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세시기 - 7
[9월과 10월]
알프스 지방에서는 여름이 끝나고 9월 초순이면 알름아브트리베(Almabtriebe)라는 이벤트가 열린다. 여름 내내 알프스의 산록에 방목하였던 소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행사이다. 그럴 때에는 소들을 여러 악세사리와 화환으로 장식한다. 목에 건 큰 방울이 설렁설렁 소리를 내면 '아, 가을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마을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소들을 환영한다. 사실 소들을 환영하는 행사는 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마을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축제이다. 알름아브트리베라는 단어에서 알름은 베르크봐이덴(Bergweiden), 즉 높의 산의 목장을 말하는데 이를 알름(Alm)이라고 부르며 아브트리브(abtrieb)라는 단어는 방목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알름아브트리브라고 하면 높은 산의 목초지에서 소들을 방목한다는 뜻이다.
여름내내 산에서 지내던 소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당당하게 마을로 돌아오고 있다. 화려하게 장식했다. 마치 개선장군과 같다. 소들도 이날이 무슨 날인지 아는지 질서있게 행진한다. 대개 9월 말이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의당 추수감사 행사가 열리기는 하지만 지방에 따라 풍습이 다르다. 동부에서는 지방마다 포도수확에 따른 행사들이 열린다. 이를 레제(Lese)라고 부른다. 수확 기간중 또는 수확이 끝나고 나면 대개 농촌시장이 한마당 열리며 민속 춤이 어우러진다. 어떤 마을에서는 빵축제도 열린다. 1년 수확이 잘 되어 빵을 잘 만들어 먹게 되었으니 감사하다는 의미에서 제빵 종사자들이 자기가 만든 빵들을 들고 거리를 행진한다. 예를 들면 비엔나에서 가까운 바덴에서 가을이면 빵축제가 열린다.
수확을 감사하는 민속춤이 마을 광장에서 어우러지고 있다.
10월 31일은 '만성절'(Allerheiligen Tag: All Saint's Day)이다. 세상 떠난 분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우리나라의 성묘처럼 이들도 세상 떠난 사람들의 묘지를 방문하여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 할로윈은 오스트리아의 전통 풍습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몇년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 이날 밤에는 젊은이들이 이상한 가면을 쓰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괴성을 지르기도 하며 소란을 떤다. 미국의 시골처럼 아이들이 도깨비로 분장하여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탕을 얻는 일은 없다. 사람들은 혹시나 소란하고 귀찮은 젊은이들이 나타나지 않을까하여 걱정이다. 11월 1일은 '모든 영혼의 밤'(All Soul's Night: 만혼절)라고 하여 만성절에 가족 묘지를 찾아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하루를 더 연장하여 묘지 참배행사를 갖는다.
만성절의 성묘객들. 이 사람들은 묘지의 관 위에 올라가서 낮잠도 자고 먹기도 하고 신문도 본다. 이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고인들을 추모한다. 우리처럼 묘지 앞에서 절을 하는 등의 풍습은 없다. 되도록이면 묘지 위에 오래 머물다가 가는 것이 효도로 생각하고 있다.
만성절 묘지 방문 준비를 위해 거리에 꽃시장이 들어섰다. 묘지가 멀어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꽃을 준비하여 집에서 추모의 시간을 갖는다. 아무튼 모두들 꽃을 준비한다.
만성절 밤의 어떤 식당. 만성절 등불 장식이 유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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