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39.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가면'

정준극 2011. 6. 16. 14:19

가면(Le maschere) - The Masks

피에트로 마스카니

 

피에트로 마스카니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 1863-1945)의 프롤로그와 3막 오페라 '가면'(Le maschere)는 초연을 이탈리아의 유명 오페라극장 여섯 곳에서 동시에 했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1901년 1월 17일의 일이었다. 오페라의 역사에서 참으로 특이한 경우였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제노아의 카를로 펠리체 극장, 토리노의 테아트로 레지오, 로마의 코스탄치극장, 베니스의 라 페니체극장, 베로나의 필라르모니코극장에서 동시에 초연되었다. 마스카니는 로마에서 인터미션 시간에 무전으로 각자의 초연 상황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 이틀후인 1월 19일에는 나폴리의 산 카를로극장에서 초연 아닌 초연을 가졌다. 테너가 선정되지 못하여서 지연되었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의 초연은 엔리코 카루소가 플로린도 역을 맡았으며 엠마 카렐리(Emma Carelli)가 로사우라 역을 맡았고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지휘를 맡은 것이었다. 그리고 로마의 초연은 마스카니가 직접 지휘한 것이었다. '가면'의 대본은 루이지 일리카(Luigi Illica)가 맡았다. 당대의 대본가인 루이지 일리카는 푸치니의 라 보엠, 토스카, 마담 버터플라이(나비부인), 마농 레스코 등의 대본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오페라는 마스카니가 로시니를 추모하기 위해 작곡한 것이다. 마스카니는 로시니가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를 위해 기여한 공적을 높이 평가하고자 했다. 마스카니는 또한 이탈리아의 전통인 순회공연단을 기념하여서도 이 오페라를 작곡했다.

 

르 마스케레(가면)의 1901년 1월 17일 로마-밀라노-토리노-제노바-나폴리-베네치아 동시 초연을 기념하는 포스트카드와 마스카니의 자필 서명

 

로마의 초연은 마스카니가 직접 지휘했기 때문에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로마 초연이 열린 코스탄치 극장은 11년전인 1890년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고 초연되어 폭풍적인 갈채를 받았던 곳이다. 그런 연유로 인하여 로마 코스탄치에서의 '가면' 초연은 상당한 박수를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의 공연은 비참할 정도로 환영을 받지 못하였다. 제노아에서는 관중들의 야유로 인하여 공연이 거의 반이나 중단되었다. 관중들은 갑자기 야수가 된 것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지르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후 이 오페라는 이탈리아에서 간혹 공연되기는 했지만 초연이 있은지 4년후부터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마스카니는 초연이 있은지 30년 후인 1931년에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다시 공연하였으나 역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왜 그런지는 아직도 분명치 않다.

 

플로린도, 브리겔라, 로사우라, 콜롬비나

 

오페라의 타이틀인 Le maschere에 대하여 이해를 높힐 필요가 있다. 마스케레라고 하면 얼굴에 쓰는 마스크 또는 가장을 위해 입은 옷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마스케레라고 하는 것은 마스크를 쓰던 안 쓰던, 가장을 위한 옷을 입던 안 입던 그것은 상관이 없다. 이탈리아에서는 각 지방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라고 부르는 순회연극단이 있었다. 사실상 코메디아 델 라르테는 반드시 순회연극단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순회연극단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각자의 지역에서만 돌아 다니며 연극을 공연했다. 다른 지역의 순회연극단과 구별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을 마스케레라고 불렀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발전에 있어서 코메디아 델라트테의 기여는 컸다. 마스카니는 이들을 기리기 위해 오페라 '가면'을 작곡했던 것이다.

 

콜롬비나와 알레키노

 

오페라 '가면'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와 비슷한 점이 많다. 순회연극단에 대한 스토리이다. 우선 막이 오르기 전에 조카디오(Giocadio)가 나와 연극에 출연할 배우들을 소개하는데 '팔리아치'에서 막이 오르기 전에 연극의 내용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다. 다만 '가면'에서는 인사말이 끝나고 나서야 서곡이 연주되는 점이 다르다. '가면'의 경우, 2막의 연극 내용은 극장에 따라 적당히 변형하여 공연할수 있다. 하지만 '팔리아치'와 마찬가지로 콜롬비나(콜롬방)과 알레키노(알레퀸)이 등장하는 것은 비슷하다.2막의 피날레는 활슈타프 또는 로시니의 오페라와 흡사하다. 또한 마스카니의 스승인 폰키엘리가 작곡한 '라 조콘다'의 3막의 피날레 장면과 흡사한 부분도 있다. 전 3막 중에서 1막은 마을에 도착한 순회연극단이 단원들을 소개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로사우라(Rosaura: S)의 아버지가 로사우라를 전혀 모르는 사람과 결혼시키고자 하지만 로사우라는 순회연극단의 플로린도(Florindo: T)를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막은 순회연극단이 공연하는 연극 자체이다. 3막은 플로린도와 로사우라, 친구들인 콜롬비나(Colombina: S)와 알레키노(Arlecchino: T: 광대)가 힘을 합하여 로사루아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내용이다.

 

로사우라와 플로린도

 

오페라 '가면'이 막을 내리면 관중들은 앙코르를 연호한다. 그럴 때면 베니스의 인기 춤곡인 푸를라나(Furlana)가 반복 연주하는 전통이 있다. 빠르고 활기찬 곡이다. 마치 비엔나의 신년음악회에서 앙코르가 나오면 마지막을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장식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