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니벨룽들(Die lustigen Nibelungen) - The Merry Nibelungs
오스카 슈트라우스
오페레타 '유쾌한 니벨룽들'을 작곡할 당시의 오스카 슈트라우스(1902)
'유쾌한 니벨룽들'은 오페레타의 황제인 오스카 슈트라우스(Oscar Straus: 1850-1926)의 첫번째 오페레타이다. 1904년 11월 12일 비엔나의 칼극장(Carltheater)에서 초연되었다. 오스카 슈트라우스라고 하면 사람들은 '초콜렛 병사'(Der tapfere Soldat: The Chocolate Soldier) 또는 '왈츠의 꿈"(Ein Walzertraum: A Waltz Dream)을 생각하게 되며 '유쾌한 니벨룽들'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페레타를 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유쾌한 니벨룽들'은 반드시 보아야 할 작품이다. 그만큼 유쾌한 작품이다. 그래서 10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비엔나의 극장에서는 '유쾌한 니벨룽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쾌한 니벨룽들'에는 풍자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빌헬름 황제의 대독일 주장도 오페레타에서는 한낱 풍자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부르군트(Burgund)의 군터 왕은 이자르란트(Isarland)의 여왕인 브룬힐트를 두려워하고 있다. 브룬힐트 여왕은 군터 왕에게 결투를 요청했다. 만일 결투에서 이기면 결혼할수 있다. 그러나 지면 다른 구혼자들과 마찬가지로 죽임을 당해야 한다. 용을 죽인 지그프리트만이 브룬힐트를 이길수 있다. 그래서 군터는 지그프리트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오스카 슈트라우스의 '니벨룽 풍자극'은 군국주의를 내건 독일의 오만함에 초점을 둔 것이다. 특히 바그너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조롱하기 위한 것이다. 오스카 슈트라우스는 바그너가 독일 문화에 해악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았다. '유쾌한 니벨룽들'은 초연 이후 몇 차례 더 공연되다가 나치 국수주의자들의 격렬한 시위로 중단해야 했다. 이들은 독일음악의 신과 같은 바그너를 불경스럽게도 조롱한 오스카 슈트라우스와 '유쾌한 니벨룽들'을 격렬하게 비난하였다. 그후 '유쾌한 니벨룽들'은 세계의 오페라 무대에서 완전히 잊혀져 있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리바이벌되어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1904년의 대본은 리데아무스(Rideamus)라는 별명을 가진 프릿츠 올리벤(Fritz Oliven)이 완성했다. 그러나 영어본이 초연된 것이 극히 최근인 2010년 6월 미국의 필라델피아 콘서트 오페레타 극장에서였다.
군터와 브룬힐트의 행복한 한때
'유쾌한 니벨룽들'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특히 귄터, 하겐, 브륀힐데가 지그프리트를 죽이기로 합의한 '신들의 황혼'을 풍자적으로 흉내낸 것이다. '유쾌한 니벨룽들'은 독일 군국주의를 조롱하였다. 예를 들면 지그프리트는 카이저 빌헬름이 독일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조롱하듯 코미디적인 행진곡을 부르는 것이다. 게다가 대본가인 리데아무스와 오스카 슈트라우스는 대기업과 주식시장을 조소하였다. '유쾌한 니벨룽들'의 출연자들은 어떻게 하여 지그프리트가 유럽에서 가장 돈 많은 부자가 되었는지를 노래한다. 지그프리트는 거인과 용을 죽인후 모든 황금을 차지하고 이를 라인 강변에 숨겨두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설명에 대하여 지그프리트는 '라인의 강변(Bank)에 숨겨 둔 것이 아니라 라인의 은행(Bank)에 숨겨 두었다고 고쳐준다. '신들의 황혼'에서는 숲 속의 새에게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언해 달라는 내용이 있다. 지그프리트는 새장에 갇혀 있는 카나리아에게 물어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인류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귀금속 거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묻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를 독일어 대본에는 Sagen sie mal, wie wird denn morgen die Montanboerse sie?라고 되어 있다.
이젠란트의 여왕 브룬힐트
'유쾌한 니벨룽들'에서 바그너의 링 스토리와 같은 내용이 있다면 그것은 지그프리트가 이중 결혼을 하기로 합의하며 귄터에게 자기 소유의 보물을 절반이나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귄터가 지그프리트를 죽이고 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자기에게 주기로 약속한 보물(황금)을 받아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귄터는 귀금속 시장이 붕괴되자 더 이상 재정적인 인센티브가 없다고 생각하여 지그프리트를 살려 둔다. 오스카 슈트라우스는 바그너의 음악적 스타일을 따랐다기 보다는 오히려 길버트-설리반의 스타일을 따랐다. 길버트-설리반의 노래는 이른바 패터 송(Patter song)이라고 하여 익살미를 살리기 위해 빠른 가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I'm the captain of the Queen's navy' 'I am the very model of a modern major general' 등이다. 오스카 슈트라우스는 이러한 패터 송 스타일을 자주 사용하여 바그너와의 차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비엔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비엔나 특유의 멜로디도 많이 사용하였다. 1막에 나오며 피날레에 나오는 '라인 왈츠'가 대표적이다.
군터와 브룬힐트, 지그프리트와 클림힐트의 더블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다.
'유쾌한 니벨룽들'은 바그너 숭배자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그들은 '유쾌한 니벨룽들'이 신성모독이므로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독일 국수주의자들은 '유쾌한 니벨룽들'이 독일의 확장에 필요한 확신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독일의 산업체들은 어느 루트를 통하든지 막대한 자금을 빌려서 사용했다. 1차 대전을 예상하고 군수품을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기업에 대한 주식도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오르기만 했다. 하지만 터무니 없는 주가 상승은 곧이어 주가 추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유쾌한 니벨룽들'에서는 주식시장이 붕괴하자 지그프티트의 재산도 모두 사라진다는 식으로 풍자하였다. 이렇게 공격을 받자 '유쾌한 니벨룽들'에는 관객들이 오지 않았다. 얼마후에 공연을 중지해야 했다. 오스카 슈트라우스는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기 보다는 일상의 향수를 자아내게 하는 로맨틱한 작품으로 일단 방향을 돌렸다. 그래서 나온 것이 '초콜릿 병사', '왈츠의 꿈' 등이었다. 그는 나치의 핍박을 피하여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영화 음악음악 등을 쓰기 시작했다. 모리스 슈발레에와 자넷 맥도날드가 주연한 one Hour With You는 오스카 슈트라우스의 음악으로 채워진 대표적인 영화이다.
군터의 식구들이 모여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이제 줄거리를 살펴보자. [제1막] 보름스(Worms)에 있는 군터의 성이다. 브루군디의 왕인 군터(Gunther)는 용의 피로 만든 푸딩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그걸 먹으면 아무리 칼에 찔려도 살아난다는 얘기가 있기 때문이다. 군터는 이젠란트(Isenland 또는 이자르란트)의 여왕인 브룬힐트(Brunhild)에게 청혼코자 하고 있다. 물론 그런 청혼은 무모한 것인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브룬힐트와 결혼하려면 그와 결투를 하여 이겨야 하기 때문인데 지금까지 청혼한 사람들 중에 살아 남은 사람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군터가 브룬힐트와 결혼할 의사를 밝히자 브룬힐트는 군터에게 전보를 보내어 그날 오후에 그 문제를 다루기 위해 도착할 것이니 기차역에서 픽업해 달라고 요청한다. 군터는 솔직히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도망이라도 가고 싶다. 군터의 삼촌인 하겐(Hagen)은 다른 생각이다. 네덜랜드의 지그프리트에게 부탁하여 대신 결투를 해 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지그프리트는 얼마전에 브룬힐트와 결투를 하여 유일하게 이겼기 때문이다. 하겐은 용을 죽인 용사이며 니벨룽의 황금보물을 소유하고 있는 지그프리트를 군터의 여동생인 크림힐트(Kriemhild)와 결혼토록 주선하겠다고 하여 지그프리트를 브루군디로 오게 한다.
브루군디에 도착한 지그프리트는 군터의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는 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했지만 무기는 잘 다룰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자기의 모토는 '돈을 낭비하여 파산하자. 그리고 부자집 딸과 결혼하자'라는 것이라고 덧 붙인다. 군터의 가족들은 지그프리트가 돈을 라인강변(Bank)에 묻어 둔 것이 아니라 라인의 은행(Bank)에 연리 6%로 예치해 두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게다가 샴페인 공장도 운영하고 있고 창녀의 집도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크림힐트와 결혼하게 되면 그 집에 정착할 것이라는 설명도 듣는다. 모두들 크림힐트를 위해서는 훌륭한 배필이라고 하며 찬사를 늘어 놓는다. 잠시후 이젠란트의 브룬힐트가 도착한다. 군터는 지그프리트에게 브룬힐트와의 결투를 도와주어 이기게 해 줄 것 같으면 왕국의 반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지그프리트에게는 위장투구가 있다. 그걸 쓰고 있으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군터는 자기가 브룬힐트가 결투를 할 때에 지그프리트가 위장투구를 쓰고 브룬힐트를 쓰러트리면 된다고 말한다. 결투가 시작된다. 군터는 위장투구를 쓴 지그프리트가 자기 옆에 있어서 자기를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과감하게 싸운다. 결과는 간단했다. 무적의 브룬힐트가 군터에게 진 것이다. 이어 군터와 브룬힐트는 결혼계약서에 서명한다.
니벨룽 주식시세를 살펴보고 있는 군터와 하겐 등
[제2막] 더블 결혼식이 거행된다. 군터와 브룬힐트, 지그프리트와 크림힐트의 결혼식이다. 하겐은 지그프리트에게 은밀하게 감사를 표시한다. 지그프리트는 용을 죽이고 나서 용의 피로 목욕을 했기 때문에 어떠한 창칼도 뚫지 못한다. 하지만 그때 나뭇닢 하나가 지그프리트의 몸에 떨어지는 바람에 그 부분은 용의 피가 묻지 않았다. 그곳이 지그프리트의 약점이다. 그런 내용을 알고 있는 하겐은 조카딸인 크림힐트에게 어떤 부분이 약점을 가진 곳인지 알아내도록 한다. 결혼식을 마치고 그날밤 크림힐트는 지그프리트의 약점을 알아내려고 여간 노력을 하지 않았으나 끝내 알아내지 못한다.
브룬힐트와 군터
한편, 브룬힐트는 결혼 첫날 밤에 군터에게 레슬링 시합을 하자고 하여 이긴다. 브룬힐트는 군터를 침실 문 앞의 옷 걸이에 걸어 놓는다. 그래서 브룬힐트는 혼자서 편히 지낸다. 군터의 비명을 들은 지그프리트가 달려가 지그프리트를 구한다. 하지만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존재는 아니다. 왜냐하면 결혼 첫날 밤에도 지그프리트가 위장 투구를 계속 쓰고 있는 바람에 화가난 크림힐트가 위장투구를 벗겨 버리고 어딘지 숨겨 두었기 때문이다. 옷걸이에 걸려 있던 군터를 구해낸 지그프리트를 브룬힐트가 본다. 지그프리트는 아름다운 브룬힐트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사랑의 마음이 동한다. 두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발견한 듯한 모습이다. 이 모습을 본 군터가 질투심에 불 타오른다. 이제 지그프리트와 결혼한 크림힐트, 그리고 군터와 속아서 결혼한 브룬힐트는 각각 배반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크림힐트와 브룬힐트는 군터와 지그프리트가 서로 결투를 하여 이기는 것만이 명예를 찾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은 그날 밤, 크림힐트는 지그프리트의 몸에서 그의 약점을 찾아내어 지그프리트의 겉 옷에 표시를 해 둔 일이 있다. 군터와 지그프리트가 결투를 할 때에 심판을 맡은 하겐이 지그프리트의 약점을 표시한 곳을 발견하고 뒤에서 그를 찌른다. 하지만 깊은 상처가 아니어서 죽지는 않는다. 지그프리트의 약점이 있는 부위는 엉덩이였다.
'유쾌한 니벨룽들'의 음반 커버
[제3막] 다음날 아침, 군터의 식구들은 모두 정원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하지만 모두 밥맛들이 없다. 지그프리트는 다시는 약점에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용의 피로 엉덩이 목욕을 하고 있어서 아침식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브룬힐트는 계속 소리를 치며 하겐에게 복수하겠다고 한다. 하겐은 어제 저녁에 브룬힐트와의 레슬링 시합에서 져서 옷걸이에 매달려 있었던 소문이 퍼지면 체면이 말이 아니므로 걱정이 태산같다. 식구들은 결국 지그프리트를 없애야 하며 그의 돈을 가족들이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다.
지그프리트는 무언가 불안하다. 그래서 새장 속의 새에게 자기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묻는다. 새장 속의 새는 지그프리트에게 암살이 시도될 것이지만 오페레타에서는 그런 일이 실패로 돌아가기 마련이라고 말해 준다. 새장 속의 새는 계속하여 니벨룽 주식이 하한선을 치고 있으므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그프리트는 신문에 라인은행이 파산했다는 기사가 아직 나지 않았으므로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의 하나 라인은행이 파산한다고 해도 자기가 처가집으로부터 받을 재산이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는다. 하겐은 주식이 밑바닥을 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그렇다면 굳이 지그프리트를 없앨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겐과 지그프리트는 친구가 된다.
군터를 비난하는 브룬힐트
브룬힐트는 검술 실력도 없는 군터가 보이지 않는 지그프리트의 도움을 받아 자기와의 결투에서 이긴일, 밤 중에 지그프리트가 자기 방에 들어와서 함께 지낸일, 그렇다고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한때 지그프리트가 자기에게 돌아온 줄 알고 믿었던 일 등등을 생각하니 모욕을 참기가 어렵다. 지그프리트가 그런 브룬힐트에게 니벨룽의 황금을 전부 주겠으니 제발 화해하자고 했지만 브룬힐트는 들은체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브룬힐트는 군터의 식구들과는 달리 라인은행이 이미 파산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브룬힐트의 마음을 돌릴수 있는 것은 지그프리트의 사랑뿐이었다. 지그프리트가 브룬힐트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약속하자 그제서야 브룬힐트의 마음이 풀린다. 지그프리트와 브룬힐트는 어제 밤에 지그프리트와 크림힐트가 불렀던 사랑의 듀엣을 부르며 행복해 한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변장했던 것을 벗어 던지고 두 사람의 결합을 축하한다. 지그프리트는 감사하는 의미에서 군터의 가족에게 자기 소유의 주식에서 50%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물론 지그프리트의 니벨룽 주식이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브룬힐트뿐이다. 이로써 '유쾌한 니벨룽들'은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모두들 '지그프리트는 죽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페레타이기 때문이다'라는 합창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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