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에피소드

마농 이야기

정준극 2011. 6. 22. 11:27

마농 이야기

 

마스네의 오페라 '마농', 푸치니의 오페라 '마농 레스꼬', 그리고 두 사람보다 먼저 나온 오버의 '마농 레스꼬'는 모두 프랑스의 작가 아베 프레보(Abbé Prévost)가 1731년에 펴낸 소설 L'Histoire du chevalier des Grieux et de Manon Lescaut(데 그류씨와 마농 레스꼬의 이야기: 간단히 '마농 레스꼬'라고 함)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실상 아베 프레보의 '마농 레스꼬'는 Mémoires et aventures d'un homme de qualité (지체 높으신 분의 비망록과 모험: Memoirs and Adventures of a Man of Quality)이라는 장편소설의 마지막 일곱번째 스토리이다. 당시 이 저서는 귀족들에 대한 지나친 비하와 풍자로 프랑스 사회에서 논란이 많았으며 결국은 출판이 금지된바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아서 해적판이 날개 돋힌듯 팔렸다. 한편, 아베 프레보는 그의 저서의 내용이 너무 노골적이고 지나치다는 생각을 가져 표현을 순화하여 20여년이 지난 1753년에 수정본을 내 놓았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알려진 아베 프레보의 소설집이다.

 

마농 역의 안나 네트레브코와 데 그류 역의 롤란도 빌라존. 현대적 연출

   

[오페라] 마농이야기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오페라, 발레, 영화, 연극, 그림, 조각 등 여러 예술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오페라로서는 이미 설명했지만 다시 복습하는 의미에서 살펴보면 1856년에 다니엘 오버가 '마농 레스꼬'라는 오페라를 내 놓았으며 1884년에는 쥘르 마스네가 '마농'을, 1893년에는 자코모 푸치니가 '마농 레스꼬'라는 오페라를 내 놓았다. 또한 독일의 한스 베르너 헨체가 작곡한 오페라 Boulevard Solitude(고독대로)도 아베 프레보의 '마농 레스꼬'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마스네가 '마농'의 후편을 만든 것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1891년에 초연된 Le portrait de Manon(마농의 초상)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늙은 데 그류가 젊은 시절의 마농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마농 역의 엘리자베트 슈봐르츠코프

 

[발레] 발레로서는 1830년에 프랑스의 프로멘탈 알레비(Fromentak Halevy)가 만든 '마농 레스꼬'가 있으며 영국의 리턴 루카스(Leighton Lucas)가 마스네의 음악을 편곡하고 여기에 자기의 음악을 가미하여 만든 L'histoire de Manon(마농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리턴 루카스는 마스네의 음악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마농'의 음악은 사용하지 않고 '르 시드' '베르테르' '타이스' 등에서 발췌하여 발레곡을 만들었다.

 

발레 '마농 이야기'. 밀라노 라 스칼라 공연

 

[마농 레스꼬가 인용된 작품들] 알렉산드르 뒤마(아들)의 소설인 La Dame aux Camelias(동백꽃 여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소재가 된 작품)와 아베 프레보의 소설 '마농 레스꼬'는 여러가지로 흡사한 면이 있어서 비교가 된다. '동백꽃 여인'의 주인공인  마르게리트 고티어(Marguerite Gautier)의 모델이 바로 마농 레스꼬라는 것이다. '동백꽃 여인'의 주인공인 마르게리트 고티어는 베르디의 오페라에서는 비올레타 발레리(Violeta Valery)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소설 '동백꽃 여인'은 해설자가 마르게리트 고티어의 유물 중에서 아베 프레보의 소설 '마농 레스꼬'를 우연히 찾아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해설자는 마르게리트와 마농 모두 사랑하는 사람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두었지만 마르게리트가 화려한 침대에서 숨을 거둔데 반하여 마농은 황량한 사막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리고는 마르가레트의 죽음이 더욱 비참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마르게리트는 마농이 마지막 안식처로 찾은 사막보다 더 황량하며 더 무자비한 마음의 사막에서 죽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설자는 마르게리트의 유물 중에서 발견한 '마농 레스꼬' 책이 아르망(Armand: 오페라에서는 알프레도)이 마르게리트에게 준 것이라고 말한다. 마르게리트는 그 책을 받고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페이지에는 코멘트를 적어 놓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마르게리트는 어떤 여인도 마농과 같은 사랑을 할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전한다. 알렉산드르 뒤마(아들)의 연극 '동백꽃 여인'의 제1막에서 마르게리트는 발레공연을 구경간다. 그것은 바로 발레 '마농 레스꼬'인 것도 마르게리트와 마농을 연계시켜주는 끈이다.

 

마농 역의 칼렌 에스페리안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The Picture of Dorian Gray(도리안 그레이의 사진) 제4장에서 도리안이 로드 헨리(Lord Henry)를 기다리면서 읽는 책이 '마농 레스꼬'이다. 콤튼 매켄지(Compton Mackenzie)의 소설 Sinister Street(불길한 거리)에서 주인공 마이클 페인(Michael Fane)이 세상을 포기하기 전에 읽는 책이 '마농 레스꼬'이다. 마이클 페인은 어떤 '창녀'(Fallen Woman)와의 이룰수 없는 사랑을 비관하여 세상을 하직할 생각을 한다. 레오폴드 폰 자허-마조흐(Leopold von Sacher-Masoch)의 소서 Venus im Pelz(모피옷을 입은 비너스)에서 피학대음란적 주인공인 세베린(Severin)은 비록 마농이 데 그류를 떠났지만 마농에 대한 데 그류의 사랑을 자기의 행동과 연계하여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도로시 세이어스(Dorothy Sayers)의 미스테리 소설인 Clouds of Witness(수많은 증인)에서 탐정 역할의 로드 페터 윔지(Lord Peter Wimsey)는 사건을 마농 레스꼬와 연계하여 해결한다. 루마니아의 저명한 작가인 미하일 드루메스(Mihail Drumes)의 소설 Invitatie la vals(무도회의 초대)에도 마농 레스꼬에 대한 언급이 있다. 소설 '무도회의 초대'는 칼 마리아 폰 베버의 작품인 '무도회의 초대'(Einladung zum Ball: Invitation to the Dance)에서 힌트를 얻은 작품이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을 마농 레스꼬와 비교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조히즘을 다룬 '모피를 입은 비너스'의 한 장면

 

체코공화국의 시인이며 극작가인 비체츠라브 네즈발(Vitezslav Nezval)은 '마농 레스꼬'를 바탕으로 동명의 운문극본(Verse drama)을 썼다. 체코에서는 네즈발의 새로운 운문 버전이 프레보의 원작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견해이다. 네즈발의 극본은 7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막에는 발라드가 중심을 이루도록 되어 있다. 체코에서는 네즈발의 '마농 레스꼬'가 프레보의 것보다 더 많이 읽히고 있다. 네즈발의 운문극본을 토대로 영화도 만들어졌다. 야나 프레이쏘바(Jana Preissova)가 마농 역할을 맡은 영화이다. 토마스 핀천(Thomas Pynchon)은 그의 단편인 Under the Rose(장미꽃 아래에서)에서 푸치니의 데 그류를 여러번 언급하였다. 1985년도 제임스 윌칵스(James Wilcox)의 소설 North Gladiola(노우스 글라디올라)는 마농 레스꼬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체코의 시인 비테츨라브 네즈발

 

[영화] 마농 레스꼬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작품은 많이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만 살펴본다. 1921년에 Camille라는 제목의 무성영화가 제작되었다. 데 그류 역은 루돌프 발렌티노였고 마농 역은 알라 나치모바(Alla Nazimova: 1879-1945)였다. 1926년에는 리야 드 푸티(Lya de Putti)가 주역을 맡은 Manon Leacaut 라는 영화가 제작되었다. 이듬해인 1927년에 만들어진 When a Man Loves도 마농 레스꼬의 스토리이다. 존 배리모어와 돌로레스 코스텔로(Dolores Costello)가 주역을 맡았다. 1936년에는 위대한 명우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 라이오넬 배리모어(Lionel Barrymore)가 출연한 Camille라는 타이틀이 제작되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39년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인배우 헤디 라마르(Hedy Lamarr)와 로버트 테일러가 주역을 맡은 Lady of the Tropics(열대의 여인)이 나왔다. 역시 마농 레스꼬의 이야기이다. 1940년에는 비토리오 데 시카(Vittorio de Sica)와 알리다 발리(Alida Valli)가 주역을 맡은 Manon Lescaut가 제작되었다. 1949년에는 미셀 오클레어(Michel Auclair)와 세실 오브리(Cecil Aubry)가 주역을 맡은 Manon이 제작되었다.

 

무성영화시대에 처음으로 마농 역을 맡았던 알마 나치모바

 

마농은 1986년도 클로드 베리의 영화 Manon des Sources(마농의 샘)과 Jean de Florette(소설은 Ugolin(위골랭)이라는 타이틀)에도 인용되었다. '마농의 샘'(원제는 The Water in the Hills)과 '장 드 플로렛'(위골랭)의 작가인 마르셀 파뇰(Marcel Pagnol)의 어머니는 오페라에서 마농 역을 맡았었다고 한다. 1968년에 캬트린 드뇌브가 주연한 'Manon 70'이라는 영화도 역시 프레보의 '마농 레스꼬'를 참고로 한 것이다.

 

영화 '마농의 샘'에서 엠마누엘르 베아르(Emmanuelle Bé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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