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81. 프로멘탈 알레비의 '노에'

정준극 2011. 7. 13. 12:07

노에(Noé) - Noah

프로멘탈 알레비의 미완성 오페라 

조르즈 비제가 완성

 

프로멘탈 알레비

 

대표적인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 중의 하나인 '유태여인'(La Juive)를 비롯하여 여러 오페라를 작곡한 프랑스의 프로멘탈 알레비(1799-1862)가 미완성으로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난 작품이 '노에'(노아)이다. 이것을 그의 사위인 조르즈 비제(1838-1875)가 마침내 완성하였다. 그런데 처음 시작은 알레비가 했지만 비제가 완성한 파트가 더 많기 때문에 혹자는 오페라 '노에'를 비제의 작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음악사전을 보아도 Halévy/Bizet의 작품이라고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작곡가들의 미완성 오페라들을 보면, 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자이데', 폰키엘리의 '발렌자의 죽음', 푸치니의 '투란도트' 등을 보면, 원래 작곡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것은 미완성이나 아무개가 책임지고 완성하기를 바라오'라고 말한 경우는 거의 없다. 오리지널 작곡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 어찌어찌하여 제자들 등이 선발되어 완성하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그리하여 도니체티의 '알바 공작'은 마테오 살비(Matteo Salvi)가 완성했고 폰키엘리의 '발렌자의 죽음'은 아르투로 카도레(Arturo Cadore)가 완성했으며 푸치니의 '투란도트'는 프랑코 알파노(Franco Alfano)가 완성했다. 그러나 알레비의 '노에'는 예외이다. 알레비는 1862년 3월 17일 세상을 떠날 때에 미완성의 '노에'를 사위인 비제에게 완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파리 오페라극장은 알레비에게 그랜드 오페라 '노에'를 1860년까지 완성해 달라고 당부했으나 알레비는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몇 번이나 완성을 연기하였었다.

 

조르즈 비제

 

비제는 장인인 알레비가 '노에'를 얼마나 작곡했는지 몰랐다. 더구나 악보가 어디 있는지 찾을수도 없었다. 몇몇 악보를 발견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그랜드 오페라 '노에'의 악보인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제는 부인인 즈네비에브(Geneviève)의 도움을 받아 '노에'라고 생각되는 악보를 찾아내고 이를 대대적으로 수리하여 '노에'를 완성했다. 오페라 '노에'의 음악을 들어보면 물론 알레비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느낄수 있지만 곳곳에서 비제의 스타일을 발견할수 있음은 비제가 이 오페라를 대폭적으로 손을 보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비제는 '진주잡이'에 나오는 신에 간구하는 합창을 '노에'의 1막에도 사용하였고 '자밀레'의 발레음악을 2막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비제가 '노에'를 완성한 것은 알레비가 세상을 떠난지 2년 후인 1864년이었다. 비제는 '노에'보다는 Le déluge(홍수: The Flood)라는 타이틀을 더 선호하였다. 그러나 정작 오페라의 스토리는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비제는 '노에'를 들고 파리의 몇몇 극장을 돌며 무대에 올려 줄것을 당부했지만 극장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공연을 거절하였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이므로 아무래도 제작비가 엄청나게 들어 꺼려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비제도 결국 '노에'의 공연을 보지 못하고 1875년에 세상을 떠났다. '노에'가 초연된 것은 비제가 세상을 떠난지 꼭 10년 후인 1885년 독일의 칼스루에에서였다. 비제의 가족 얘기를 조금만 더 하자면 비제와 즈네비에브 사이에는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자크 비제(Jacques Bizet)이다. 나중에 유명한 작가가 된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와 학교친구이다. 프루스트는 그의 소설 A la recherche du tems perdu에서 주인공인 Guermantes 공작부인을 즈네비에브를 모델로 삼았다. 즈네비에브는 비제가 세상을 떠난후 혼자 살기가 어려워서 변호사인 에밀 슈트라우스(Emile Straus)와 재혼하여 즈네비에브 비제-슈트라우가 되었다. 그때 즈네비에브의 나이는 26세였다. 에밀 슈트라우스의 부인이 된 즈네비에브는 파리의 사교계에서 알아주는 인물이 되었다. 즈네비에브의 사촌은 대본가이며 작가인 루도빅 알레비(Ludovic Halévy)로서 오펜바흐와 오래동안 함께 일한 사람이다.

 

즈네비에브 비제-슈트라우스. 프로멘탈 알레비의 딸로서 알레비의 가장 뛰어난 제자인 비제와 결혼했다.  

 

[제1막] 노에(노아)가 부족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에 대한 아침 찬양을 노래한다. 노아는 아들 셈(Sem)이 그 지역에서 가장 부자인 엘리아신(Eliacon) 족장의 딸 에바(Ebba)와 결혼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노아는 또한 늦게 얻은 아들인 자펫(야벳: Japhet)이 이제 아직 어려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지를 걱정한다. 자펫은 14세의 소년이다. 노아는 또한 큰 아들 샴(함: Cham)이 얻은 부인 사라이(사라: Sarai)에 대하여도 걱정이다. 왜냐하면 샴이 부족의 군대에 들어가기 위해 집을 떠났기 때문이다. 사라이는 노아를 크게 의지한다. 노아는 사라이가 사탄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연약한 여자이기 때문에 사탄이 가만히 둘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밤 사라이는 꿈에서 어떤 음성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노아는 그것이 악의 천사라고 하며 며느리인 사라이를 위로한다.

 

노아의 부족과 엘라이신의 부족 사람들이 두 부족간에 결혼이 맺어지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몰려온다. 모두들 즐겁게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춤을 춘다. 축하의 분위기는 갑자기 샴(함)이 나타남으로서 중단된다. 샴은 아내인 사라이를 난폭하게 대하며 밀어낸다. 사람들이 왜 그러느냐고 묻지만 샴은 대답하지 않는다. 샴의 마음은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떠나 있다.

 

[제2막] 사라이가 사막의 오아시스에 있다. 사라이는 정신을 잃고 누워 있다. 그러면서 꿈을 꾼다. 광채가 나는 실루에트가 나타난다. 사라이에게 열광하고 있는 이투리엘(Ithuriel) 천사이다. 원래는 낙원에 있는 사탄을 찾아보라고 가브리엘 대천사가 내려 보낸 천사이다. 이투리엘 천사는 'Eternity for only one day'(단 하루를 위한 영원함)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두렵도록 아름답고 찬란한 노래이다. 하늘로부터 그 천사를 불러 들이는 소리가 난다. 이투리엘 천사는 사라이의 매력에 집중하는 바람에 하늘의 소리에 응답하지 않는다. 그러자 하나님의 저주가 있고 이투리엘 천사는 날개를 잃는다. 이투리엘 천사는 사람의 모습이 된다. 갑자기 샴(함)의 모습을 한 사람이 종자들과 함께 나타나 셈과 결혼키로 되어 있는 에바를 납치하여 데리고 간다. 사라는 사람의 모습을 한 이투리엘 천사와 샴의 모습을 한 두 존재 사이에서 하나님에 대한 심한 신성모독을 느껴 마침내 타락한 천사와의 열정을 포기한다. 에바는 자기를 납치한 존재를 보고 두려움으로 놀란다.

 

[제3막]  죄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이다. 사라이는 자기를 유혹한 자와 함께 있지만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사라이는 남편 샴을 잊은 적이 없다. 그때 샴이 도착한다. 사라이가 영접한다. 샴은 소돔 여왕의 도움을 청하기 위해 온 것이다. 샴은 사라이에게 그들의 결혼이 무효되었다고 설명한다. 사라이는 '거짓말'이라고 항변한다. 샴을 떠난 야벳은 에바를 소개한다. 에바는 용서를 구하기 위해 왔다. 사라이와 야벳과 에바가 떠나려하지만 이투리엘이 도착하여 이들을 막는다. 샴도 이들의 떠남을 막는다. 그리고는 소란한 잔치에 참가한다. 이투리엘은 이들에게 우상을 내보이며 쾌락과 정열에 빠지라고 권고한다. 그리고는 사라이는 에바를 데리고 어서 탈피코자 하지만 에바가 정신을 잃고 있어서 어렵다. 모두들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노아가 나타난다. 노아는 우상숭배하는 사람들을 저주하고 우상을 부셔버린다.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대홍수가 들이닥칠 징조이다. 노아는 사라이와 샴과 에바와 야벳 등을 방주로 들어가도록 한다. 모든 혼돈에서 보호해줄수 있는 방주이다. 노아와 그의 가족은 창조주 하나니을 찬양핳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