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62. 존 필립 수자의 '데지레'

정준극 2011. 7. 1. 17:15

데지레(Désirée )

존 필립 수자

 

존 필립 수자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 and Stripes Forever), '셈페르 피델리스'(Semper Fidelis: 미해병대의 공식 행진곡) 등 수많은 행진곡을 작곡한 미국의 존 필립 수자(John Philip Sousa: 1854-1932)는 '행진곡의 왕'(The March King)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여러 편의 오페레타를 작곡했다는 사실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수자(미국식 발음으로서는 수서)는 다음과 같은 9편의 오페레타를 남겼다. ① The Smugglers(밀수꾼: 1882) ② Désirée(데지레: 1883) ③ 하트의 퀸(The Queen of Hearts: 1885: 또는 Royalty and Roguery) ④ El Capitan(엘 카피탄: 1896) ⑤ The Bride Elect(신부 선출: 1897: 수자가 대본도 작성함) ⑥ The Charlatan(샬라탄: 1898: 또는 The Mystical Miss: 수자가 가사를 작성함) ⑦ Chris and the Wonderful Lamp(크리스와 요술램프: 1899) ⑧ The Free Lance(프리 랜스: 1905) ⑨ The American Maid(미국의 아가씨: 1909: 또는 The Glass Blower: 유리장인). 수자는 이외에도 여섯 편의 오페레타를 더 작곡했지만 더러는 미완성이었고 나머지는 공연되지 못한 것이었다. 그중에서 '데지레'를 소개코자 한다.

 

오페레타 데지레 음반 커버

 

수자의 오페레타들은 영국, 프랑스, 비엔나의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수자는 젊은 시절에 길버트와 설리반의 영국식 오페레타인 H.M.S, Pinafore(여왕폐하함 피나포어)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만든 일이 있고 오펜바흐가 미국을 순회공연할 때에는 오케스트라에서 제1 바이올린을 연주한 일이 있다. 수자는 길버트와 설리반의 '미카도'(The Mikado)의 주제를 가지고 행진곡을 작곡하는 등 길버트와 설리반의 오페레타에서 여러 멜로디를 가져와 자기의 작품에 인용했다. 그러한 연줄 때문인지 수자가 작곡한 오페레타들의 음악은경쾌하고 즐겁다. 수자의 아홉편 오페레타 중에서 최근에도 리바이벌되고 있는 작품들은 The Glass Blower, El Capitan, 그리고 Désirée 이다. El Capitan은 가짜 영웅이 등장하여 웃기는 작품으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끊임 없이 공연되고 있다. 데지레는 고전적인 스타일이 담겨 있어서 사랑을 받았다.

 

오페레타 '데지레'의 대본은 영국의 존 매디슨 모턴(John Maddison Morton)이 쓴 코미디 '우리들의 부인'(Our Wife)을 기본으로 에드워드 테이버(Edward Taber)가 썼으나 나중에 제롤드 피셔(Jerrold Fisher)와 윌렴 마틴(William Martin)이 수정보완하였다. '데지레'는 1884년 5월 1일 워싱턴 국립극장(The National Theateer)에서 초연되었다. '데지레'는 비록 영국의 소설을 기본으로 했고 무대가 프랑스이지만 미국인이 작곡한 미국 최초의 코믹 오페라라는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데지레'의 워싱턴 초연에서 포마레(Pomaret) 역은 코믹 유명한 배우 겸 바리톤인 드월프 후퍼(DeWolf Hooper: 1858-1935)이 맡았다. 그의 코믹 오페라 데뷔 무대였다.

 

배우 겸 바리톤인 드월프 호퍼

 

오페레타 '데지레'의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라바르 후작'(Marquis de Lavarre: T)은 왕의 총사대장이다. 의리를 존중하는 용감한 장군이다. '쿠르비유 백작'(Count de Courville: High Bar)은 총사대의 장교(중위)로서 후작과는 친구사이이다. 뒤몽(Dumont: Bar)은 총사대의 하사로서 후작의 충복이다. 안투안(Antoine: T)은 총사대의 병장이다. 코믹 역할의 포마레(Pomaret: Comic T)는 옷감장사이다. 그의 딸이 데지레(Désirée: S)이다. 마리(Marie: MS)는 포마레의 조카딸로서 함께 살고 있다. 로리(Laurie: Cont)는 학교선생이다. 그동안 은근히 저축을 하여 돈이 많은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거트루드(Gertrude: MS)와 로스(Rose: MS)는 여학생으로 데지레의 친구들이다. 이 오페레타에는 길버느-설리반의 오페레타를 연상케 하는 여러 아름다운 노래들과 수자의 상표인 행진곡들이 나온다. 가장 뛰어난 아리아는 2막에서 백작이 부르는 '검과 소총과 창'(The Sword, The Musket, and the Lance)이다.

 

장소는 프랑스의 아미엥(Amiens)이며 시기는 재상 리슐류(Richelieu)추기경이 권력을 잡고 있던 때이다. 총사들이 포마레의 가게에 모여 포마레의 아름다운 딸인 데지레와 얘기라도 나누고자 하고 있다. 포마레의 조카로서 데지레의 사촌인 마리는 총사들에게 시중을 들지만 총사들은 마리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총사들이 유쾌하게 떠들고 마시고 있는데 멀리서 나팔소리가 들린다. 부대로 돌아오라는 연락이다. 총사들이 떠나고 나서 쿠르비유 백작이 들어선다. 쿠르비유 백작은 데지레에게 청혼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하지만 백작의 아버지는 아들이 평민과 결혼하겠다는 것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백작의 아버지는 포마레에게 따로 보낸 편지에서 만일 포마레가 딸 데지레와 쿠르비유 백작의 결혼을 승락한다면 감옥에 가두겠다고 위협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백작은 커다란 딜렘마에 빠진다. 백작의 상관이며 친구인 라바르 후작이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다. 후작은 우선 데지레와 당장 한시간 내로 결혼하자고 제안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데지레의 아버지는 딸이 후작과 결혼하게 되면 후작부인이 되는 것이므로 후작과의 결혼을 두말하지 않고 승낙한다.

 

그런데 후작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얼마전에 라이발과 결투를 하여 라이발을 살해한 일이 있다. 그로 인하여 사형선고를 받아 놓은 상태이다. 당시 결투는 금지사항이어서 만일 누구라도 몰래 결투를 하게 되면 체포되어 처형을 당하게 된다. 리슐류 재상은 후작에게 단두대에서 처형되느니보다는 스페인과의 전투에 참가하여 나라를 위해 장렬하게 전사하는 방법을 택하라고 제시한다. 후작은 데지레와의 결혼이 끝나는 대로 비밀리에 마지막 전투를 위해 떠날 결심을 한다. 후작은 전쟁터에 참가하기 전에 우선 데지레를 귀족으로 만들고 그 다음에 자기가 전사하면 후작부인이 되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백작과 후작부인인 데지레가 누구의 반대도 없이 결혼할수 있게 되므로 백작의 고민을 해결해 줄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백작은 친구인 후작이 데지레와 급히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자 질투에 눈이 어두어 후작을 만나 결투를 신청한다. 후작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하지만 백작은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무조건 칼을 빼어 들고 결투를 재촉한다. 후작은 백작과 결투를 하게 되면 누구 하나는 결투에서 죽어야 하며 또한 살아났다고 해도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처형을 당하게 되므로 난감한 입장이다. 후작은 결국 백작의 상관으로서 부하들에게 백작을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도록 한다. 그리고 계획대로 데지레와 결혼한다. 결혼식 리셉션이 진행되지만 후작은 도무지 기쁜 표정이 아니다. 마치 당장 죽으러 가는 사람의 표정이다. 데지레는 말할수 없는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여 격분한다. 데지레는 아버지를 리슐류 재상에게 보내어 후작과의 결혼을 무효로 해 달라고 청원한다. 한편, 감옥에 갇힌 백작은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여 우선 후작을 만난다. 후작은 백작에게 모든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후작은 자기의 명예를 걸고 백작과 데지레가 결혼할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런 직후에 후작은 스페인과의 전선으로 달려간다.

 

리슐류 재상으로부터 놀라운 뉴스가 전해진다. 후작이 결투를 통하여 살해한 사람이 프랑스의 반역자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후작은 사면되며 동시에 프랑스에 대한 반역자를 처치했으므로 영웅으로 칭송을 받는다. 그러나 후작은 이미 3만명의 스페인 군대와 대적하기 위해 전선으로 달려나간 후였다. 후작은 전선으로 떠나면서 실상은 데지레를 사랑했노라고 고백한다. 후작은 중과부적인 스페인과의 전투에서 전사하지 않고 오히려 커다란 전공을 세운다. 전투에 참가했던 총사들과 북치는 소년이 프랑스군의 승전을 소리 높이 전한다. 개선장군이 된 후작은 돌아와 데지레와 재결합한다. 그런데 리슐류 재상에게 결혼무효를 요청했던 것이 처리되어 승락된다. 백작은 후작과 데지레의 행복을 위해 결혼무효서를 찢어버리고 데지레의 사촌인 마리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마리도 결국은 평민이 아니라 후작부인의 사촌이 되었기 때문에 백작의 아버지로서도 반대할 명문이 없어진 것이다. 홀아비인 포마레도 짝을 찾는다. 포마레는 학교 선생님인 로리와 결혼키로 약속한다. 소문에 의하면 로리는 1만 프랑을 저축해 놓았다고 한다. 모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