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존스(Tom Jones)
에드워드 저맨
에드워드 저맨. 그는 이미 '메리 잉글랜드'로서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톰 존스'라고 하니까 '딜라일라'(Delilah)를 불러 인기를 끌었던 왕년의 팝송 가수인 톰 존스를 생각해서 그에 대한 오페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다. '톰 존스'는 영국의 헨리 필딩(Henry Fielding: 1707-1754)이 1749년에 발표한 소설 '버려진 아이 톰 존스 이야기'(The History of Tom Jones, a Foundling)를 역시 영국의 에드워드 저맨(Edward German: 1862-1936)이 오페라로 작곡한 것이다. 대본은 로버트 코트닛지(Robert Courtneidge)와 그의 동료 알렉산더 톰슨(Alexander Thompson)이 공동으로 썼다. 유명한 오페라 기획전문가인 로버트 코트닛지는 1907년이 '톰 존스'의 작가인 헨리 필딩의 탄생 2백주년을 기념하는 해인 것을 생각하고 에드워드 저맨에게 부탁하여 '톰 존스'를 오페라로 만들었다. 사실 소설 '톰 존스'는 영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원작에는 에로틱한 장면이 여러번 나오지만 오페라는 만인이 관람하는 공연예술인 점을 감안하여 야한 장면은 거의 모두 삭제하거나 반드시 넣어야 하더라도 내용을 누그러트려 대본을 작성했다.
'톰 존스'의 원작자인 헨리 필딩
오페라 '톰 존스'는 1907년 4월 3일 만체스터의 프린스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어 며칠후인 4월 17일에는 런던으로 진출하여 아폴로극장에서 공연되었다. '톰 존스'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초연이 있은지 며칠후 부터는 공원을 산책하는 신사숙녀들이 '톰 존스'에 나오는 멜로디를 흥얼거릴 정도였다. '톰 존스'는 초연 이후 110회의 연속 공연을 가진후 지방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부응하여 지방순회 공연에 들어갔다. 초연에서는 당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소프라노 루스 빈센트(Ruth Vincent)가 여주인공인 소피아 역할을 맡았으며 역시 당시 정상의 테너인 헤이든 코핀(Hayden Coffin)이 타이틀 롤을 맡았다. 헤이든 코핀은 에드워드 시대의 코미디 뮤지컬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던 성악가 겸 배우로서 특히 패터 송(Patter song)에서 대단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톰 존스'는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그해 11월,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상륙하였다. 브로드웨이에서 상당기간 동안 박수를 받았던 '톰 존스'는 영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지방순회공연을 떠났다. 오늘날 '톰 존스'는 브로드웨이의 레퍼토리에서 사라졌지만 대신 각 도시의 아마추어 오페라단이 끊임없이 공연하고 있는 오페라가 되었다.
초연에서 소피아의 이미지를 창조한 루스 빈센트
'톰 존스'의 런던 공연이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가는 당시 평론가로 유명한 네빌 카더스(Neville Cardus)가 남긴 글을 보면 알수 있다. 그는 "'톰 존스'를 처음 보고난 다음날 아침 내 머리 속은 온통 '톰 존스'의 멜로디로 가득차 있었다. 나는 마치 마력에 끌린 사람처럼 다음날 밤에도, 또 그 다음날 밤에도 아폴로 극장을 찾아갔다. 어느때는 입장권을 살 돈이 없어서 아끼는 책을 팔기도 했다" 라고 썼다. 에드워드 저맨의 명성도 '톰 존스'의 인기상승에 한 몫을 했다. 에드워드 저맨은 1902년에 내놓은 '메리 잉글랜드'(Merrie England)라는 오페라로서 이미 온 백성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던 사람이었다. '톰 존스'는 오페라 '메리 잉글랜드'로서 인기를 끌었던 에드워드 저맨이 또 다시 정성을 들여 만든 오페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더 많이 받았다. 에드워드 저맨의 음악은 영국의 시골 정취를 흠씬 풍겨주는가 하면 도시의 화려하고 경쾌한 모습도 보여주는 것이므로 시골이나 도시에서 모두 환영받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톰 존스'에는 '메리 잉글랜드'와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 그리고 랄프 본 윌렴스(Ralph Vaughan Williams)의 멜로디가 함께 살아 있다고 보면 된다.
타이틀 롤의 헤이든 코핀
'톰 존스'는 에드워드 시대의 아서 설리반 스타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빠른 가사를 위주로 하는 패터 송(Patter song)에 있어서는 설리반의 후편을 보는 듯하다. 그런가하면 '톰 존스'에는 마드리갈을 모방한 음악도 나오기 때문에 고전적인 향취도 스며있다. 예를 들면 Here's a paradox for lovers 라는 노래는 중세의 마드리갈 스타일이다. '톰 존스'에 나오는 음악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세편의 댄스곡이다. 그리고 3막에서 소피아가 부르는 왈츠 송(Waltz song)은 가장 많이 음반에 실린 곡이다. 마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아리아를 듣는 듯한 노래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더 좋아지는 노래이다. 혹시 '톰 존스'의 음반을 사고싶다면 2009년에 낙소스(Naxos)에서 나온 데이빗 러셀 흄(David Russel Hulme) 지휘의 것이 훌륭하다.
'톰 존스'의 등장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톰 존스(하이 바리톤)은 버려진 아이로서 어릴 때부터 마을의 유지인 올워시(Allworthy: B)씨의 집에서 자랐다. 올워시씨는 '톰 존스'의 무대가 되는 소머셋셔어(Somersetshire)마을의 촌장 겸 판사이다. 블리필(Blifill: Bar)은 올워시씨의 조카이다. 벤자민 파트릿지(Benjamin Partridge: 코믹 바리톤)은 마을의 이발사이다. 웨스턴(Western: Bar)씨는 영국신사의 전형이라고 할수 있는 점잖은 양반으로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지주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을 부를때 영국에서는 Mr 보다는 Squire 라는 호칭을 사용하여 존경을 표시한다. 그레고리(Gregory), 그리즐(Grizzle), 도빈(Dobbin)은 웨스턴씨의 하인들로서 모두 바리톤이다. 웨스턴씨의 친구로서 클로디(Cloddy), 핌롯(Pimlott), 토니(Tony)씨가 등장한다. 이들은 노래는 부르지 않는다. 여주인공은 소피아(Sophia: S)로서 웨스턴씨의 딸이다. 예쁘고 똑똑하고 재치있는 오너(Honour: MS)는 소피아 아가씨를 돌보는 하녀 겸 친구이다. 미스 웨스턴(Miss Western)은 점잖은 신사 웨스턴씨의 누이동생으로서 한마디로 좀 못된 여자이다. 노래는 하지 않는 역할이다. 베씨 와이스에이커(Bessie Wiseacre), 레티 위트크로프트(Lettie Wheatcroft), 로시 루카스(Rosie Lucas)는 모두 아름답고 명랑한 소피아의 친구들이다. 역시 노래는 하지 않는 역할들이다. 베티(Betty: S)와 페기(Peggy: MS)는 웨스턴씨 집의 하녀들이다. 이밖에 경찰(T), 두명의 노상강도, 우편배달 소년, 퇴역군인인 커널 햄스테드(Hampstead)와 커널 윌콕스(Colonel Wilcox), 톰 에드워즈(Tom Edwards), 젊은 여자들의 에티켓 선생인 레이디 벨라스턴(Lady Bellaston: S)등이 나온다.
톰 존스와 블리필
[제1막] 웨스턴씨 저택의 정원이다. 어릴때 버려졌지만 올워시씨가 거두어서 양육한 톰 존스는 다정하고 명랑하며 남자다운 신사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마을에서 인기가 높다. 톰은 웨스턴씨의 딸인 소피아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하지만 웨스턴씨는 소피아를 블리필이라는 청년과 결혼시키고 싶어한다. 블리필은 올워시씨의 조카로서 올워시씨에게 자녀가 없기 때문에 그의 상속자가 되어 있다. 톰과 소피아가 서로 좋아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 웨스턴씨의 여동생으로 말썽만 일으키는 미스 웨스턴이다. 남을 모함하거나 흉보기를 좋아하고 소문 내는 일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미스 웨스턴은 톰과 소피아의 하녀인 오너(Honour)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소문을 낸다. 오너는 소문을 낸 미스 웨스턴에게 따지고 난후 보란 듯이 마을의 청년인 그레고리와 장래를 약속한다. 블리플도 소피아를 좋아한다. 삼촌이 자기를 소피아와 결혼시켜 준다고 하니 너무 좋아한다. 블리플은 톰이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여 톰에 대한 악성루머를 퍼트린다. 역시 오너와 섬싱이 있다는 소문이다. 오너가 나서서 따지고 반박하자 블리플은 아무 말도 못하고 물러선다.
얼마후 블리플이 드디어 소피아에게 정식으로 청혼한다. 하지만 소피아는 단번에 거절한다.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블리플은 톰을 만나 얘기하다가 급기야는 주먹다툼으로 번진다. 무던히도 참으려던 톰은 블리플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과 행동에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블리플과 결투를 한다. 두 사람의 결투는 결투라고 말할 수준도 아닌 것으로 끝난다. 톰의 일격에 블리플은 나무토막처럼 쓰러졌기 때문이다. 톰은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소피아에게 정식으로 청혼한다. 당연히 소피아의 아버지인 웨스턴씨는 귀한 딸을 근본도 모르는 사람에게 줄수 없다고 하며 거절한다. 이런 소식을 들은 올워시씨는 톰에게 '지금까지 자식처럼 생각하고 길렀는데 이젠 다 소용 없으니 집에서 나가라'고 말한다. 웨스턴씨도 딸 소피아에게 '네가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냐 없는거냐? 무일푼으로 근본도 모르는 사람과 어찌 결혼을 할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야단친다.
[제2막] 업튼(Upton)에 있는 여관이다. 소피아는 너무나 속상하여 집을 나가기로 결심한다. 소피아는 하녀 오너와 함께 런던에 있는 사촌인 레이디 벨라스턴의 집으로 피신하기 위해 몰래 집을 나선다. 소피아가 가출하자 소피아의 아버지인 웨스턴씨와 소피아에게 청혼했던 블리플이 소피아를 찾아내기 위해 말을 달려 여관까지 온다. 웨스턴씨는 여관에서 마을의 이발사 겸 엉터리 의사인 벤자민 파트릿지를 만난다. 벤자민 파트릿지는 톰의 출생에 대하여 무슨 사연을 알고 있는 듯 얘기한다. 잠시후 소피아와 오너가 런던으로 가는 도중 하룻밤 머물려고 여관에 도착한다. 그러나 소피아 팀과 웨스턴씨 팀은 서로 같은 여관에 머물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그 다음에 여관에 들어선 사람은 톰이다. 톰은 레이디 벨라스턴과 함께 들어선다. 레이디 벨라스턴은 런던으로 가는 도중 길에서 노상강도를 만나 곤경에 처하여 있었으나 마침 지나가던 톰이 노상강도들을 쫓아 버리고 레이디 벨라스턴을 구하였다. 레이디 벨라스턴은 잘 생기고 용감한 톰에게 은근히 마음을 둔다. 마침 여관에 먼저 와있던 소피아는 톰이 어떤 고상한 젊은 여자와 함께 들어오자 자기를 사랑하느니 어쩌니 했던 것은 거짓이라고 믿고 당장 하녀 오너와 함께 여관을 떠난다. 소피아를 얼핏 본 톰은 소피아를 쫓아간다.
[제3막] 이제 소피아는 런던의 레이디 벨라스턴 집에서 편안히 지내고 있으며 어느덧 런던 사교계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 톰이 마침내 소피아를 발견한다. 톰과 레이디 벨라스턴의 얘기를 듣고난 소피아는 자기가 너무 오해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다. 한편, 마을의 이발사인 파트릿지는 웨스턴씨에게 톰의 출신에 대하여 비로소 얘기해 준다. 톰은 올워시씨의 큰 조카로서 블리플의 이복형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톰이 올워시씨의 정당한 상속자가 된다. 이제 웨스턴씨는 기쁜 마음으로 톰과 소피아의 결혼을 승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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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의 프랑수아 앙드레 다니칸 필리도르(François-André Danican Philidor: 1726-1795)가 작곡한 오페라 코믹인 '톰 존스'도 있다. 오페라의 장르로 보면 코미디 멜레 다리에테(Comédie mêlée d'ariettes: 작은 아리아들이 혼합된 코미디)에 속한다. 대본은 헨리 필딩의 원작을 바탕으로 안투안 알렉산드르 앙리 뿌아스네(Antoine-Alenxandre-Henri Poisenet)와 베르탱 다브스네(Bertin Davesne)가 공동으로 썼다. 1765년 2월 27일 파리의 코메디 이탈리아느극장에서 초연되었다. 필리도르의 '톰 존스'는 처음부터 실패였다.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필리도르는 대본을 바꾸기로 하여 미셀 장 세댕(Michel-Jean Sedaine)에게 새로 대본을 쓰도록 했다. 새로운 대본의 '톰 존스'는 이듬해인 1766년 1월 30일 초연되었다. 18세기 후반 가장 인기있는 오페라 코믹이 되었다. 곧이어 대본은 독일어, 스웨덴어, 러시아어로 번역되었고 각지에서 공연되었다.
프랑수아 필리도르
등장인물은 원작과 다를바가 없다. 웨스턴씨(Squire Western: B), 미세스 웨스턴(웨스턴씨의 여동생: Mrs Western: MS), 소피아(웨스턴씨의 딸: S), 미세스 오너(Mrs Honour: 소피아의 친구: S), 올워시(Allworthy: 웨스턴씨의 이웃: Bar), 톰 존스(올워시씨가 후견인인 청년: T), 블리필(Blifill: 올워시씨의 조카: T), 그리고 퀘이커 교도인 다울링(Dowling)이 등장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에드워드 저맨의 오페라인 '톰 존스'의 줄거리와 다를바가 없다.
웨스턴씨의 딸인 소피아는 톰 존스와 은밀히 사랑하는 사이이다. 톰 존스는 버려진 아이로서 그동안 웨스턴씨의 이웃인 올워시씨의 집에서 자랐다. 소피아의 친구인 미세스 오너는 소피아에게 톰이 곧 청혼하러 올것이라고 넌즈시 얘기해 준다. 이 말을 미세스 웨스턴이 엿 듣는다. 미세스 웨스턴은 웨스턴씨의 여동생으로 소피의 고모이다. 미세스 웨스턴은 소피아가 블리필이라는 가난한 사냥꾼을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오빠인 웨스턴씨에게 그런 내용을 얘기해 준다. 그러나 알고보니 블리필은 올워시씨의 재산을 상속할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웨스턴씨는 톰보다는 블리필과 소피아가 결혼하라고 강요한다. 이에 대하여 소피아는 극구 반대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소피아는 친구인 오너와 함께 집을 나가 멀리 도망가기로 한다. 톰도 올워시씨의 집에서 쫓겨난다. 소피아와 오너는 밤이 되어 인근의 어떤 여관에 투숙한다. 여관에 있던 어떤 술주정꾼이 소피아에게 추근대며 괴롭힌다. 마침 톰도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이 여관에 들어온다. 톰은 술주정꾼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소피아를 구해준다. 올워시씨의 집에 머물고 있는 퀘이커 교도인 다울링은 톰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다. 톰이 블리필의 이복형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올워시씨의 적법한 상속인은 블리필이 아니라 톰이라는 것이다. 웨스턴씨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소피아를 찾으러 다니다가 여관까지 도달한다. 웨스턴씨는 톰이 올워시씨의 상속인이라는 것을 알고 기뻐한다. 블리필만 제외하고 모두 행복하다. 모두들 톰과 소피아의 결혼을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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