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45. 제오르제 에네스쿠의 '외디프'

정준극 2011. 6. 19. 01:42

외디프(Oedipe)

제오르제 에네스쿠

 

루마니아의 자랑인 게오르게 에네스쿠

 

그리스의 고전인 외디푸스(외디프) 신화를 주제로 삼은 오페라는 여러 편이 있다. 근세의 작품으로서는 1927년에 스트라빈스키가 완성한 '외디푸스 렉스'(외디푸스 왕)이 있다. '외디푸스 렉스'는 외디푸스가 테베의 왕이 되고나서 부터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루마니아의 국민적 작곡가인 게오르게 에네스쿠(George Enescu: 1881-1955)의 오페라 '외디프'는 다른 작품과는 달리 외디프(외디푸스)의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 전 생애를 다룬 대작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전4막의 '외디프'에서 제3막은 외디프가 테베의 왕이 된 이야기만을 다룬 것이며 제4막은 외디페의 비극적인 삶의 마지막을 그린 '콜로누스(Colonus)의 외디프'에 대한 이야기이다. 즉, 외디프의 이후로부터 안티고네의 이전까지의 이야기이다. 콜로누스는 외디프가 죽은 장소이다. 오늘날 아테네의 교외에 있는 장소이다. 외디프가 죽은 장소에 대하여는 전설마다 달라서 몇가지 주장이 있지만 소포클레스는 콜로누스라고 설정했다. 소포클레스는 외디프가 스스로 눈을 멀게 한후 딸 안티고네와 함께 찾아온 곳이 콜로누스라고 기록한 것이다. 소포클레스가 태어난 곳이 콜로누스인 것을 생각하면 흥미있는 설정이 아닐수 없다.

 

청년이 된 외디페가 테베를 역병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다. 앙그레 작품.

 

에네스쿠의 오페라 '외디프'는 프랑스어 대본으로 만들어졌다. 에드몽 플레그(Edmond Fleg)가 대본을 만들었다. 사실상 에네스쿠는 플레그의 대본을 받기 훨씬 전부터 외디푸스 신화를 주제로 오페라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에네스쿠가 플레그의 대본을 처음으로 받은 것은 1913년이었다. 하지만 에네스쿠가 '외디프'의 신화를 오페라로 만들기로 작정하고 음악을 스케치하기 시작한 것은 1910년부터였다. 에네스쿠는 처음 음악을 스케치한 때로부터 무려 30년이 지난 1931년에야 오케스트레이션까지 완성하였다. 그만큼 정성을 들인 작품이었다. '외디프'의 초연은 음악을 완성한 때로부터 5년 후인 1936년 3월 13일 파리에서였다. 그후 어찌된 일인지 '외디프'는 무대에서 찾아볼수 없었다. 아마 2차 대전과 그 이후의 정치적인 변혁 때문에 잠시 숨어 있었는지 모른다. 베를린에서 공연된 것은 1996년이었다. 이어 비엔나의 슈타츠오퍼를 찾아갔다. 미국에서의 초연은 2005년 어바나 샴페인의 일리노이대학교에서였다. '외디프'는 에네스쿠의 최대 걸작으로 간주되고 있다.

 

EMI가 내놓은 에네스쿠의 '외디페' 음반. 외디페 역은 바리톤 호센 반 담이 맡았다. 이밖에 헨드릭스, 파쓰밴더, 리포브세크, 니콜라이 겟다 등 정상의 성악가들이 취입했다.

 

주요배역은 다음과 같다. 외디프(외디푸스: Œdipe: Bar)는 테베의 왕인 라이우스(Laius: Laïos: T)가 아버지이며 왕비 조카스트(Jocaste: Jocasta: MS)가 어머니이다. 안티고네(Antigone: S)는 외디프와 조카스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크레온(Créon: Bar)은 조카스트 왕비의 오빠 즉, 외디페의 외삼촌이다. 폴리부스(Polybus: B)는 고린도(코린트)의 왕으로 왕비 메로프(Mérope: Cont)와 함께 어린 외디프를 데려다가 기른 사람이다. 말하자면 외디프의 양부모이다. 하지만 외디프는 이들이 친부모인줄로 알고 자란다. 이밖에 테제(Thésée: Theseus: Bar), 티레시아(티레시아스: Tirésias: B-Bar), 어린 외디프를 산 속에서 발견한 목자(T), 스핑크스(MS), 신전의 고승(B), 노인(B) 등도 등장한다.

 

라이우스왕은 신의 예언을 두려워하여 어린 외디페를 산 속에 버려 죽도록 한다.

 

[제1막] 테베의 왕궁이다. 백성들이 라이우스 왕과 조카스타 왕비 사이에서 왕자가 태어난 것을 기뻐하여 축하한다. 신전의 고승의 제안에 따라 아기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의식을 시작할 때에 눈먼 예언자인 티레시아(티레시아스)가 나타나 라이우스 왕이 후손을 두지 말라는 아폴로신의 지시를 어겼기 때문에 아폴로의 재앙이 있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언젠가는 이 아이가 아버지를 죽이며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는 예언이다. 두려움에 떨던 라이우스 왕은 조카스트 왕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떤 목자를 불러 아기를 산중에 버려 죽도록 하라고 명령한다.

 

외디프와 조카스트. 현대적 연출

 

[제2막] 그로부터 20년이 지난다. 산 속에 버려졌던 아기는 살아서 외디페프외디푸스)라는 이름의 청년으로 성장한다. 외디프는 마침 산 속을 지나가던 코린트(고린도)의 왕 폴리부스에게 발견되어 코린트의 왕궁에서 폴리부스 왕을 아버지로, 메로프 왕비를 어머니로 알고 자란다. 어느날 외디프는 밤중에 검은 환상을 본다. 무슨 내용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불길하다는 생각을 한다. 외디프는 운동경기와 잔치에도 참가하지 않고 괴로움에  빠진다. 마침내 외디프는 델피의 신전을 찾아가 고승으로부터 신탁을 받기로 한다. 그곳에서 외디프는 그가 아버지를 죽이며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내용의 예언을 듣는다. 폴리부스와 메로프를 친부모로 여기고 있는 외디프는 자기가 멀리 사라지면 그런 예언이 완성될수 없다고 생각한다. 외디프는 홀로 코린트 왕궁을 떠난다.

 

안티고네가 눈먼 아버지 외디프와 함께 테베를 떠나겠다고 한다.

 

폭풍이 인다. 목자 하나가 양 떼를 몰고 폭풍을 헤치며 지나간다. 어린 외디프를 죽음에서 살려주었던 목자이다. 산속을 지나던 외디프가 어떤 갈림길에 이른다. 어떤 길로 가야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갈 길이 너무 험난하여 코린트로 다시 돌아갈 생각도 해 본다. 왕궁을 떠난지 사흘이 지났다. 왕궁에 있을 때에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야 했지만 왕궁을 떠난 이후에는 밤에 그런 일이 없다. 그때 번개가 치며 외디프가 가려고 하는 길을 막는다. 외디프는 이것이 신들의 경고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오히려 신들이 자기의 앞길에 함정을 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좁은 길이지만 일부러 그 길을 택하여 간다. 테베의 라이우스왕이 병거를 타고 종자들과 함께 반대쪽의 좁을 길로 오다가 외디프와 마추친다. 라이우스 왕은 외디프에게 길을 비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외디프를 모욕하며 채찍을 내리친다. 외디프는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칼을 들어 라이우스 왕과 종자들을 죽인다. 폭풍이 거친다. 외디프는 바삐 그 자리를 피한다. 지나가던 그 목자가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한다.

 

눈먼 외디프와 딸 안티고네

 

테베의 성 밖에서는 날개 달린 자의 몸에 얼굴은 여자인 스핑크스가 수수께끼에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며 백성들을 공포에 몰아 넣고 있다. 외디프가 테베의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해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어떤 사람이 만일 스핑크스를 이기면 테베의 왕이 되며 얼마전에 미망인이 된 조카스트 왕비와 결혼할수 있다고 말한다. 외디프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자 스핑크스는 죽으면서 '패배에 울어야 할지 또는 승리에 웃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이상한 말을 한다. 테베의 백성들은 스핑크스를 죽게한 외디프를 열렬히 환영하며 그들의 새로운 왕으로 삼는다. 그리고 얼마전 남편을 잃은 조카스트와 결혼하라고 제안한다.

 

조카스트 역의 실비 브루넷(Sylvie Brunet)

 

[제3막] 어느덧 그로부터 또 다시 20년이 지난다. 테베는 외디프 왕의 치적으로 평화와 번영을 구가한다. 그러한 때에 테베에 갑자기 역병이 번진다. 조카스트 왕비의 오빠인 크레온은 신의 계시를 듣기 위해 델피로 간다. 크레온은 라이우스 왕을 죽인 자를 찾아내어 처벌해야만 역병이 물러간다는 계시를 받고 온다. 크레온은 라이우스 왕을 죽인 자가 아직 테베에 살고 있으며 만일 자진해서 자기 죄를 고백한다면  멀리 추방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들의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덧 붙인다. 크레온은 눈먼 예언자인 티레시아와 산 속에 살고 있는 목자를 데리고 오도록 한다. 티레시아는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었으나 그 자리에 있던 외디프가 어서 라이우스 왕을 살해한 자의 이름을 대라고 다그치자 이윽고 외디프를 가르킨다. 외디프는 크레온이 자기를 밀어내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티레시아와 목자를 쫓아낸다.

 

테베를 떠나 방랑하는 외디프와 안티고네

 

조카스트가 남편인 외디프를 위로하며 라이우스 왕이 살해되던 당시의 상황을 얘기해 준다. 외디프는 아무래도 20년 전 자기가 길에서 어떤 사람을 죽인 것과 사정이 비슷하여 혼란스러워 한다. 당시의 상황을 목격했던 목자가 그런 일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그러는데 멀리 고린트로부터 왕비의 자문관인 포르베가 테베에 도착하여 외디프에게 폴리부스 왕이 세상을 떠났으므로 어서 와서 왕위를 계승하라고 전한다. 그러면서 그제서야 폴리부스 왕와 메로프 왕비가 친부모가 아니고 양부모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그리하여 외디프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외디프는 신들의 저주가 예언대로 실현되는 것을 알고 테베로부터 도망쳐 나온다. 한편, 놀람과 두려움에 떨던 조카스트는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때 사라졌던 외디프가 다시 들어온다. 손에는 피투성이다. 외디프는 수치와 속죄의 방안으로 스스로 자기의 두 눈을 찔러 멀게 했다. 크레온은 외디프를 멀리 추방하라고 명령한다. 외디프는 자기가 멀리 사라지는 것 만이 테베를 구할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여 크레온의 추방명령을 받아 들인다. 외디페의 딸인 안티고네가 눈먼 아버지 외디프와 함께 떠나겠다고 나선다.

 

크레온이 외디프에게 테베로 돌아오라고 간청하지만 외디프는 이를 거절한다.

 

[제4막] 외디프와 안티고네는 몇년에 걸친 방랑 끝에 아테나 교외의 꽃 피는 골짜기인 콜로누스에 도착한다. 당시 콜로누스는 테세우스(Theseus)가 다스리던 지역이었다. 안티고네는 앞 못보는 아버지 외디프를 위해 콜로누스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설명해 준다. 외드프는 이곳이야 말로 자기가 죽을 곳으로 예정된 곳이라고 말한다. 갑자기 크레온이 도착한다. 그는 외디프에게 테베가 위기에 처하여 있으므로 다시 왕이 되어 난관을 극복해 달라고 간청한다. 외드프가 거절하자 크레온은 외드프의 딸 안티고네를 볼모로 잡아간다. 테세우스와 아테네 사람들이 몰려와 잡혀 있는 안티고네를 구출한다. 아테네 사람들은 크레온을 몰아내고 외디프를 환영한다. 아테네 사람들은 외디프에게 아테네에서 편히 살라고 한다. 그러나 외디프는 모든 것을 거절하고 홀로 떠난다. 그동안 고락을 함께 했던 딸 안티고네 마저 남겨두고 떠난다. 외디프는 그가 죽을 장소에 정착한다.

  

역병에 걸린 테베의 백성들이 외디프에게 구원해 달라고 간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