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54. 장 자크 루소의 '마을의 점쟁이'

정준극 2011. 6. 24. 13:58

마을의 점쟁이(Le devin du village)

The Village Soothsayer - Der Dorfwahrsager

장 자크 루소

 

장 자크 루소

 

스위스의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라고 하면 사회계약론자, 직접민주주의자, 공화주의자, 계몽주의 철학자, 작가 등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작곡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곡가로서 장 자크 루소는 오페라도 작곡했다. 18세기 낭만주의 음악을 표현한 작곡가이다. 그는 성악곡도 여러 편을 작곡했다. 우리나라 개정 찬송가에도 루소가 작곡한 곡이 들어 있다. 54장 '주여 복을 구하나니'(Lord, let us now depart in peace)와 96장 '예수님은 누구신가'(Come, ye sinners, poor and needy)이다. 그가 대본도 쓰고 음악도 작곡한 오페라 '마을의 점쟁이'는 1752년 10월 18일 파리의 폰텐블로(Fontainebleau) 궁전에서 초연되었다. 루이 15세는 이 오페라를 대단히 좋아하여서 루소에게 평생 연금을 지급토록 했다. 루소는 그같은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이 오페라는 당시 뜨거운 사랑을 받아 루소는 부유하게 되었고 명성도 크게 떨치게 되었다. 이 오페라는 장래에 루이 16세가 되는 왕세자와 마리 앙뚜아네트의 결혼 때에도 공연되었다. 영국 초연은 1762년 런던에서였다. 타이틀을 The Cunning Man(교활한 사람)이라고 바꾸었다.

 

'마을의 점쟁이' 음반 커버

 

장 자크 루소의 '마을의 점쟁이' 대본을 모방하여 쥐스탱 파바르(Justine Favart)와 아르니 드 게르비유(Harny de Guerville)가 Les Amours de Bastien et Bastienne(바스티엔과 바스티엔느의 사랑)이라는 희곡을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독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봐이스케른(Friedrich Wilhelm Weiskern), 요한 하인리히 뮐러(Johann Heinrich Müller), 요한 안드레아스 샤흐트너(Johann Andreas Schachtner)가 Bastien und Bastienne 라는 오페라 대본을 작성했다. 이것을 12세의 모차르트가 오페라로 만들었다. 그러므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오페라 Bastien und Bastienne 는 장 자크 루소의 오페라 Le devin du village을 모방한 것이다. 다만, 등장인물의 이름들이 다를 뿐이다.

 

모차르트의 Bastien und Bastienne 에 대하여 조금 더 설명을 하자면 이 오페라는 비엔나의 의사인 프란츠 메스머(Franz Mesmer)가 작곡을 의뢰한 것으로 1768년 경에 메스머 박사의 저택에서 처음 공연되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전기를 쓴 게오르그 니콜라우스 폰 니쎈(Georg Nikolaus von Nissen: 1761-1826)에 의하면 Bastien und Bastienne 는 메스머 박사의 저택의 정원극장에서 공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일설에는 모차르트의 생전에는 이 오페라가 공연되지 않았으며 처음으로 공식 공연된 것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지 거의 100년 후인 1890년 10월 2일 베를린의 건축회관에서 였다고 한다. 니쎈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후 미망인이 된 콘스탄체와 재혼한 사람이다. 그리고 메스머 박사는 당시 유행하던 목가적인 오페라를 애호하였는데 특별히 장 자크 루소의 Le devin du village를 즐겨하여 모차르트에게 루소의 오페라를 모방한 오페라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한 마디 더 한다면, 메스머 박사는 모차르트가 나중에 작곡한 Cosi fan tutte(여자는 다 그래)에서 돈 알폰소(Don Alfonso)로 묘사되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바스티엔과 바스티엔느'의 한 장면

 

'마을의 점쟁이'의 주요 등장인물은 3명이다. 목동인 콜랭(Colin)은 보통 알토가 맡는다. 메조소프라노가 맡는 경우도 있다. 콜랭의 파트너는 콜레트(Colette)이다. 소프라노가 맡는다. 마을의 점쟁이는 바리톤이나 베이스가 맡는다. 프랑스어인 devin을 점쟁이라고 번역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돈암동의 점쟁이와는 의미가 다르다. 현명하여서 다른 사람을 위해 자문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다른 사람에게 자문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 일이 이러저러하게 될 것이니 이러저러하게 대처하면 될 것이다'라고 말해주는 것과 같다. 즉,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남들보더 현명하게 예상하는 사람이다. devin은 영어로 soothsayer라고 번역했다. 앞일을 내다보는 사람, 또는 예언자라는 뜻이 강하다. devin은 독일어로 wahrsager라고 번역되고 있다. 사실을 말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공연히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갔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이제 줄거리를 소개코자 한다. 단막이어서 사실상 줄거리라고 까지 할만한 것이 없다.

 

루소의 '마을의 점쟁이' 음반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다. 한쪽에는 점쟁이의 오두막집이 서 있다. 예쁜 아가씨인 콜레트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남친인 콜랭이 읍내에 나갔는데 돌아올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콜레트는 앞치마로 눈물을 닦으면서 혹시 콜랭에게 다른 여친이 생긴 것이나 아닌가라며 의심한다. 콜레트는 아무래도 콜랭이 이제는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여 슬프다. 콜레트는 그러지 않아도 읍내에예쁜 아가씨들이 많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일이 있다. 읍내의 아가씨들은 예쁠 뿐만 아니라 명랑하고 사근사근하여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소리도 들었던 일이 있다. 콜레트는 착하고 잘 생긴 콜랭이 읍내에 나가서 읍내 아가씨들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으로 한숨을 쉰다. 그러면 자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콜랭과 헤어져야 한다는 말인가? 콜레트는 도무지 불안하다. 콜레트는 언뜻 마을의 점쟁이를 찾아가서 앞으로 콜랭과의 사이가 어떻게 될지 알아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점쟁이는 콜레트에게 말하자면 복채부터 내 놓으라고 한다. 콜레트는 정말 아깝지만 아껴 두었던 돈을 꺼내어 마지못해 점쟁이에게 준다.

 

콜레트는 점쟁이에게 그의 마법을 이용하여 콜랭을 자기에게 돌아오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다. 점쟁이는 콜랭이 비록 성실치 못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변함없이 콜레트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 준다. 다만, 최근에 읍내에 있는 어떤 부자집 여자에게 마음이 쏠리긴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므로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사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콜랭의 마음을 테스트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콜레트는 사랑이란 한 사람의 이익을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내키지 아니한다. 점쟁이는 콜레트에게 콜랭이 돌아오면 차갑게 대해 주라고 말한다. 점쟁이는 아무래도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굳게 만들기 위해서는 질투작전이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잠시후 읍내에 갔던 콜랭이 돌아온다. 사실 콜랭은 읍내에 가서 콜레트에게 선물할 옷을 사기 위해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점쟁이는 우선 콜랭을 만나 도시에서 어떤 잘 생기고 부유한 신사가 콜레트를 찾아왔다고 하며 아무래도 그 신사가 콜레트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얘기해 준다. 이 말을 들은 콜랭은 콜레트에게 잘 해 주지 못하는 자기의 처지가 한심스러워서 한숨을 쉰다. 콜랭은 점쟁이에게 그의 마법을 이용하여 콜레트의 마음이 되돌아오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마을의 점쟁이' 무대 스케치. 주인공들은 양을 치는 목동들이지만 무대에서는 신사 숙녀로 등장한다.

 

점쟁이는 마법의 책이라는 것을 꺼내어 횡설수설하며 마치 마법의 주문을 외는 것처럼 행동한다. 점쟁이는 가끔씩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라틴어도 지꺼린다. 심지어는 마술지팡이란 것도 꺼내어 휘두른다. 점쟁이는 콜랭에게 마법의 주문이 통하여서 콜레트는 아직도 콜랭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콜랭은 그제서야 마음을 놓는다. 하지만 콜레트는 냉전작전을 조금 더 연장키로 한다. 콜랭이 아무리 용서를 빌고 잘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콜레트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콜랭은 죽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정말로 자살하겠다고 말한다. 그제서야 콜레트는 황급히 자기의 마음은 원래 이렇지 않다고 하면서 도시에서 왔다는 신사 얘기등은 아무 근거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드디어 두 사람은 너무 지나치게 일이 확대되었다고 생각하여 그만 화해키로 한다. 점쟁이는 이 모든 것이 마법의 도움이라고 말한다. 세 사람 모두 행복한 마음에서 마법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어떤 버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하고 함께 춤을 추는 것으로 되어 있다.

 

    

드디어 콜랭과 콜레트가 화해하여 변치않는 사랑을 다짐한다. 마을 사람들이 이들의 사랑을 함께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