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사다리(La scala di seta) - The Silken Ladder - Die seidene Leiter
조아키노 로시니
줄리아와 도르빌과 블랑사크와 제르마노
로시니의 '비단 사다리'는 1812년 5월 9일에 베니스의 테아트로 산 모이세(성모세극장)에서 초연된 단막의 코믹 오페라(farse)이다. 대본은 주세페 마리아 포파(Giuseppe Maria Foppa)가 썼다. 청년 로시니는 1810년부터 1813년까지 네편의 이탈리아 코믹 오페라를 작곡했다. La cambiale di matrimonio(결혼계약서)는 로시니의 첫번째 오페라이기도 하다. 네번째 코믹 오페라는 Il Signor Bruschino(시뇨르 브루스키노)이다. 이런 스타일의 코믹 오페라는 18세기부터 19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베니스에서 인기를 끌던 것이었다. 스토리는 대체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친근감을 주는 것이며 출연진도 5-7명의 소규모이기 때문에 아기자기하고 이해하기가 쉬웠다. 또한 언제나 한 쌍의 연인들이 등장하며 두가지의 코믹한 내용이 얼키고 설키는 것이다. 요즘으로 보면 슬랩스틱이다. 또한 주인공들은 상당히 과장된 연기로서 웃음을 자아내는 형태이다. 그러므로 노래 실력보다는 연기 실력이 더 돋보이는 오페라들이다. 그리고 이런 오페라들을 보면 왜그런지 즐거웠던 옛 추억과 향수에 젖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페사로 공연.
주요배역은 6명이다. 도르몽(또는 도르몽트: Dormont: T)은 아름다운 줄리아(Giulia: S)의 가정교사겸 후견인이다. 도르몽은 줄리아가 블랑사크(Blansac: B)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줄리아는 이미 블랑사크의 친구인 도르빌(Dorovil: T)이라는 청년과 남모르게 결혼한 사이이다. 도르빌은 밤마다 줄리아의 집을 찾아온다. 그러면 줄리아가 비단 사다리를 내려주어서 그것을 타고 줄리아의 방으로 올라가 부부로서의 행복함을 누린다. 루실라(Lucilla: S)는 줄리아의 사촌이다. 제르마노(Germano: B)는 줄리아 집의 하인이다. 이제 스토리로 들어가보자
막이 열리면 파리의 아침이다. 그 전날 밤에 줄리아의 비단 사다리를 타고 줄리아의 침실에 들어갔던 도르빌은 이제 날이 밝아 돌아가야 하지만 줄리아의 사촌이 루실라와 하인인 제르마노의 눈길을 피하여 빠져 나가기가 무척 힘든 사정에 처하여 있다. 얼마 안 있으면 또 다시 블랑사크가 찾아와 줄리아의 마음을 얻고자 짖굳게 눌러 붙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줄리아는 사촌인 루실라에게 부탁하여 블랑사크의 관심을 끌어 달라고 한다. 줄리아는 루실라가 블랑사크와 천생연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현대적 연출. 제르마노가 숨어 있는 장면
줄리아는 루실라와 블랑사크가 서로 우연히 만난 것처럼 꾸민다. 그리고 제르마노를 설득하여 두 사람이 과연 좋은 관계로서 발전할지를 몰래 살펴보라고 부탁한다. 그런줄도 모르고 블랑사크는 친구 도르빌과 함께 줄리아가 기다리고 있다고 알고 있는 장소로 나온다. 줄리아와 이미 결혼까지 한 도르빌은 혹시나 줄리아와 블랑사크의 관계가 이상하게 진전되지 않을까 우려하여 블랑사크에게 줄리아는 당장은 어느 누구와도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하면서 제발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런 소리를 들은 블랑사크는 오히려 줄리아를 생각하는 마음이 간절해져서 줄리아와 반드시 결혼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어떤 여자도 자기와의 결혼을 거절한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자신에 넘쳐 있다. 블랑사크는 도르빌에게 자기가 어떻게 줄리아에 대한 청혼에 성공하는지를 숨어서 지켜보아 달라고 말한다.
현대적 연출. 마지막 장면
그런데 어찌하다보니 줄리아는 루실라와 블랑사크가 만나기 전에 먼저 블랑사크를 만난다. 줄리아는 이 참에 블랑사크가 루실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블랑사크에게 성실한 남편이 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등 결혼문제에 대하여 자세히 묻는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각각 따로따로 숨어 있는 하인 제르마노와 블랑사크의 친구 도르빌, 즉 줄리아의 남편이 엿듣는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제르마노와 도르빌은 줄리아가 블랑사크에 대하여 대단히 관심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도르빌은 줄리아가 저럴수가 없다고 생각하여 화가 나서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 나온다. 도르빌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던 제르마노는 도르빌이 갑자기 뛰쳐 나오자 깜짝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역시 뛰쳐 나온다. 그렇게 혼란스러울 때에 아무것도 모르는 루실라가 등장한다. 루실라를 본 블랑사크는 루실라가 줄리아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하여 줄리아에게 마음이 빼앗긴다.
도르빌을 기다리고 있는 줄리아
어느새 밤이 된다. 줄리아는 자기 방에서 도르빌이 종전처럼 찾아 올것을 기다리고 있다. 줄리아는 자기가 블랑사크에게 결혼문제에 대하여 생각밖으로 자세하게 문의했던 이유를 설명할 생각이다. 한편, 제르마노는 줄리아가 비밀리에 블랑사크와 만나기로 하여 자기 침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몰래 숨어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기로 한다. 제르마노는 내친 김에 루실라를 만나 아무래도 줄리아가 블랑사크와 은밀히 만나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해 준다. 이제 블랑사크를 더욱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루실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역시 몰래 숨어서 루실라의 침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지켜본다. 비단 사다리를 타고 루실라의 침실을 올라간 사람은 다름 아닌 도르빌인 것이 밝혀지자 모두들 뜻밖이어서 놀란다. 그런데 더욱 놀란 것은 뒤를 이어 블랑사크가 비단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것이다. 블랑사크는 줄리아에게 청혼하러 온 것이 아니라 루실라에게 청혼하러 온 것이었다. 이때 루실라의 아버지 도르몽은 밖이 너무나 소란스러워서 잠옷 차림으로 나와 보니 사태가 의외로 진전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도르몽은 모든 일이 잘 되었다고 판단하여 줄리아와 도르빌의 비밀 결혼을 용서하고 받아 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블랑사크와 루실라는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피날레.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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