이 모두 산에 올라왔다.

 

잘츠부르크 소금광산이 있는 할라인(Hallein) 인근의 뒤른버그(Dürnberg)에서는 마을 상인조합이 주관하여 고대로부터의 '칼춤'(Schwerttanz)을 보여준다. 사실 칼춤은 이교도시대의 풍습으로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전해내려 오는 춤이다. 아마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 칼을 휘둘렀던 것이 유래가 되었던 것 같다. 유럽 중에서도 스코틀랜드의 칼춤은 유명하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할라인 지방만이 유일하게 칼춤의 풍습을 이어오고 있다. 원래는 소금광산의 광부들이 축제 때에 추던 춤이었다. 하지만 광부들이 자취를 감춘지는 오래이다. 대신, 옛날 소금광산을 관광지로 개발해 놓고 운영하는 관광회사 직원들이 옛날 광부들의 전통의상을 입고 칼춤을 춘다. 잘츠부르크 지방의 뵈크슈타인(Böcksein)과 같은 마을에서도 비슷한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있다.

 

룽가우 지방의 슈베르트탄츠(칼춤)


잔크트 마르틴(St Martin)의 칼춤 축제. 광부를 표시하는 깃발을 휘두르고 있다.

 

다시 룽가우 지방으로 가보자. 삼손행진으로 시선을 끈 지방이다. 이 지방의 무르(Muhr)와 체더하우스(Zederhaus) 마을에서는 7월 중에 프랑슈탕겐(Prangstangen)을 옮기는 의식이 있다. 프랑슈탕겐은 수천개의 꽃으로 장식한 긴 장대를 말한다. 이 장대에 마을 사람들의 소원을 담아 세우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소원은 주로 농사가 메뚜기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런 저런 소원을 마음에 품고서 장대 주위를 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탑돌이를 보는 것과 같다. 장대를 옮겨서 세우는 작업은 총각들의 특권이다. 총각이 부족하면 결혼한 남자도 참가할수 있는데 다만 아직 아이가 없어야 한다. 행사가 끝나면 사람들은 장대를 교회에 가져가 8월 15일 성모승천일(Maria Himmelfahrt) 축제까지 보관해 두었다가 다시 꺼내어 사용한다. 그후 장대에 달았던 꽃이나 나무가지는 고기를 훈제로 만드는 일에 사용한다.

 

교회 앞에 세워 놓은 프랑슈탕겐(장대). 수많은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