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메조소프라노

낸시 에반스(Nancy Evans)

정준극 2011. 5. 21. 14:33

브리튼과의 인연 낸시 에반스(Nancy Evans)

 

메조소프라노 낸시 에반스

 

영국의 메조소프라노인 낸시 에반스(1915-2000)는 특별히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하였다. 낸시 에반스는 브리튼의 오페라 '알버트 헤링'의 초연에서 낸시의 이미지를 창조하였으며 '루크레티아의 능욕'(The Rape of Lucretia)에서 타이틀 롤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꼬마 굴뚝 청소부'(The Little Sweep)에서도 주역을 맡아했다. 낸시 에반스는 오페라뿐만 아니라 콘서트 성악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 벤자민 브리튼은 낸시 에반스를 위해 A Charm of Lullabies(자장가의 매력)이라는 송 사이클을 작곡했다.

 

낸시 에반스는 리버풀에서 태어나 그곳의 칼더(Calder)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노래공부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존 토빈(John Tobin)에게서 배웠고 나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매기 타이트(Maggie Teyte)에게서 배웠다. 리사이탈 데뷔는 그가 18세 되던 해에 리버풀에서였다. 1936년 경에는 퍼셀의 '디도와 이니아스'를 최초로 레코드 취입할 때에 디도 역할을 맡았었다. 상대역은 테너 로이 헨더슨(Roy Henderson)이었다. 무대 데뷔는 1938년 런던의 프린스 테어터에서 아서 설리반의 '페르시아의 장미'(The Rose of Persia)에 출연한 것이었다. 이후 로열 오페라에서 단역들을 맡으며 오페라 성악가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2차 대전 중에는 유럽과 중동의 영국군을 위문하는 공연에 참가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자 그는 벤자민 브리튼이 새로 조직한 잉글리쉬 오페라 그룹(EOG)에 참여하였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맡은 중요한 역할은 1946년 글린드본에서 막을 올린 '루크레티아의 능욕'이었다. 이듬해에 그는 '알버트 헤링'에서 낸시 역할을 맡았다. 역시 글린드본에서였다. 1948년에는 브리튼 버전의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에서 폴리 역할을 맡아 사랑을 받았다.

 

낸시 에반스의 첫 남편은 레코드 제작자인 월터 레게(Walter Legge)라는 사람이었다. 1941년에 결혼하였으며 딸 하나를 두었다. 두 사람은 1948년에 이혼하였다. 낸시 에반스는 작곡가이며 작가인 에릭 크로치어(Eric Crozier)와 결혼하였다. 에릭 크로치어는 브리튼과 함께 알드버라(Aldeburgh)페스티벌의 공동 설립자로서 브리튼과는 여러 면에서 콤비를 이루고 활동을 했던 사람이었다. 에반스는 무대에서 은퇴후 스네이프 멀팅스(Snape Maltings)에 있는 브리튼-피어스 학교에서 성악을 가르쳤다. 그리고 1991년에는 여왕으로부터 OBE 서품을 받았다. 에반스는 2000년 8월 20일 향년 85세로 알드버라에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