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더 알기

방송을 위한 오페라...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

정준극 2011. 5. 22. 06:06

방송을 위한 오페라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

Amahl and the Night Visitors

 

아말이 동방박사들을 따라 가겠다고 하자 어머니가 '그건 곤란한데..'라며 만류하고 있는 장면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에 대하여는 본 블로그의 '오페라 366'에서 소개하였으므로 '오페라 더 알기'에서는 생략코자 했으나 다른 크리스마스 오페라 소개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잠깐만 소개코자 한다. 마음을 뭉클하게 해주는 이 오페라는 아마 미국 오페라 중에서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세계 각지에서 이 오페라를 공연하며 크리스마스의 참 뜻을 되새기고 있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 귀한 예물을 들고 태어 나신 만왕의 왕께 경배하러 가다가 잠시 아말의 집에서 하룻밤을 유하기 위해 들렸다.

 

이탈리아 출신의 지안 카를로 메노티는 미국에서 지낼 때에 NBC 방송국으로부터 크리스마스에 방송할 간단한 오페라 한 편을 작곡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이었으니 그것은 원래 방송용이었다. NBC는 195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말...'을 처음 방송하였다. 그로부터 '아말...'은 미국에서 의례껀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공연되는 오페라로 자리를 굳혔다. 아말은 다리가 불구인 목동이다. 지안 카를로 메노티도 어릴 때 다리가 불구였다. 의사들이 애를 써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부모들은 어린 메노티를 북부 이탈리아의 피에드몬트에 있는 사크로 몬테 기도처(Sanctuary of Sacro Monte)로 데려가서 하나님께 고쳐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였다. 기도 때문인지 어린 메노티의 다리는 깨끗하게 치유되었다. 놀라운 기적이었다. 메노티는 이 일을 절대로 잊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 NBC에서 크리스마스용 오페라를 작곡해 달라는 요청을 받자 자기에게 일어났던 기적을 오페라에 재현하여 이 세상에 오신 구세주 예수를 찬양키로 했다.

 

어머니에게 '가난해도 올바르게 살자'고 얘기하는 아말.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와 함께 다리를 낫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아말?

 

사실 NBC가 오페라 작곡을 의뢰했을 때 당시 40세의 메노티는 주제를 찾자 못하여 고민하고 있었다. 꼬박 하루를 고민하던 그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별 생각없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찾아가 그림들을 구경하였다. 그러던중 메노티는 어떤 작품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눈을 떼지 못하였다. '동방박사들의 경배'(The Adoration of the Magi)라는 작품이었다. 험난한 여정을 마다하지 않고 저 동방으로부터 베들레헴을 찾아가 아기 예수를 이방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경배한 동방박사들의 얘기는 메노티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하여 '밤에 찾아온 손님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겨났다. 메노티는 당장 집에 돌아와 작곡을 시작했다. 두 달만에 완성하였다. 1911년에 이탈리아 북부, 스위스와의 국경지대의 마지오레(Maggiore)호수 부근 카델리아노 비코나고(Cadelgliano-Viconago)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메노티는 어릴 때 마을에서 성니콜라스 축제일이 오면 불렀던 노래들이 생각났다. 메노티는 '아말...'에 알프스 지방의 성니콜라스 노래를 넣어 마치 하늘로부터의 찬양처럼 들리도록 했다.

 

어머니가 황금을 훔친 도둑의 누명을 쓰고 곤혹을 겪고 있다.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다리가 불구인 아말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만 어려운 생활이다. 어느날 밤에 세 사람의 귀하게 생긴 분들이 아말의 집을 찾아온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다. 별을 보고 저 멀리 만왕의 왕이 태어나신 곳을 찾아가는 길에 하룻밤 신세를 지기 위해 하필이면 가난한 아말의 집을 찾아온 것이다. 이들은 황금과 몰약과 유향을 선물로 가지고 있다. 아말의 어머니는 저 황금만 있다면 아들의 병을 고칠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황금을 몰래 가지려고 한다. 박사 중의 한 사람인 멜키오르는 아말의 어머니에게 '우리는 만왕의 왕께 마음의 선물을 드릴테니 걱정하지 말고 황금을 가지라'고 말하지만 아말의 어머니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서 도저히 가지지 못하고 돌려 놓는다. 그때에 참으로 기적적으로 아말의 불구된 다리가 낫는다. 아말과 어머니는 기뻐서 어찌할줄을 모른다. 아말은 동방박사들과 함께 태어나신 왕을 경배하러 가기로 한다.

 

박사들을 따라 베들레헴으로 가는 아말

 

한시간 정도의 단막 오페라인 '아말...'에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슴을 적시는 대사들로 점철되어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따듯하고 진실한 꿈을 간직하게 만들고 있다. 이 오페라를 보면 어떻게 하면 신앙을 가질수 있는지, 남들을 위해 자선을 베풀수 있는지, 이기적인 마음을 버릴수 있는지 등을 스스로 느낄수 있다.

 

'얼시구 좋다, 절시구 좋다'라며 춤을 추는 마을 사람들. 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반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