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66.미치슬라브 봐인버그의 '초상화'

정준극 2011. 7. 3. 05:50

초상화(The Portrait)

미치슬라브 봐인버그

 

미치슬라브 봐인버그

 

모라비아(오늘날의 체코공화국) 출신인 미치슬라브 봐인버그(Mieczysław Weinberg: 1919-1996)의 8장면으로 구성된 '초상화'(The Portrait)는 러시아의 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이 쓴 같은 이름의 단편소설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대본은 알렉산더 메드베데프(Alexander Medvedev)가 썼다. 챠르트코프(Chartkov)라는 무일푼의 화가가 어느날 우연히 마법의 초상화를 산다. 그는 자기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유명한 화가가 되는 방법과 마법의 초상화의 도움을 받아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방법을 두고 딜렘마에 빠진다. 결국 그는 마법의 초상화를 통한 부와 명예를 선택한다. 그러나 얼마후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라는 내용이다.

 

봐인버그는 '초상화'를 1980년에 완성하여 1893년 5월 20일 체코공화국의 브르노에 있는 야나체크 국립극장(Janáček State Theatre: 체코어로는 Janáčkovo divadlo)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봐인버그는 오리지널 스코어가 너무 길기 때문에 축소버전을 만들었다. 축소버전은 1992년 모스크바에서 모스크바 실내오페라단이 처음 공연하였다. 그후 '초상화'는 한동안 자취를 감추고 있다가 2010년 7월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 음악제(Bregenzer Festspiele)에서 리바이벌되었고 이어 그해 12월에는 독일 서남부 라인란트에 있는 카이저스라우테른(Kaiserslautern)에서 리바이벌되었다. 최근의 두번째 제작은 2011년 2월 영국의 오페라 노우스(Opera North)가 영국초연으로 공연한 것이다. 그리고 2011년 4월에는 프랑스의 로레인국립오페라단(Opéra national de Lorraine)이 낭시(Nancy)에서 공연하였다.

 

미츠슬라브 봐인버그는 다재다능한 작곡가이다. 그는 경쾌하고 위트에 넘쳤으며 냉소적인 작품도 만들어 낼수 있었으며 감정적으로 심금을 울리는 작품도 쓸수 있었다. 봐인버그의 오페라 '초상화'는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지만 최근 들어서서 새로운 조명을 받는 작품이 되고 있다. '초상화'는 돈과 명예의 해악을 그린 것이다. 봐인버그는 이 작품을 씀에 있어서 그의 절친한 친구이며 존경하는 동료인 쇼스타코비치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쇼스타코비치는 당시 예술계의 타락에 대하여 비판적이었다. 봐인버그는 '초상화'를 통하여 돈과 명예를 위해 예술혼을 파는 이 시대에 대한 경고의 도구로 사용코자 했다.

 

'초상화'가 초연된 체코공화국 브르노의 야나체크국립극장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챠르트코프(Chartkov: T)는 가난한 화가이다. 니키타(Nikita: Bar)는 가난한 챠르트코프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는 시종이다. 챠르크코프가 유명해지기 위해 이용한 사람이 저널리스트(Bar)이다. 챠르크코프의 미술선생(Bar), 미술품 판매 상점주인(B), 집주인(Bar), 구청장(B), 시장의 여인 겸 시녀(S), 터키인으로 상인이었으나 나중에는 웨이터가 된 사람(T), 또 다른 상인이었으나 나중에 웨이터를 하다가 근위대의 기병이 된 사람(T), 세번째 상인(B), 귀부인(MS), 귀부인의 딸인 리사(Lisa: S), 귀족(T) 등이 나온다.

 

너도나도 챠르트코프에게서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한다. 그의 충성스런 하인인 니키타가 초상화 제작을 도와주고 있다.

    

챠르트코프라는 재능은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가난한 화가가 있다. 매우 이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상이 펼쳐지지 않자 낙담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년이다. 어느날 그는 거리를 지나다가 어떤 고물상에 있는 초상화를 본다. 그는 왜 그런지 그 초상화를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이 없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동전 한 닢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상점 주인은 참으로 기이하게도 챠르트코프로부터 동전 한 닢만 받고 그 초상화를 판다. 초상화의 인물은 누구인지 알수 없는 남자로서 눈빛이 사악하게 보이고 수염이 덥수룩하여 두려움을 준다. 마치 유령을 그린 것과 같은 초상화이다. 챠르트코프는 집에 와서 어수선한 그의 방에 초상화를 걸어 놓는다. 그로부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챠르트코프가 집세를 내지 못하자 집주인은 경찰을 부른다. 경찰이 챠르트코프를 잡아가겠다고 하자 그 이상한 초상화로부터 금화가 쏟아져 나온다. 챠르트코프는 당장에 밀린 집세를 갚는다. 그로부터 챠르트코프는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지낸다. 그는 이렇게 생긴 돈으로 자기의 재능을 높이 떨치겠다고 다짐한다. 

 

챠르트코프는 사회의 유명인사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재력을 보고 그를 존경한다.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여인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챠르트코프는 화려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챠르트코프는 자기의 이름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 그래서 저널리스트를 이용하여 신문에 그의 이름을 자주 올리도록 한다. 너도나도 챠르트코프에게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한다. 이제 누구든지 챠르트코프를 알아볼 정도가 된다. 러시아에서는 표트르 대제가 생페터스부르그를 건설하고 있다. 아름답고 장엄한 궁전들이 지어진다. 챠르트코프는 생페터스부르그의 궁전을 장식할 초상화를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받지만 향락생활에 빠져 초상화를 그릴 틈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어떤 화가의 전시회를 가게 된다. 챠르트코프는 새로운 미술세계를 발견하고 놀라운 충격에 빠진다. 챠르트코프는 '나는 무엇을 했나?'라는 자책감에 빠진다. 그는 자기의 재능을 물질로 배신했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과 타협한 자기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지금까지의 챠르트코프의 세계는 부서진다. 그는 마법의 초상화와 그 초상화로부터 나온 돈을 저주하여 초상화를 파괴한수 서서히 숨을 거둔다.

 

챠르트코프가 마법의 초상화를 저주하며 파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