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란챠(Elina Garanca)

정준극 2011. 1. 3. 06:23

금세기 최고의 메조소프라노 디바

엘리나 가란챠(Elina Garanca)

 

혜성과 같이 나타난 라트비아의 엘리나 가란챠

 

발트 3국 중의 하나인 라트비아 출신인 메조소프나로 엘리나 가란챠는 현재의 활동상황으로 보아서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조앤 서덜랜드와 콜로라투라 메조소프라노인 체칠리아 바르톨리를 훨씬 능가하는 세계적인 디바로서 부각될 인물이다. 엘리나 가란챠는 뛰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는데다가 풍부하고도 매력적인 음성과 놀랄만한 테크닉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음성은 사랑스러우면서도 인스피레이션을 주는 힘이 있으며 그의 성악적 테크닉은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듣고 마치 천상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또한 뛰어난 연기력을 가지고 있어서 현대적인 새로운 이미지로서 오페라의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 그런 그는 어떤 배경을 지닌 성악가인가?

 

'장미의 기사'에서 옥타비안. 비엔나 슈타츠오퍼

 

엘리나 가란챠는 1976년 9월 16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Riga)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모두 성악가인 음악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합창단 지휘자였으며 어머니는 라트비아국립오페라단의 성악코치 겸 라트비아문화아카데미(Latvian Academy of Culture)의 교수였다. 엘리나 가란챠는 어릴 때에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머라이어 캐리나 휘트니 휴스턴과 같은 세계적 스타들의 음반을 줄곧 들으면서 가수로서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러자면 외국에 가서 공부를 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공산주의 라트비아의 여건으로서는 어린 시절에 가수가 되기 위해 미국이나 영국으로 유학가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엘리나는 뮤지컬 가수보다는 오페라 성악가가 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던차에 역사의 심판에 따라 공산 소련이 붕괴되었고 이에 따라 라트비아에도 비록 경제는 어려웠지만 훈훈한 봄기운이 감돌았다. 1996년, 라트비아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하던 엘리나 가란챠는 비엔나로 유학의 길을 떠났다. 하기야 리가에서 비엔나는 비행기로 한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여자는 다 그래'에서 도라벨라. 액-상 프로방스

 

엘리나 가란챠는 비엔나에서 유명한 성악교육가인 이리나 가브릴로비츠(Irina Gavrillovic)로부터 레슨을 받았다. 엘리나 가란챠는 내친 김에 미국으로 건너가 당대의 소프라노인 버지니아 치니(Virginia Zeani)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모두들 그의 아름답고 중후한 메조소프라노 음성에 매료했다. 엘리나 가란챠가 오페라 성악가로서 처음 데뷔한 것은 1998년 독일 마이닝겐(Meiningen)의 남튀링겐국립극장에서 조역으로 출연한 것이었다. 그후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오페라 성악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로지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엘리나 가란챠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2003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였다. 거장 니콜라우스 하르논쿠르트가 지휘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티토의 자비'(La clemenza di Tito)에서 아니오(Annio)를 맡은 것이었다. 세계는 비로소 놀랄만한 스타를 발견했다. 곧이어 세계의 유명 오페라극장에서 출연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리하여 엘리나 가란챠는 2004년 비엔나 슈타츠오퍼에서 '베르테르'의 샬롯테와 '여자는 다 그래'의 도라벨라를, 2005년 패트리스 셰로(Patrice Chereau)가 감독한 '여자는 다 그래'에서 역시 도라벨라를, 2006년에는 '티토의 자비'에서 이번에는 세스토를, 그리고 2008년 1월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로지나를 맡아 만일들로부터 감탄과 찬사를 받았다. 엘리나 가란챠의 메트 데뷔에 대하여 뉴욕 타임스의 저명한 음악평론가인 버나드 홀랜드(Bernard Holland)는 '정말 놀라운 존재이다'라는 한마디로 그를 평가하였다.

 

'베르테르'에서 샬로테. 뮌헨

 

엘리나 가란챠는 30세가 되는 2006년에 지휘자 카렐 마크 치촌(Karel Mark Chichon)과 결혼하였다. 이후 미국에 계속 머물면서 간혹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등에 출연하고 있는 그는 2010년 메트에서 현대적 감각의 '카르멘'에 출연하여 다시 한번 세계의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러는 한편 런던에서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레브코와 함께 벨리니의 '캬플레티가와 몬테키가'에 출연하여 모든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이로써 엘리나 가란챠는 벨칸토 메조소프라노 콜로라투라로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세계의 오페라계는 엘리나 가란챠에 대하여 차새대 오페라 무대의 새로운 주역'이라면서 아무리 찬사를 늘어 놓아도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카르멘'의 타이틀 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엘리나 가란챠의 DGG 음반 '하바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