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크리스마스 오페라
슬리퍼, 눈 아가씨, 크리스마스 이브
러시아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오페라로서는 차이코브스키의 '슬리퍼'(Cherevichki: The Slippers),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눈 아가씨'(Snegurochka: The Snow Maiden), 역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크리스마스 이브'(Noch' pered Rozhdestvom: Christmas Eve)가 있다. '슬리퍼'와 '눈 아가씨'는 본 블로그의 '오페라 추가 150편 소개'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중복을 피하는 의미에서 여기서는 생략코자 하며 다만 '크리스마스 이브'만은 아무데도 소개된 일이 없기 때문에 소개코자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의 오페라 '크리스마스 이브'는 니콜라이 고골( Nikolai Gogol)의 단편소설집인 '디칸카 부근 농장에서의 저녁'(Evenings on a Farm Near Dikanka: Vechera na khutore bliz Dikan'ki)에 수록된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단편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디칸키(Dykanki라고도 함)는 중부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고골은 1831-32년에 우크라이나 각지의 민화를 바탕으로 '디칸카 부근 농장에서의 저녁'이라는 단편소설집을 완성했다. 이 단편집은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파트는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두번째 파트의 첫번째 스토리이다. 고골의 단편소설인 '크리스마스 이브'는 적어도 세 편 이상의 오페라로 작곡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차이코브스키의 '대장장이 바쿨라'(Vakula the Smith)이다. 차이코브스키는 나중에 '대장장이 바쿨라'를 '슬리퍼'라는 제목으로 바꾸었다. 그러므로 차이코브스키의 '슬리퍼'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내용이 같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경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더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잘 아는 러시아의 크리스마스 캐롤들과 포크 송 들이 등장하여 친밀감을 주며 아울러 진실로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림스카-코르사코프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1895년 12월 10일, 크리스마스 기분이 한창 피어 오르고 있던 생 페터스부르크에서 초연되었다.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의 초연은 한참 후인 1988년 런던에서 였다.
오크사나 역을 맡았던 예프게니아 므라비나(Yevgenya Mravina)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짜리짜(왕비: MS), 촌장(Bar), 츄브(코사크의 장로: 오크사나의 아버지: B), 오크사나(츄브의 딸: 대장장이 바쿨라가 사랑하는 아가씨: S), 솔로카(Solokha: 마을의 과부, 소문에 의하면 마법사, 대장장이 바쿨라의 어머니: Cont), 바쿨라(대장장이: T), 파나스(츄브의 친구: B), 파츄크(Patsyuk: 마법사, 늙은 코사크 전사: B), 악마(T). 이밖에 합창단과 대사가 없는 역할들(마을의 처녀, 총각, 디칸카의 코사크족들), 마법사, 새벽 별(비너스), 궁정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스토리는 차이코브스키의 '슬리퍼'와 대동소이하므로 생략할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기억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다시 소개코자 한다. 전4막 9장(Tableau)과 에필로그로 되어 있다.
변덕스런 마음의 오크사나
제1막 1장. 크리스마스 이브에 디칸카 마을의 어느 오두막집. 과부인 솔로카는 달을 훔쳐 달라는 악마의 부탁을 받아 들인다. 악마는 과부 솔로카의 아들인 바쿨라가 악마의 초상화에 페인트 칠을 하고 조롱하자 기분이 몹시 상해 있다. 악마는 폭설이 내리도록 하여 바쿨라가 사랑하는 오크사나를 만나러 가는 것을 방해키로 한다. 소콜라는 눈보라가 휘몰아 칠 때를 이용하여 하늘에 올라가 달을 훔치는데 성공한다. 출타했던 오크사나의 아버지 츄브와 교회의 집사는 눈보라때문에 집에 오는 길을 잃는다.
솔로카와 악마
2장. 혼자서 집을 지키는 오크사나는 외롭다. 오크사나는 외롭고 따분하여서 여러 형태의 기분을 낸다. 이 때의 음악은 오크사나의 기분에 맞추어서 점점 더 빨라진다. 어느 싯점에서 바쿨라가 오크사나의 집에 들어선다. 바쿨라는 오크사나가 자기 도취에 빠져 있는 것을 본다. 오크사나는 심심하고 따분해서 그랬다고 말한다. 바쿨라는 오크사나에게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말인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오크사나의 아버지 츄브가 눈보라를 헤치고 겨우 집에 도착한다. 바쿨라는 눈을 뒤집어 쓴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그에게 몽둥이를 휘둘러서 내 쫓는다. 오크사나는 바쿨라가 자기 아버지를 그렇게 때려서 내쫓자 바쿨라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친다. 오크사나는 기분이 몹시 언짢다. 마을의 젊은이들이 모여 우크라이나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른다. 오크사나는 자기가 아직도 바쿨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을 사람들의 춤
제2막 3장. 악마와 악마의동료 세명이 솔로카의 집 앞에 큰 자루 셋을 가져다 놓는다. 솔로카가 악마를 위해 하늘에 올라가서 달을 훔쳐 온데 대한 보상이다. 자루 속에는 과부에게 줄 선물인 남자들이 들어 있다. 하나는 오크사나의 아버지인 츄브이다. 츄브도 홀아비가 된 터였다. 또 하나의 자루에는 교회의 집사가 들어 있다. 그도 역시 홀아비이다. 세번째 자루에는 실은 악마 자신이 들어 있다. 바쿨라는 집 앞에 웬 커다란 자루가 세 개가 있는 것을 보고 두 개는 대장간에 갖다가 둔다. 나머지 하나는 다른 자루들에 비하여 무거워서 일단은 그냥 놓아 둔다. 악마가 들어 있어서 무겁다. 하지만 바쿨라는 자루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자루 하나를 짊어지고 길을 떠나는 바쿨라
4장. 마을의 젊은 남녀들이 모여들어 노래를 부르고 즐겁게 논다. 오크사나도 함께 있다. 하지만 바쿨라는 오크사나가 자기를 내쫓았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고 즐겁게 놀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런 바쿨라를 보고 오크사나가 다가와서 저 멀리 생 페터스부르크의 궁전에 가서 왕비의 부츠(슬리퍼)를 가져다 달라고 떼를 쓴다. 바쿨라가 진짜로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해서이다. 바쿨라는 마을 청년들에게 만일 자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저 세상에서 만나자고 작별을 고한후 길을 떠난다. 바쿨라는 가장 무거운 자루를 짊어지고 길을 떠난다. 가다가 강에 던져 버릴 생각이다.
왕궁에서 왕비의 슬리퍼를 달라고 요구하는 바쿨라
제3막 5장. 마법사인 파츄크는 바레니키라는 만두를 만들어서 넘실넘실 먹고 있다. 그런 그에게 바쿨라가 찾아와 사정을 얘기하고 도와달라고 청한다. 파츄크는 그런 일이라면 악마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다. 바쿨라가 어디로 가야 악마를 만날수 있는지 걱정하고 있을 때 자루 속에서 악마가 튀어나온다. 악마는 바쿨라에게 소원을 들어 주고 오크사나도 차지하도록 해줄테니 영혼과 바꾸자고 한다. 바쿨라는 악마를 제압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번개같이 악마의 목을 졸라서 꼼짝 못하게 만들고 악마의 등에 올라탄다. 바쿨라는 악마에게 죽기 싫으면 어서 생 페터스부르크로 날아가자고 강요한다.
솔로카의 집에서 기뻐하는 악마와 동료들
6장. 우주공간이다. 달도 보이고 별들도 보인다. 별들이 춤을 추고 서로 즐겁게 놀고 있다. 마법사 파츄크는 절구를 타고, 솔로카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으면서 바쿨라가 생 페터스부르크로 가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바쿨라는 이들의 훼방을 물리치고 빠져 나간다. 구름 사이로 저 멀리 생 페터스부르크가 보인다.
하늘을 날아 고향에 돌아오는 바쿨라
7장. 궁전의 화려한 방이다. 환하게 불을 밝혀 놓았다. 악마는 바쿨라를 왕비의 처소에 내려 놓는다. 그리고 잠시 벽난로 속으로 숨는다. 마침 짜포로치아 코사크들이 왕비에게 청원할 것이 있어서 몰려와 있다. 바쿨라는 얼른 그들 틈에 끼어든다. 사람들이 왕비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화려한 폴로네이스를 춘다. 바쿨라는 미뉴엣 음악이 나올 때를 이용하여 왕비에게 가서 부츠(슬리퍼)를 달라고 간청한다. 고맙게도 왕비가 바쿨라의 간청을 들어주기로 한다. 아마 왕비가 장난기가 발동하여서 바쿨라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것 같다. 러시아와 코사크 춤이 시작될 때에 악마는 바쿨라를 데리고 왕궁을 떠난다.
왕궁에서의 화려한 무도회
8장. 바쿨라는 악마의 등에 타고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콜랴다(Kolyada)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아가씨 하나는 마차에 타고 청년 하나는 멧돼지 등에 타고 행진하는 것이다. 디칸카 마을의 교회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마을 사람들의 합창 소리가 들린다.
러시아의 콜랴다 풍습. 멧돼지 또는 곰의 모습을 한 남자를 아가씨가 끌고 간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뒤를 따른다.
제4막 9장. 크리스마스 날이다. 츄브의 집 옆에 있는 광장이다. 마을 여자들이 바쿨라에 대하여 무어라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마을 여자들은 바쿨라가 오크사나의 소원을 들어 줄수 없기 때문에 분명히 자살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런 얘기를 들은 오크사나는 슬프다. 그러면서 공연히 바쿨라에게 너무 심하게 대했던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바쿨라가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바쿨라가 왕비의 부츠(슬리퍼)를 가지고 나타난다. 그 뒤를 따라 츄브가 나타난다. 바쿨라가 츄브에게 오크사나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츄브가 허락한다. 바쿨라와 오크사나는 기쁨의 듀엣을 부른다. 사람들이 나타나 바쿨라에게 그동안 어디 갔다가 왔느냐고 묻는다.
피날레. 마을 사람들의 춤
에필로그. 고골을 추모하는 장면이다. 바쿨라는 자기의 스토리를 꿀벌치기인 판코(Panko)에게 얘기해 줄것이라고 말한다. 즉, 고골을 말한다. 바쿨라는 고골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대한 스토리를 소설로 쓸것이라고 말한다. 모두들 기뻐한다.
'오페라 이야기 > 오페라 더 알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리튼의 '어린 굴뚝 청소부'(The Little Sweep) (0) | 2011.05.22 |
---|---|
방송을 위한 오페라...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 (0) | 2011.05.22 |
리챠드 셰파드의 크리스마스 오페라 3부작 (0) | 2011.05.21 |
크리스마스 오페라 (0) | 2011.05.20 |
여성 작곡가의 '난파선약탈자들'(The Wreckers) (0) | 2011.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