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65. 랄프 본 윌렴스의 '목동 휴'

정준극 2011. 7. 2. 20:49

목동 휴(Hugh the Drover)

랄프 본 윌렴스

 

젊은 시절의 랄프 본 윌렴스

 

'목동 휴'(또는 '우리안의 사랑': Love in the Stocks)는 랄프 본 윌렴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의 2막 오페라로서 오리지널 영어 대본은 해롤드 촤일드(Harold Child)가 썼다. 본 윌렴스는 이 오페라를 1차 대전을 전후하여 몇년동안 작곡하였으며 1924년에야 완성하였다. 초연은 1924년 7월 4일 런던의 로열 음악대학에서 '개별적인 드레스 리허설'로 처음 선을 보이고 며칠 후인 7월 14일 런던의 국왕폐하극장(His Majesty's Theatre)에서 정식으로 초연되었다. 본 윌렴스는 이 오페라의 음악과 대본을 전생애를 통하여 계속 수정하였으며 마지막 수정본은 1956년에 완성하였다. 수정본이 출판된 것은 그의 사후인 1959년이었다. '목동 휴'의 미국 초연은 런던 초연으로부터 4년 후인 1928년 7월 14일 워싱턴의 내셔널 오페라에서였다. 런던 초연에서 타이틀 롤은 웨일스 출신의 테너인 튜도 데이비스(Tudor Davies)가 맡아 갈채를 받았다.

 

휴와 존이 권투시합을 하고 있다.

 

'목동 휴'(는 영국 발라드 오페라의 스타일로서 레시타티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합창은 유머가 넘쳐 흘러서 관중과 함께 하는 오페라로서 손색이 없다. '목동 휴'는 영국 오페라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본 블로그에서는 Drover를 목동이라고 번역했으나 말몰이꾼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지만 그건 너무 구체적이어서 그냥 카우보이를 연상하여 목동이라고 번역했다. 실제로 오페라의 주인공인 휴는 말을 몰고가서 군대에 납품하는 사람이다.

 

'휴 더 드로우버'의 무대가 된 영국 중서부의 코츠월즈 지역

 

주요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목동 휴(Hugh the Drover: T)는 가축몰이를 하면서 지내는 건실한 청년이다. 마을 경찰서장(Constable: B)의 딸인 메리(Mary: S)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정육점의 존(John the Butcher: Bar)도 메리를 좋아하여 결혼코자 한다. 이밖에 군대의 상하(Sergent: Bar), 행상(Cheap-Jack: T), 조개장사(Shellfish Seller: B), 앵초장사(Primrose Seller: S), 쇼를 주관하는 사람(Showman: Bar), 돈 받고 노래 부르는 사람(Ballad Seller: T), 수잔(Susan: S), 낸시(Nancy: MS), 윌렴(William: T),  로버트(Robert: Bar), 감옥을 지키는 사람(Turnkey: T), 바보(Fool: T), 여관주인(Innkeeper: Bar) 등이 출연한다.

 

휴를 프랑스의 스파이라고 하며 재판을 하고 있는 장면

 

[제1막] 장소는 영국 중서부의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인 코츠월즈(Cotswolds)이다. 시기는 나폴레옹이 유럽 전쟁을 일으킨 1812년이다. 마을에 장이 선다. 우리나라의 3일장, 5일장과 같은 장이 아니라 마을잔치와 같은 장이다. 마을 사람들이 장을 보러 나온다. 행상들이 물건을 사라고 외친다. 쇼를 주관하는 사람이 나폴레옹을 모습을 한 커다란 인형을 들고 다닌다. 사람들은 나폴레옹을 비난하면서 애국심이 높아진다. 마을 경찰서장의 딸인 메리가 숙모와 함께 나타난다. 메리의 아버지는 메리가 정육점의 존과 결혼하기를 바란다(실제로 가축도살장에서 일하는지 또는 우리나라에서처럼 정육점에서 일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존은 사람이 경박하고 건방지며 허풍이 많고 오만하여 메리가 싫어하는 타입니다. 메리가 장터에 나타나자 존이 메리의 손을 억지로 잡고 함께 시장바닥을 걷는다. 메리가 싫다고 하자 존은 오히려 메리를 위협하면서 앞으로 결혼하게 되면 마누라가 될터인데 뭘 그러느냐고 말한다. 이때 한떼의 춤추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모리스(Morris)라고 하는 영국의 전통 민속춤이다. 정육점의 존이 이들에게 휩싸여 어쩔수 없이 함께 간다. 그 틈을 이용하여 메리가 저만치에 혼자 있는 숙모에게로 달려간다.

 

오늘날에도 영국 중서부 고지대의 코츠월즈에서는 모리스 춤을 추는 축제가 열린다.

 

메리가 자유를 꿈꾸는 노래를 부를 때 어떤 젊은이가 길을 가다가 메리에게 얘기를 건다. 그는 메리에게 자기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설명해 준다. 그는 가축몰이를 하는 휴 더 드로우버(Hugh the Drover)라는 사람이며 군대에 말을 공급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메리는 그의 부드러우면서도 분명한 말솜씨에 마음이 끌린다. 휴는 메리를 만난 것도 운명이며 자기가 메리를 사랑하게 되는 것도 운명이라고 말한다. 메리와 휴는 서로 사랑한다고 선언하고 포옹한다. 마을의 장터에서는 쇼맨이 권트경기를 주선한다. 우승자에게 상을 주는 경기이다. 쇼맨은 누구든지 존을 이기면 상을 받게 된다고 소개한다. 경기에서 이기는 사람은 자기가 마음에 두고 있는 아가씨와 결혼할수도 있는 것이 당시의 풍습이었다. 휴가 존과의 권투시합에 도전한다. 사람들은 덩치가 큰 존이 이길 것이라며 어디서 온 사람인지는 몰라도 저 젊은이는 공연히 고생만 할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합은 휴의 승리로 끝난다. 휴가 존을 때려 눕힌 것이다. 사람들이 낯선 젊은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시합에서 진 존은 휴를 보고 프랑스의 스파이라고 소리친다. 이 말에 마을 사람들은 스파이를 잡으라고 소리치며 휴를 꼼짝 못하게 붙잡는다. 휴는 마을의 광장 한복판에 있는 죄인들을 임시로 묶어 놓는 곳에 묶인다.

 

 메리가 휴와 함께 멀리 떠나기로 결심하자 숙모가 섭섭한 모습을 보인다.

 

[제2막] 마을의 광장이다. 이른 아침이다. 마을의 경찰서장은 읍내로 사람을 보내어 병사들이 와서 프랑스의 스파이를 호송하여 가도록 한다. 메리가 몰래 나타나 아버지로부터 훔쳐온 열쇠로 휴의 발을 묶은 장치를 풀어준다. 그러나 미처 도망가기도 전에 존과 마을 사람들이 몰려 오는 소리가 난다. 휴와 메리는 서로 어서 도망가라고 재촉하지만 서로 떠나지 못한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붙잡혀서 다시 발이 묶인다. 존은 휴의 코트를 벗겨서 두 사람을 덮어 사방을 둘러보지도 못하게 한다. 얼마후 메리의 아버지인 경찰서장이 와서 이들을 덮어 놓은 코트를 들치니 메리가 휴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한다. 화가 치민 경찰서장은 이제로부터 메리가 자기의 딸이 아니라고 소리친다. 정육점의 존은 그런 메리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휴와 메리가 함께 묶여 있다.

 

얼마후 읍내에서 병사들이 도착한다. 병사들을 인솔한 상사는 휴가 묶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휴는 상사의 옛 친구이며 더구나 상사의 목숨을 살려준 일도 있다. 상사는 즉시 휴와 메리를 풀어주며 실은 휴가 영국의 애국자임을 선언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자기들의 잘못을 후회한다. 상사는 지금 병사를 모집하고 있다고 하며 정육점의 그 자리에서 존을 징집하고 함께 행진하여 떠난다. 휴와 메리는 서로의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휴는 메리에게 자기와 함께 떠나자고 말한다. 메리는 처음에는 숙모를 두고 갈수가 없다고 생각하여 주저하지만 곧이어 '예스'라고 말하고 휴와 함께 떠난다.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의 행복을 기원한다.

 

정육점의 존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메리와 휴를 묶어 놓고 어서 읍내로 사람을 보내 프랑스 스파이를 붙잡았으니 병사들을 보내 데려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족: 니콜 키드만과 휴 잭만(Hugh Jackman)이 주연한 2008년도 영화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는 '목동 휴'에서 힌트를 얻은 작품이다.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