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에피소드

결혼을 주제로 삼은 오페라

정준극 2013. 9. 24. 08:42

결혼을 주제로 삼은 오페라

 

-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 펠릭스 멘델스존의 ‘카마초의 결혼’(Die Hochzeit des Camachos)

- 무소르그스키의 ‘결혼’(Zhenit'ba)(The Marriage)

- 리하르트 바그너의 ‘결혼’(Die Hochzeit)

- 빅토르 마쎄의 ‘자네트의 결혼’(Le noces de Jeannette)

- 에드몽 오드랑의 ‘올리베트의 결혼’(Les noces d'Olivette)

- 조아키노 로시니의 ‘결혼계약서’(La Cambiale di Matrimonio)

- 보후슬라브 마르티누의 ‘결혼’(Zenitba)

- 안토니오 스마렐리아의 ‘이스트리아의 결혼’(Nozze istrane)

- 마이클 티페트의 ‘한여름의 결혼’(The Midsummer Marriage)

-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수도원에서의 결혼’(Matrimonio al Convento)

- 주세파 스타파의 ‘분별있는 결혼’(Un matrimonio per ragione)

 

바그너의 '로엔그린'에서 결혼식 장면

                                    

[결혼식 장면이 나오는 오페라]

 

- 푸치니의 ‘나비부인’ - 나가사키에서 초초상과 핀커튼의 일본 전통 결혼식을 올린다.

- 바그너의 ‘로엔그린’ -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과 브라반트 공국의 엘자와의 결혼식

- 도니체티의 ‘람메무어의 루치아’ - 결혼식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루치아와 아르투로가 결혼식을 올렸다.

-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 - 라이샌더와 헤르미아가 숲 속에서 파티를 하면서 결혼식을 올린다.

-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 비밀리에 로랑신부를 모시고 결혼식을 올려 부부가 된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에서 결혼식 장면. 테너 플라치도 도밍고(핀커튼),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초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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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속의 결혼식

6월은 아름다운 결혼의 달

 

아름다운 계절 6월이다. 6월에는 결혼을 많이 하기 때문에 ‘6월의 신부’(June Bride)라는 용어까지 생겨났고 그런 제목으로 만든 영화도 있다. ‘6월의 신부’라는 용어는 가장 축복받은 행복한 신부라는 의미이다. 어찌하여 6월에 결혼식이 많은 것일까? 몇가지 주장이 있지만 그 중에서 로마 신화에 얽힌 얘기가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 같다. 주노는 신들의 제왕이라고 하는 주피터의 부인이다. 주노는 결혼의 여신이며 다산의 여신이다. 그래서 로마제국에서는 여인들이 주노를 수호신으로 숭상하였다. 주노라는 단어는 ‘하늘의 여왕’이라는 뜻이다. 로마인들은 1년의 여섯번째 달의 명칭을 주노(Juno)라는 이름에서 준(June)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주노 여신을 축복을 더 많이 받기 위해 6월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고 그 관습이 지금까지 내려왔다는 것이다.

 

결혼을 주제로 삼은 오페라들이 있다. 오페라의 제목에 ‘결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경우도 많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결혼식 장면이 나오는 오페라들도 있다. 오페라에서 결혼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우선 아름다운 신부를 볼수 있기 때문이며 그 다음으로는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축하파티가 흥겹게 열리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은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아무래도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일 것이다. ‘피가로의 결혼’은 영국의 오페라베이스라는 기관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10대 오페라에 속할 정도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프랑스의 저명한 극작가인 피엘 드 보마르셰가 쓴 3부작중 제2편을 바탕으로 삼은 오페라이다. 보마르셰의 3부작중 제1편은 ‘세빌리아의 이발사’(Le Barbiere de Seville)이며 제2편이 ‘피가로의 결혼’(Le Mariage de Figaro), 그리고 제3편은 ‘죄 많은 어머니’(La Mère Coupable)이다. 로시니가 작곡한 제1편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젊은 알마비바 백작이 수단꾼인 거리의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을 받아 아름다운 로지나와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제2편 ‘피가로의 결혼’은 알마비바 백작이 부인인 로지나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히려 백작부인의 시녀이며 피가로와 결혼키로 되어 있는 수잔나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으나 피가로의 기지로 백작의 마음을 백작부인에게로 되돌려 놓고 피가로는 수잔나와 순탄한 결혼을 한다는 내용이다. 제3편은 아직 누구도 오페라로 시도하지 않았다. 굳이 시도가 되었다면 프랑스의 다리우스 미요가 작곡하여 1966년에 제네바 대극장에서 초연된 ‘죄 많은 어머니’가 있다. 제3편의 내용은 백작부인(로지나)이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냐 하면 평소에 백작부인을 사모하던 미소년 케루비노로 밝혀진다는 것이다. ‘피가로 3부작’은 아직도 봉건귀족들이 세력을 떨치고 있는 때에 귀족들의 권위를 땅에 떨어트리는 것이기 때문에 당국으로부터 엄중한 제재를 받아 무대 공연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제3부 ‘죄 많은 어머니’는 아예 당국으로부터 원천봉쇄를 당하여 연극조차 공연되기가 어려웠으나 시대가 바뀌면서 오페라로까지 나올수 있게 되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실제로 피가로와 수잔나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이 오페라의 피날레는 백작이 부인인 로지나에게 자기의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고 그러한 모습을 본 백작부인은 알마비바 백작의 사랑이 다시 돌아온 것을 기뻐하여 용서하는 것으로 장식될 뿐이다. 물론 백작이 수잔나에 대한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피가로와 무난히 결혼식을 올릴수 있다는 내용이 암시되어 있는 피날레이다.

 

펠릭스 멘델스존이 오페라를 작곡했다는 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항이다. 하지만 멘델스존은 독일 징슈필 스타일의 오페라를 서너 편이나 작곡했다. ‘카마초의 결혼’은 멘델스존이 16세 때에 완성한 것으로 작곡을 완성하고 나서 2년 후인 1827년에 베를린에서 처음 공연된 오페라이다. 하지만 징슈필 스타일이며 음악과 대본에 있어서 여러 가지로 미약한 점이 들어나서 오늘날 거의 잊혀져있다. ‘카마초의 결혼’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삼은 오페라이다.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카마초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퀴티에리아는 사실 사랑하는 바실리오가 있다. 퀴티에리아와 바실리오는 가끔은 주책없는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 그리고 친구들인 루친다와 비발도의 도움을 받아서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결혼과 관련하여 멘델스존이라고 하면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있다. 지금은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와 신랑신부가 결혼식을 마치고 부부로서 처음 행진하여 나갈 때의 음악을 이상한 팝뮤직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지만 종래에는 신부가 입장할 때에는 무조건 바그너의 ‘로엔그린’에 나오는 신부를 위한 합창을 연주했고 결혼식이 끝나고 신랑신부가 퇴장할 때에는 멘델스존의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에서 ‘결혼행진곡’을 연주했다. 그만큼 멘델스존은 세계 만인의 결혼과 무관한 관계가 아니었다.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다시 한번 소개하면,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의 음악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2막에서 엘자 공주와 백조의 기사인 로엔그린이 결혼식을 올릴 때 연주되는 곡이다. 보통 ‘신부의 합창’이라고 불리지만 원래의 제목은 ‘진실로서 인도하소서’이다. ‘딴 따 다 단...’이 바로 그 곡이다. ‘로엔그린’의 ‘신부의 합창’은 오페라에 나오는 음악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가장 잘 알려진 곡이다. 하지만 이 오페라의 제목에는 결혼이라는 말이 나오지도 않는다.

 

바그너가 생애 처음으로 작곡을 시도한 오페라는 ‘결혼’(Die Hochzeit)라는 제목의 오페라이다. 바그너가 19세 때인 1832년에 작곡을 시도했으나 어쩐 일인지 완성하지 않고 중도에서 포기했다. 바그너의 누이로서 바그너에게 지지를 아끼지 않은 로잘리가 바그너가 쓴 대본이 형편없다고 하는 바람에 중도 포기했다. 그래도 오늘날 스코어가 남아 있기 때문에 바그너 연구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결혼’이라는 제목의 오페라가 하나 더 있다. 러시아의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가 1868년에 발표한 ‘결혼’(Zhenit'ba)이다. 그런데 이 오페라도 무소르그스키가 완성한 것은 1막의 보컬 스코어뿐이었다. 니콜라이 고골의 코믹 단편소설인 ‘결혼’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다 아는 상황에서 1막만 가지고는 충분치 않았다. 결혼이란 것이 원래 미완성인 것이기 때문인가? 아무튼 무소르그스키의 ‘결혼’은 그의 친구 작곡가들이 1막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완성하고 이어 2막과 3막까지 완성해서 구색을 갖추어 놓았다. 매사에 우유부단한 남자가 중매쟁이에게 신부감을 부탁했지만 결국 그의 결단성이 없는 성격 때문에 성사가 되지 않는다는 줄거리이다. 체코 출신의 보후슬라브 마르티누도 ‘결혼’이란 제목의 오페라를 작곡한 것이 있다. 미국의 NBC 방송이 작곡을 요청한 것으로 1953년 NBC 방송을 통해서 처음 소개된 작품이다. 역시 원작은 무소르그스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소설이다.

 

‘결혼’이라는 타이틀은 오페라의 제목에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결혼과 관련된 제목의 오페라들도 더러 있다. 우선 로시니의 ‘결혼계약서’(La Cambiale di Matrimonio)이다. 로시니는 모두 39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결혼계약서’는 그의 첫 오페라이다. 로시니가 18세 때에 완성한 것이다. 로시니는 초스피드 작곡가로서 유명했다. ‘결혼계약서’는 단 며칠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1810년 베니스에서 초연을 가져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오페라 부파(코믹 오페라)이기 때문이었다. 고집은 세지만 그래도 눈치는 있는 토비아스는 자기의 딸 홰니를 캐나다에서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번 슬룩에게 시집 보내기로 한다. 그렇게 되면 슬룩으로부터 사업자금을 지원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계획을 알아차린 홰니는 무일푼의 애인인 에드워드와 함께 대책을 수립한다. 대책이란 것은 다름 아니라 슬룩을 만나서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결혼을 포기토록 하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계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슬룩은 홰니와의 결혼을 포기하고 나아가 에드워드를 자기의 재산상속인으로 만들어 모두를 놀라게 한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이다.

 

로시니의 '결혼계약서'.  

 

러시아의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가 ‘수도원에서의 결혼’(Matrimonio al Convento)이라는 오페라를 작곡한 것이 있다. ‘수도원에서의 결혼’은 부제목이고 원래 제목은 ‘보모’(Duenna)이다. 이 오페라는 여러 면에서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비슷한 점이 있다. 우선 무대가 세빌리아라는 것도 비슷하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스토리도 그렇게 비슷할 수가 없다. 루이자라는 아가씨가 완고한 아버지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줄거리이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하는 말이 ‘자식을 이해하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다’이었다. 러시아 출신의 소프라노인 안나 네트렙코는 프로코피에프의 현대적 감각의 오페라를 좋아해서 즐겨 출연하고 있다. ‘수도원에서의 결혼’에서 루이자 역할은 안나 네트렙코가 가장 적격이라는 평을 받았다.

 

19세기 프랑스의 에드몽 오드랑이 작곡한 ‘올리베트의 결혼’(Les noces d'Olivette)라는 오페라도 있다. 프랑스 페르피냥에 살고 있는 올리베트는 먼 바다를 항해하는 메리막 선장과 결혼할 사이인데 수도원에 들어가 신부수업을 받는 중에 발렌탱이라는 청년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우여곡절 끝에 메리막 선장은 자기의 천직은 바다에 나가는 것이라고 하며 올리베트를 떠남으로서 올리베트는 사랑하는 발렌탱과 결혼한다는 줄거리이다. 19세기 프랑스의 빅토르 마쎄가 작곡한 ‘자네트의 결혼’(Le noces de Jeannette)라는 오페라도 있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여자는 한번 안한다고 하면 겉으로야 어쨋든 속으로는 절대로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 남자는? 한번 안한다고 했다가도 설득을 당하면 마음을 바꾼다’라는 것이다. ‘자네트의 결혼’은 시장실에 가서 결혼식까지 올린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사랑싸움을 하는 바람에 어색하게 되었다가 나중에 결국은 다시 부부로서 사랑하며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밖에 영국의 현대음악 작곡가인 마이클 티페트의 ‘한여름의 결혼’(The Midsummer Marriage),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스마렐리아의 ‘이스트리아의 결혼’(Nozze istrane), 주세파 스타파의 ‘분별있는 결혼’(Un matrimonio per ragione) 등이 있다.

 

오페라의 제목에 ‘결혼’이라는 말은 들어가지 않지만 신랑 또는 신부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결혼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작품들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스메타나의 ‘팔려간 신부’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짜르의 신부’이다. 체코의 국민오페라인 ‘팔려간 신부’(Prodana Nevesta)는 1866년에 프라하에서 처음 공연된 3막의 코믹 오페라이다. 보헤미아 남부의 어떤 마을이 배경으로 보헤미아(체코)의 민속적인 향취가 물씬 풍겨나는 오페라이다. 예쁜 마렌카는 농장일꾼인 성실하고 착한 예니크와 결혼하고 싶지만 아버지가 옛날에 이웃마을 지주로부터 신세를 지고 그의 아들과 자기의 딸을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이 있어서 이웃 마을 지주의 아들인 바세크와 결혼해야 할 입장지지만 예니크가 실은 어릴 때 잃어버린 아웃마을 지주의 아들인 것이 밝혀져서 해피엔딩이 된다는 내용이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짜르의 신부’(Tsarskaya nevesta)는 16세기 제정러시아가 무대이다. 이 오페라는 결혼과 관련된 일반 오페라들과는 달리 비극으로 끝나는 내용이다. 마르파는 리코프를 사랑하지만 짜르가 마르파와 결혼하겠다고 나서자 거역할수 없어서 절망 중에 있을 때 사랑하는 리코프마저 반역죄로 짜르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충격으로 정신이상을 일으켜서 역시 숨을 거둔다는 내용이다. 1899년에 모스크바에서 처음 공연된 이래 러시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 되었다. ‘짜르의 신부’는 내용이야 비극적이지만 세트가 화려하고 민속적인 춤과 노래가 찬란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짜르의 신부'의 한 장면

 

오페라의 공연 중에 결혼식이 거행되거나 또는 거행되었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나오는 오페라들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가장 유명한 결혼식 장면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바그너의 ‘로엔그린’이다.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과 브라반트 공국의 엘자 공주와의 결혼식이 거행되는 장면이 나오며 이때 저 유명한 ‘신부의 합창’(진실로서 인도하소서)가 나온다.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에 연주되는 음악이다. 다음으로는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1막에 초초상과 미해군 장교인 핀커튼의 일본 전통결혼식이 거행되는 장면이 나와서 눈요기를 시켜준다. 그러나 그 결혼식의 끝 무렵에 초초상의 삼촌인 본조가 나타나서 초초상에게 가문의 명예를 저버렸다는 등의 저주를 퍼붓는 바람에 난장판이 된다.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도 간단하지만 결혼식 장면이 나온다.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로미오가 처음에 미치도록 사랑한 사람은 줄리엣의 사촌인 로잘린이라는 아가씨였다. 그래서 로잘린이 보고 싶어서 마침 줄리엣의 집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몰래 갔다가 그곳에서 줄리엣을 보고 그만 마음이 바뀌어 줄리엣을 죽어라고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때 줄리엣은 불과 15세의 소녀였다. 아무튼 두 사람은 그 다음날 로랑 신부의 도움을 받아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다른 일반 오페라에 나오는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먹고 마시는 화려하고 흥겨운 결혼식 장면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래도 아무튼 결혼식을 결혼식이므로 소개하는 것이다.

 

결혼식과 관련된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오페라는 도니체티의 ‘람메무어의 루치아’이다. 실제로 루치아와 아르투로의 결혼식 장면은 오페라에 나오지 않지만 결혼식을 올린 바로 그 날 밤에 루치아가 신랑을 죽이고 정신이상을 일으켜 피가 흥건히 묻어 있는 웨딩 드레스를 그대로 입은채 저 유명한 ‘광란의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모든 오페라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의 하나이다. 그런데 그 전에 사람들이 아르투로에게 루치아와 드디어 결혼하게 된 것을 축하하며 부르는 합창이 있다. 우리 귀에 익은 곡이다. ‘환희의 소리’(Dimmenso giubilo)라는 제목의 합창곡이다. 이 합창곡의 멜로디는 일제시대 우리나라 기독교의 초창기에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 이 동산에 할 일 많아 사방에 일꾼을 부르니....일하러 가세 일하러 가, 삼천리강산 위에...’라는 가사로서 찬송가에 수록되기도 했다.

 

이밖에 결혼식 장면이 나오는 오페라로서는, 루이 페르디낭 에롤드의 ‘창파’(Zampa: 대리석 신부), 루이지 케루비니의 ‘이틀간의 사건’(Les deux journèes), 벨리니의 ‘청교도’(I Puritani), 글링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베를리오즈의 ‘베아트리스와 베네딕트’, 하인리히 마르슈너의 ‘한스 하일링’, 몬테베르디의 ‘포페아의 대관식’(L'Incoronazione di Poppea), 알반 베르크의 ‘예누파’(Jenufa), 얀 파데레브스키의 ‘만루’, 스타니슬라브 모니우츠코의 ‘할카’, 헨델의 ‘올란도’(안젤리카와 메도로의 결혼), 장 필립 라모의 ‘조로아스트르’(조로아스트르와 아멜리트의 신전 결혼), 로시니의 ‘귀욤 텔’(마을 처녀총각들의 배우자 찾기 축제) 등 허다하다. 오페라는 아니지만 ‘결혼’을 소재로 한 음악작품 중에서 뛰어난 것으로는 헝가리의 카를 골드마크의 ‘시골결혼 교향곡’이 있다.

 

'루슬란과 루드밀라' 결혼식 장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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