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 역할을 맡는 '라 칸테리나'(La Canterina)
The Songstress(여가수) - The Diva(디바)
하이든의 인터메쪼
가스파리나가 돈 펠라지오와 돈 에토레의 사랑을 테스트하기 위해 짐짓 페인트 모션을 쓰고 있다.
오페라에서 여자가 남자 역할을 맡는 경우는 더러 있다. 이른바 '바지역할'이다. 예를 들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에서 옥타비안 백작,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에서 오를로프스키 공자,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케루비노, 자크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니클라우스 등이다. 주로 메조소프라노가 남자의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남자가 여자의 역할을 맡는 경우가 있어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오페라가 있다. 몇 개의 오페라가 있지만 그 중에서 하나는 하이든의 '라 칸테리나'(디바)이다. 여주인공인 가스파리나의 어머니인 아폴로니아를 테너가 맡는다. 하이든은 실로 재미난 양반이다. 하이든을 그린 그림을 보면 가발까지 쓰고 아주 점잖은 모습이며 게다가 신앙심으로 말하자면 웬만한 신부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깊은데 이 양반의 음악을 보면 가끔 대단히 코믹한 요소를 사용하여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벼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교향곡 제94번 G 장조는 사르르 졸면서 음악을 감상하던 사람들의 정신을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음악이 나오므로 '놀람교향곡'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이니 두 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다.
텔레만의 '핌피노네'의 한 장면. '라 칸티네라'와 내용이 비슷하다.
그런 하이든인데 오페라에서도 자주 유머와 위트가 반짝인다. 하이든은 모두 14편의 오페라다운 오페라를 남겼다. 대부분이 코믹한 오페라(오페라 지오코소)이다. 그 중에는 정말로 포복절도할 만큼 웃음을 선사하는 오페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 소개코자 하는 '라 칸테리나'이다. 어머니를 테너가 맡도록 한 것도 기발한데 돈 에토레라는 마을 청년을 소프라노가 맡도록 한 것도 재미난 배려가 아닐수 없다. '라 칸테리나'는 하이든이 에스터하지 가문을 위해서 작곡한 첫번째 오페라이다. '라 칸테리나'는 1766년, 하이든이 34세 때에 작곡한 오페라로서 하이든의 초기 오페라 중에서는 유일하게 생존하여 있는 작품이다. 2막이지만 내용이 간결하여 5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때는 장편 오페라를 공연하는 도중에 막간을 이용하여 재미삼아 공연하는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인터메쪼(Intermezzo)이다. 오페라의 용어로는 인터메쪼 페르 무지카(Intermezzo per musica)라고 부르는 장르이다. '라 칸테리나'는 1766년 가을에 오늘날 슬로바키아의 수도인 브라티슬라바에 있는 대주교의 여름궁전에서 초연되었다. '라 칸테리나'는 니콜로 피치니(Niccolo Piccinni)의 오페라 L'Origille(로리질레)의 제3막의 내용을 크게 참조하였다. '라 칸테리나' 또는 '로리질레'의 스토리와 대동소이한 작품으로는 페르골레지의 La serva padrona(하녀 마님), 텔레만의 Pimpinone(핌피노네) 등이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이면 서로를 비교연구해 보는 것도 미상불 좋을 것이다.
'라 칸티네라'가 초연된 브라티슬라바의 대주교 여름궁전
1막. 오페라 가수가 꿈인 가스파리나(Gasparina: S)는 어머니 아폴로니아(Apollonia: T)와 함께 성악선생인 돈 펠라지오(Don Pellagio: T)의 옥탑방에 살고 있다. 돈 펠라지오가 특별히 관대하여서 집세도 내지 않고 살고 있다. 돈 펠라지오는 가스파리나의 노래 선생이면서 후견인 노릇을 하고자 한다. 돈 펠라지오의 진짜 속셈은 음악에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나이 차이는 많지만 예쁘고 명랑하며 목소리까지 꾀꼬리와 같은 가스파리나와 결혼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1930년대에 이 오페라를 영화로 만든 일이 있다. '디바'라는 타이틀의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가스파리나의 어머니인 아폴로니아도 재능있는 소프라노였다. 하지만 사정상 디바가 되는 꿈을 접어 두어야 했다. 어머니 아폴로니아는 자기의 못이룬 꿈을 딸 가스파리나가 이루어 주기를 바란다.그래서 그야말로 헌신적으로 딸의 성공을 위해 봉사하는 내용이 나온다. 어머니는 딸 가스파리나만 성공하면 마치 노다지를 찾은 것처럼 부와 명예를 손에 쥘 것으로 믿고 있다. 오페라에서는 그런 배경 설명은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참고로 한마디 첨언하였다.
돈 펠라지오는 가스파리나를 위해 대단히 수준이 높은 아리아를 작곡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곡으로서 고음에 자신이 있는 소프라노만이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어느날 돈 펠라지오는 가스파리나와 함께 그 아리아를 연습하는 중에 서투르게나마 가스파리나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하며 청혼하였다. 그런데 가스파리나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인 돈 에토레(Don Ettore: S)를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다. 돈 에토레는 사람이 순진하여서 그런지 또는 무얼 몰라서 그런지 로맨틱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가스파리나와 같은 예쁘고 명랑하여 꾀꼬리와 같은 목소리를 가진 아가씨가 좋아할것 같으면 저녁마다 창문 밖에서 세레나데를 불러도 시원치 않을 터인데 세레나데는 커녕 각설이 타령도 할줄 모른다. 하지만 돈 에토레도 남자인지로 보는 눈은 있어서 가스파리나를 좋아하고 있다. 가스파리나는 돈 펠라지오가 각본에도 없이 청혼을 하자 심히 난감하여서 걱정 중에 그나마 희망을 가지고 돈 에토레에게 사랑의 신호를 자꾸 보낸다. 그러자 돈 에토레는 잘못 하다가는 가스파리나를 돈 펠라지오에게 빼앗길 것 같아서 그제야 정신을 차린다. 돈 에토레는 옷감이나 보석 악세사리를 가스파리나에게 선물하여 자기의 마음을 전한다. 그런데 실은 돈 에토레가 어머니의 것을 훔쳐서 가스파리나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다.
돈 에토레가 선물을 가지고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돈 펠라지오가 찾아 온다. 두 여자는 돈 에토레가 먼저 와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곤란하므로 돈 에토레를 물건을 파는 행상이라고 속여서 어물쩡하게 위기를 모면한다. 돈 펠라지오가 떠나자 두 여자는 돈 에토레를 다시 부른다. 혹시 더 가지고 온 선물이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떠났던 돈 펠라지오가 무엇을 두고 왔다고 하면서 갑자기 다시 찾아온다. 두 남자는 마침내 가스파리나의 거실에서 만나게 된다. 두 샤람은 서로 자기들이 두 여자로부터 속았다고 생각하여 기분이 몹씨 나쁘다. 특히 돈 펠라지오는 자기로부터 은혜를 입고 있는 두 여자가 어찌 그럴수가 있느냐고 하면서 두 여자를 비난한다. 돈 펠라지오는 두 여자가 살도록 무료제공한 자기 건물의 아파트에서 내쫓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두 여자의 물건들을 밖으러 내 던지기 시작한다.
돈 펠라지오와 돈 에토레가 가스파리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막. 가스파리나는 돈 펠라지오에게 용서와 자비를 구한다. 어찌나 애교로서 간절하게 요청하던지 돈 펠라지오의 마음이 어쩔수 없이 녹아내린다. 돈 펠라지오는 두 여자에게 계속 아파트에서 살라고 하면서 오히려 자기의 세간을 가져다 준다. 가스파리나는 잘만하면 두 남자로부터 계속 이익을 볼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스파리나는 이번에는 불쌍작전으로 나가서 일부러 기절한 것처럼 쓰러진다. 두 남자는 가스파리나가 깨어나도록 하기 위해 보다 실질적인 선물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돈 펠라지오는 지갑의 돈을 꺼내어 보여준다. 그래도 가스파리나는 별 반응이 없다. 이번에는 돈 에토레가 다이아몬드를 가스파리나의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 보라고 한다. 신통하게도 다이아몬드 냄새를 맡은 가스파리나는 다이아몬드가 다른 어느 약보다도 효과가 있어서인지 당장 깨어난다. 가스파리나는 다이아몬드를 내민 돈 에토레를 더 사랑한다고 표현한다. 두 남자는 가스파리나와 아폴로니아의 웃기지도 않는 욕심을 알아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수 없는 여자임을 인정한다. 모두들 즐겁게 피날레를 장식한다.
'오페라 이야기 > 오페라 더 알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리아 테레자 여제가 즐겨한 '가짜 정절' (0) | 2011.05.25 |
---|---|
중국에서 처음 공연된 유럽 오페라 '라 체키나' (0) | 2011.05.24 |
브리튼의 '어린 굴뚝 청소부'(The Little Sweep) (0) | 2011.05.22 |
방송을 위한 오페라...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 (0) | 2011.05.22 |
러시아의 크리스마스 오페라 (0) | 2011.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