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99, 탄 던의 '마르코 폴로'

정준극 2011. 7. 30. 10:27

마르코 폴로(Marco Polo)

탄 던

 

금세기에 최고의 각광을 받고 있는 작곡가인 중국의 탄 던

 

마르코 폴로(Marco Polo: 1254-1324)의 '동방견문록'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의 네가지 점에 대하여는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우선 우리는 '동방견문록'이라고 번역했지만 원래 책의 제목은 Le Livre des Merveilles du Mond, 즉 '세계의 불가사의 책'이다. 경이롭고 놀랄만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Books of the Marvels of the World(세계의 불가사의 책)이라고 했다. 이 책의 또 다른 제목은 Il Millione(The Million)이며 Oriente Poliano라고도 부른다. 또는 Description of the World (세계에 대한 설명: Divisament dou monde)라고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통상적으로 The Travels of Marco Polo(마르코 폴로의 여행)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둘째로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은'동방견문록'을  마르코 폴로가 쓴 것이 아니라 당시의 전기작가인 루스티켈로 다 피사(Rustichello da Pisa)가 대신 집필한 것이라는 것이다. 마르코 폴로가 간첩 혐의로 4년간 베니스공국의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루스티켈로 다 피사에게 받아 적도록 하여 나온 책이라는 것이다.

 

베니스의 상인인 마르코 폴로

 

또 하나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은 '동방견문록'이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 가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중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 대하여도 적어 놓은 책이라는 것이다. '동방견문록'은 네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은 중동과 중앙 아시아의 나라들에 대한 견문록이다. 제2권은 중국과 쿠블라이 칸(Kublai Khan)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3권은 동방의 해안지대, 즉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아프리카 동쪽 해안 지역, 그리고 심지어는 일본에 대하여도 적어 놓은 책이다. 제4권은 몽골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이야기와 동방의 북쪽 지역, 즉 러시아에 대한 내용이다. 이렇듯 '동방견문록'에는 단순히 중국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 대한 견문록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의 내용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인 탄 던(Tan Dun: 譚盾: 1957-)이 1996년에 작곡한 것이다. 탄 던의 오페라 '마르코 폴로'는 오리지널 '동방견문록'이 네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이야기를 네개의 시공(時空: Timespace)으로 구분하여 각각 동춘하추(冬春夏秋)의 부제를 붙였다. 이야기가 상당히 빗나갔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이제 탄 던의 오페라 '마르코 폴로'를 소개코자 한다.

 

오페라 '마르코 폴로'의 한 장면. 네덜란드오페라단. 2008

   

탄 던의 오페라 '마르코 폴로'는 1996년 5월 7일 뮌헨에서 초연되었다. 영어 대본은 영국의 평론가이며 작가인 폴 그리프스(Paul Griffiths: 1947-)가 썼다. 폴 그르피스는 모차르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 아리아들만을 정리하여 The Jewel Box(보석 상자)라는 오페라를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오페라 '마르코 폴로'는 '오페라 속의 오페라' 또는 '대서사시적인 판타지 여행'이라는 별명을 듣고 있다. 그만큼 화려하고 흥미롭다. 13세기에 마르코 폴로가 베니스에서 중국까지 여행했던 내용을 적은 '동방견문록'을 대략이나마 기본으로하고 있다. 오페라 '마로크 폴로'는 1980년대 말에 에딘버러국제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이 탄 던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에딘버러국제페스티벌은 '마르코 폴로'를 1980년대 말에 공연코자 했으나 작곡이 완성된 것은 1995년이었다. 그리하여 에딘버러에서 초연되지 못하고 1996년 5월에 뮌헨 비엔날레에서 미국의 마사 클라크(Martha Clarke: 1944-)의 감독으로 초연되었다. 미국 초연은 1997년 11월 뉴욕 시티 오페라에서였다. 가장 최근의 공연은 2008년 11월 암스테르담에서 De Nederlandse Opera가 공연한 것으로 2009년에 DVD로 출시되었다.

 

'마르코 폴로'의 초연을 감독한 마사 클라크

 

서양 어린이들의 놀이 중에 '마르코 폴로'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의 술레잡이와 같은 놀이이다. '마르코'는 술레이고 다른 아이들은 '폴로'가 된다. 눈을 감긴 마르코가 손을 휘휘 저으면서 폴로들 중에 한사람을 붙잡는 놀이이다. 마르코에게 붙잡힌 아이는 술레가 된다. 어린이 놀이에서 마르코 폴로는 두 명의 각기 다른 인물이다. 오페라 '마르코 폴로'에서도 주인공인 마르코 폴로는 두개의 각기 다른 인물이 된다. 마르코는 실제인물로서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폴로는 기억 속의 인물로서 테너가 맡는다. 쿠블라이 칸은 현재의 인물로서 베이스가 맡는다. 자연의 요소 중에서는 물이 등장한다. 소프라노가 맡는다. 그림자(Shadow) 인물로서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하나의 그림자가 두 사람 이상의 역할을 맡는다. Shadow 1은 '동방견문록'을 받아 쓴 루스티켈로와 리 포(Li Po: 李白)으로 테너가 맡는다. Shadow 2는 아라비아 나이트에 나오는 세헤라자데(Sheherazade)와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말러(Mahler), 여왕을 맡는다. 메조소프라노이다. Shadow 3는 단테와 셰익스피어로서 바리톤이 맡는다.

 

기억속의 인물인 폴로(테너)와 현재의 인물인 마르코(메조소프라노)

 

오페라 '마르코 폴로'는 음악과 공연예술의 새로운 언어를 개발한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서구의 아방 갸르드 스타일의 음악과 동양의 악센트가 융합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마르코 폴로'에는 다문화적인 요소들이 담겨 있다. 베이킹 오페라(경극), 일본의 가부키, 인도네시아의 그림자 연극, 티베트의 얼굴 페이팅 의식이 등장한다. 공연시간은 두시간 정도 걸리며 인터미션은 없다. '마르코 폴로'에는 서양으로부터 동양에 이르는 정신적인 여행과 육체적인 여행이 공존한다. 정신적인 여행은 정신세계와 자연세계의 사이클을 말한다. 정신적 여행은 오페라를 구성하고 있는 시공을 통해서 진전된다. 여기에는 그림자, 기억, 자연이 베이킹 오페라 스타일로 참여한다. 마르코 폴로가 베니스로부터 베이킹에 이르기까지 여행하는 동안 경험하는 전설적인 이야기들로 점철된다. 단테, 셰익스피어, 리 포(이태백)와 같은 인물들이 정신적 여행의 동반자로서 등장한다. 이 파트의 음악은 비교적 서구 스타일로서 아방 갸르드(전위)와 극장적 전통이 혼합된 형태이다.

 

테와 폴로와 마르코

   

서양에서부터 동양에 이르는 지리적인 여행과 더불어 음악적인 여행도 곁들인다. 오케스트라와 코러스 이외에도 중세 유럽의 앙상블, 인도, 티벳, 중국의 전통 악기에 의한 연주가 연결되어 서로 다른 지역을 여행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하여 오페라 '마르코 폴로'는 정신적인 여행이 한 편에서 진행되는 중에 지리적인 여행이 병행하는, 말하자면 '오페라 속의 오페라'가 무대에 펼쳐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여행이지만 목적은 같다. 이미 알고 있는 세계로부터 미지의 세계로,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미래의 경험을 발견코자하는 목적이다. '마르코 폴로'에서 오케스트라와 무대의 장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케스트라가 무대의 한 파트를 차지하고 있도록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비디오의 적절한 이용도 큰 몫을 차지한다.

 

폴로, 단테, 마르코, 새도우

 

[시공의 책: 겨울] 마르코와 폴로가 어떤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마르코는 행동적이며 외면으로부터이다. 폴로는 기억 속의 사람으로 내면으로부터이다. 코러스는 폴로에게 내면에서 나오라고 권면한다. 마치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함께 여행을 떠난 사람은 나중에 쿠블라이 칸으로 밝혀진다. 마르코가 폴로에게 그를 기억의 세계로 데려가라고 요청한다. 물은 이들의 여행이 순조롭게 진행될수 있도록 도구로서 사용된다.

     

      

[시공의 책: 봄] 여행은 시작되고 폴로는 과거를 기억하기 시작한다. 폴로는 바다에서의 경험을 기억한다. 단테는 보이는 면을 기억한다. 물은 과거를 보이게 하고 보이는 것을 느끼게 한다. 희망이 위험으로 변한다. 폭풍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몰아친다. 마르코, 폴로, 단테, 물은 폭풍에 갇힌다. 마르코가 두렵다고 말한다. 폴로는 다른 사람들을 진정시킨다. 폭풍이 지나간다. 두 명의 달리는 사람이 들어와 폴로의 손에 차와 물을 채워준다. 여행은 처음부터 힘들다. 하지만 이들은 계속 앞으로 나간다.

 

      

[시공의 책: 여름] 마르코와 폴로는 황량한 사막에 있다. 하지만 서로 상당히 떨어져 있다. 세헤라자데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타나 폴로를 위해 춤을 추고 연극을 한다. 그러나 모두들 아무말도 없다. 세헤라자데는 폴로를 유혹하여 사막에 남아 있도록 할 생각이다. 물이 반대한다. 아무말도 없던 세헤라자데가 마침내 '조용히'라고 한마디 한다. 춤을 추고 연극을 하던 사람들이 사라진다. 잠시후 마르코가 폴로에게 돌아온다. 마르코와 물은 폴로에게 이야기를 완성하려면 어서 계속 여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헤라자데가 이들의 떠남을 막고자 한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저쪽에서는 쿠블라이 칸이 기다리고 있다. 제례와 마법의 기운이 감돈다. 그림자와 마르코는 히말라야에 대하여 노래를 부른다. 달리던 사람이 나타나 마르코와 폴로를 실크 스카프로 묶어준다. 폴로는 무슨 영문인지 알지 못한다. 이윽고 폴로와 마르코는 만리장성에 도착한다. 난공불락의 성이다. 폴로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하다. 마르코는 폴로가 말이 없는 것을 이해코자 노력한다.

      

      

[시공의 책: 가을] 코러스와 장성이 보이지 않게 된다. 마르코와 폴로는 이제 하나의 사람으로 합해진다. 마르코 폴로이다. 마르코 폴로는 쿠블라이 칸, 물, 세개의 그림자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모두들 장성으로 돌아온다. 여왕이 마르코와 폴로에게 머물러 있어 달라고 권한다. 폴로는 그자리에 꼼짝 못하고 서있다. 마르코는 여행을 계속하고 싶어한다. 쿠블라이 칸이 여왕의 음성에 덧 붙여서 노래를 한다. 쿠블라이 칸은 여왕과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마르코는 폴로로부터 떨어져나와 단테에게 간다. 단테는 죽음에 대하여 노래하며 마르코에게 사후의 세계를 약속한다. 모두들 사후의 세계는 없다고 소리친다. 칸의 통치가 온 땅에 미친다. 폴로도 다른 사람들의 외침에 동참한다. 마르코는 자기의 의사와는 달리 그의 음성이 갈라져 나감을 느낀다. 폴로는 마르코가 무슨 행동이든지 할 것을 기대한다. 마르코는 장성을 빠져 나간다.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수 없지만 아마 스토리를 너무 간략하게 소개해서 그런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