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
니콜라스 모
니콜라스 모
'소피의 선택'은 영국 출신의 니콜라스 모(Nicholas Maw: 1935-2009)가 작곡한 4막의 장편 오페라이다. 장편이라고 한 것은 원래의 텍스트대로 공연하자면 거의 4시간이 되며 단축하여서 공연하더라고 3시간은 족히 되기 때문이다.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은1982년 헐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져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주인공인 소피의 역할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이다. 니콜라스 모는 이 영화로부터 영감을 얻어 오페라를 작곡했다고 한다. '소피의 선택'은 20세기 미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하는 윌렴 스타이론(William Styron: 1925-2006)이 1979년에 내놓은 소설이다. 니콜라스 모는 영화 '소피의 선택'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지만 오페라의 대본은 물론 원작 소설에 바탕을 두었다. 사실상 니콜라스 모는 오페라를 작곡키로 작정하고 작가인 윌렴 스타이론에게 대본을 부탁했었다. 그러나 스타이론은 연로하기도 했지만 오페라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이 없어서 대본을 쓰지 못하겠다고 거절했다. 그래서 니콜라스 모가 직접 대본을 썼다.
1982년도 알란 파쿨라(Alan Pakula)감독의 헐리우드 영화 '소피의 선택'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메릴 스트립이 나치 장교로부터 딸과 아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가스실로 보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란다. 메릴 스트립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소피라는 이름의 여인은 살아가면서 여러 결정과 선택을 해야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괴로웠던 선택은 아우슈비츠에서였다. 폴란드 여인인 소피는 햄을 밀수했다는 죄명으로 체포되어 아우슈비츠에 수용된다. 겉으로는 도둑질을 했다는 죄목이지만 아마 반나치 인물들과 접촉하고 그들의 활동을 묵인했다는 명목으로 체포되었던 것 같다. 소피의 친구인 봔다(Wanda)는 히틀러 반대 운동을 하는 여자였다. 봔다는 소피에게 폴란드어로 된 히틀러 반대 전단의 내용을 독일어로 번역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소피는 혹시라도 자기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 두려워하여 도와주지 않는다. 그런 전력이 있어서 그랬는지 아무튼 소피는 두 아이와 함께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다. 딸 에바(Eva)는 일곱살이고 아들 얀(Jan)은 다섯살이다. 나치 장교가 소피에게 물었다. '딸과 아들 중에서 누구를 먼저 가스실로 보내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나치 SS 장교는 두 아이 중에서 한 아이는 조금 더 살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피는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하는가? 소피는 아우슈비츠에서 딸 에바를 먼저 가스실로 보내는 선택을 하였다. 나중에 아들 얀이 어떻게 되었다는 얘기는 없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간 소피가 혼자 살았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 아우슈비츠에서 나중에 희생되었을 것이다. 두 아이 중에서 딸을 먼저 가스실로 보내겠다고 선택했던 소피는 그로부터 심적인 타격을 받아 평생을 죄책감에서 살아야 했고 결국은 자살로서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였다. 그로부터 Sophie's Choice라는 용어는 인간으로서는 차마 하기 어려운 두렵고도 비극적인 선택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우슈비츠에서 나치의 SS 장교에게 매달리어 아이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피(안겔리카 키르흐슐라거). 그러나 소피는 어린 딸과 아들 중에서 하나를 가스실로 보내는 선택을 해야 했다.
오페라 '소피의 선택'은 BBC Radio-3 와 로열 오페라 하우스가 니콜라스 모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2002년 12월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에서 소피(독일어로는 조피) 역할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소프라노 안겔리카 키르흐슐라거(Angelika Kirchschlager)가 맡았다. 안겔리카 키르흐슐라거는 '소피의 선택'이 2006년 워싱턴의 케네디 센터에서 초연될 때에도 타이틀 롤을 맡았다. '소피의 선택'은 런던 초연이후 그 해에 비엔나의 폭스오퍼(Volksoper), 베를린의 도이체 오퍼(Deutsche Oper)에서 공연되어 높은 관심을 끌었다. '소피의 선택'이 워싱턴에서 초연될 때에는 마침 유태인의 오순절 절기였다.
영화 '소피의 선택'의 포스터
시기는 1947년 초여름, 장소는 뉴욕의 브루클린이다. 어떤 아파트에 스팅고(Stingo: Bar), 소피(Sophie Zawistowska: S), 나탄(Nathan Landau: T)가 각각 방을 얻어 살고 있다. 스팅고는 이름으로 보아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손인것 같다. 원작자인 윌렴 스타이론은 스팅고를 자기와 같은 직업인 작가로 설정하였으며 자기가 졸업한 학교인 듀크(Duke)를 졸업한 사람으로 설정하여 놓았다. 젊은 작가인 스팅고는 유명한 출판사인 맥그로 힐(McGraw-Hill)에서 교정을 보는 일을 했으나 그나마도 해고되어 브루클린의 싸구려 월세 아파트로 들어와 살고 있다. 스팅고는 브루클린에서 몇 달 동안 지내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글 쓰는 일에나 전념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이웃에 살고 있는 소피와 나탄의 일에 관련하게 된다. 나탄은 유태계 미국인이다. 나탄은 자칭 천재과학자이다. 나탄은 명문 하바드를 나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화이자(Pfizer) 제약회사에서 분자생물학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 이런 사항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아무도 나탄이 정신분열증의 증세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소피와 스팅고도 그런 사실을 모르고 지낸다. 다만, 소피는 나탄이 간혹 마약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탄은 자기가 근무하던 화이자 회사로부터 코카인을 쉽게 구했던 것 같았다. 나탄은 보통 때에는 정상적이고 이해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이지만 간혹 두려울만큼 질투심이 강하고 폭력적이며 망상에 빠지는 사람으로 변할 때가 있다.
소피와 아이들
소피는 아파트 이웃에 살고 있는 스팅고에게 자기의 과거 이야기를 해 준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한 일이 없었던 이야기이다. 소피는 폴란드의 크라쿠프(크라카오: Krakow: Kraków)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크라쿠프대학교의 법률교수였다. 가톨릭인 아버지는 반유태주의자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계는 급속히 어려워졌다. 전쟁 중이어서 식량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소피의 어머니가 병에 걸려 위중한 상태였다. 소피는 어머니를 위해 햄을 밀수시장에서 거래하다가 나치에게 체포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도둑을 비롯한 모든 범죄자는 강제수용소행이었다. 소피는 아우슈비츠에 들어가게 되었다. 소피는 아리안의 상징인 금발에 가톨릭이며 완벽한 독일어를 사용할줄 알았다. 그래서 설마 나치가 자기를 체포할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치는 소피를 체포하여 아우슈비츠로 끌고 갔다. 그때 소피에게는 딸 에바와 아들 얀이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소피는 아이들과 함께 아우슈비츠에 들어갔다. 소피는 아우슈비츠가 힘들고 나쁜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소피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인 나치 친위대 장교의 집에서 속기사 겸 타자수로 임시근무한 일이 있었다.
소피는 아들 얀의 장래를 위해 얀이 레벤스보른(Lebensborn)에 들어가게 되기를 갈망했다. 레벤스보른(영어로는 Spring of Life: 삶의 샘)은 SS(Schutzstaffel: Schutz는 방어라는 뜻이며 Staffel은 공성할 때의 사다리를 말한다. 돌격대, 친위대를 말한다)의 리더인 히믈러가 순수 아리안의 혈통을 보존하자는 목적으로 설치한 기구이다. 레벤스보른은 주로 SS 멤버들의 젊은 부인들에게 주택과 재정을 지원했다. 미혼모도 후원했다. 레벤스보른은 산부인과 병원, 산후 조리원, 탁아소 등을 운영했다. 폴란드와 같은 제3국에서는 어린 아이들을 선별하여 우수한 아리안 민족이 되도록 교육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소피는 금발에 푸른 눈이며 독일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자기의 아들 얀이 레벤스보른에 선발되어 독일 소년으로 육성되기를 희망했다. 이를 위해 소피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인 루돌프 뢰쓰를 유혹하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소피와 스팅고와 나탄
전쟁이 끝나자 요행으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남은 소피는 미국으로 건너 올수 있었다. 그리고 뉴욕에서 나탄을 만난다. 유태인인 나탄은 소피가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에서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후 급격히 가까워진다. 그리고 어느덧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어느날 나탄의 동생인 래리(Larry Landau)가 스팅고를 만난다. 래리는 형 나탄이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생각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상 분자생물학 연구원도 아니며 망상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해 준다. 그러면서도 나탄은 대단히 우수하여 무엇이든지 목적하는 것이 있으면 이루고자 노력한다는 얘기도 해 준다. 아파트에서 나탄의 행동은 점점 난폭해진다. 그런 모습을 본 소피는 '내가 왜 저런 사람을 사랑해야 하나?'라면서 괴로워 한다. 스팅고가 그런 소피를 위로한다. 그리고 스팅고도 어느덧 소피를 사랑하게 된다. 스팅고는 버지니아주에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땅콩 농장이 있다. 스팅고는 소피에게 뉴욕을 떠나 버지니아에 가서 살자고 말한다. 소피는 난폭한 나탄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스팅고와 함께 떠나기로 결심한다.
즐거운 한때의 소피, 스팅고, 나탄
스팅고와 소피는 버지니아로 떠난다. 가는 길에 소피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어두운 비밀을 처음으로 털어 놓는다. 소피가 아이들과 함께 아우슈비츠에 도착한 날의 밤에 나치의 생체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어떤 새디스트 의사가 소피에게 두 아이 중에서 누구를 먼저 가스실로 보낼지 선택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한 명을 석방시켜 준다는 것도 아니었다. 수용소 안에서 언제 가스실로 들어갈지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소피는 일곱살짜리 딸 에바를 희생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로부터 소피는 자기 자신을 절대로 용서하지 못하고 죄책감에서 몸부림치며 살아왔다. 후회와 낙담의 세월이었다. 소피는 알콜중독자가 되었다. 그리고 나탄을 만났다. 과대망상증이 있는 나탄은 소피가 스팅고와 밀회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두 사람 모두를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두 사람이 그런 일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자 나탄은 이번에는 소피에게 함께 자살하자고 제안한다. 소피는 나탄과 함께 인생을 파멸시킬 생각도 했다.
소피는 스팅고와 함께 환상적인 섹스의 밤을 보낸다. 스팅고는 여자를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소피는 자기의 불안하고 낙심된 심정을 젊은 남자와의 섹스로서 풀어보려고 몸부림 친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을 만족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다음날 아침, 소피는 메모 한장을 남겨 두고 스팅고를 떠난다. 나탄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메모였다. 스팅고가 급히 소피의 뒤를 쫓아 브루클린으로 온다. 스팅고는 소피와 나탄이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한 것을 발견한다. 스팅고는 망연자실한다.
나탄과 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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