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18. 리챠드 베넷의 '유황광산'

정준극 2011. 8. 14. 09:28

유황광산(The Mines of Sulphur)

Richard Rodney Bennett(리챠드 로드니 베넷)의 3막 오페라

벤자민 브리튼에게 헌정한 작품

 

리챠드 로드니 베넷(1936-)

 

작곡가가 오페라를 작곡하여 다른 작곡가에게 헌정하는 일은 극히 드믈다. 과거에 오페라 이외의 다른 작품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헌정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얘를 들어 보면 피아노 소나타를 어느 귀족에게 헌정한다든지, 또는 가곡을 어느 여인에게 헌정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페라를 완성해서 누구에게 헌정했다는 얘기는 과문인지 몰라도 기억에 없다. 그런데 여기 예외가 있다. 영국 켄트 출신의 작곡가인 리챠드 로드니 베넷(Richard Rodney Bennett: 1936-)이 그의 오페라 '유황 광산'(The Mines of Sulphur)을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에게 헌정한 것이다. 브리튼이 설립한 알드버러(Aldeburgh) 페스티벌의 주최측이 베넷에게 '유황 광산'의 작곡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유황 광산'은 베넷이 1963년에 완성한 오페라이다. 대본은 영국의 극작가로 유명한 비벌리 크로스(Beverley Cross: 1931-1998)이 그의 희곡 '스칼렛 리본'(Scarlet Ribbons)를 바탕으로 썼다. 신작 오페라의 테마를 '유황 광산'으로 하자고 제안한 사람은 무대감독인 콜린 그레이엄(Colin Graham)이었다. 그는 1965년 2월 24일 런던의 새들러스 웰스(Sadler's Wells) 극장에서 '유황 광산'이 초연될 때에 무대감독을 맡았었다.

 

로잘린드(Berth Clayton)와 보코니온(Brandon Jovanovich)

 

'유황 광산'이 런던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선을 보인 이래 이 오페라는 실로 여러 곳에서 경쟁이나 하듯 공연되었다. 쾰른, 마리세이유, 밀라노, 토론토, 로스안젤레스, 뉴욕(줄리아드) 등이었다. 대체로 환영을 받았다. 다만, 라 스칼라에서의 공연은 연출의 미숙함으로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유황 광산'은 '그런 오페라도 있었나?'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의 생각에서 잊혀졌다. '유황 광산'이 리바이벌 된 것은 2004년 영국의 글림머글래스(Glimmerglass) 오페라단에 의해서였다. 글림머글래스 오페라단은 이 작품을 뉴욕시티오페라 극장에서 제작하였다. 그리고 2005년에는 완전 취입도 하였다. 또한 2008년에는 웩스포드 오페라축제에서 무려 7회의 공연을 가졌다. 오늘날 '유황 광산'은 새로운 각도에서 세계 오페라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새들러스 웰스 극장. 현재의 모습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보코니온(Boconnion: T)은 군대에서 탈영한 사람이다. 보코니온은 우연히 로잘린드를 만나 애인관계가 된다. 토비(Tovey: Bar)는 떠돌이 룸펜이다. 로잘린드(Rosalind: MS)는 집시여인으로 한때 브랙스턴 저택에서 하녀로 일했었다. 브락스턴(Braxton: B-Bar)은 지주이다. 이상 4명의 주역급 이외에 유람극단의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배우인 제니(Jenny: S)는 연극에서는 주인마님인 하이디(Haidee)로 나온다. 레다(Leda: Cont)는 연극에서 미세스 트락셀(Mrs Traxel)로 나온다. 페니(Fenny: T)는 극중에서 휴고(Hugo)로 나온다. 툴리(Tooley: Bar)는 연극에서 플렁키(Flunky)로 나온다. 셰린(Sherrin: B)은 유랑극단의 매니저이다. 연극에서는 백작으로 나온다. 오페라가 진행되는 중에 연극이 공연되는 것은(비록 중단되었지만) 마치 '햄릿'이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또는 '팔리아치'를 보는 것과 같다. 이 오페라의 타이틀인 '유황 광산'(The Mines of Sulphur)은 도저히 헤어나올수 없는 저주받은 지옥이라는 의미이다.

 

연극에서 제니가 페니에게 백작을 죽여달라고 간청한다. 

    

오페라의 무대는 영국 남서부지방인 웨스트 컨트리(West Country)의 어떤 오래되어 쓰러져 가는 장원이다. 지주인 브락스턴의 저택이다. 시기는 18세기 중엽이다. 집시여인인 로잘린드는 오랫만에 브락스턴의 폐허가 되다시피한 집을 찾아온다. 로잘린드는 한때 이 집에서 하녀 노릇을 했다. 주인인 브락스턴은 로잘린드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온갖 비인간적인 학대를 한다. 사실상 로잘린드는 브락스턴의 시종을 사랑하고 있다. 세월이 흘로 로잘린드가 브락스턴의 집을 나온 지도 오래되었다. 로잘린드는 이제 그런 브락스턴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 군대에서 탈영한 보코니온이 로잘린드의 부탁을 받고 브락스턴을 살해하는 일을 맡겠다고 나선다. 여기에 떠돌이 룸펜인 토비가 합세한다. 로잘린드, 보코니온, 토비 세 사람은 브락스턴을 살해할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이윽고 계획대로 일을 치룬다. 세 사람은 당연히 브락스턴의 재산을 가로챈다. 그리고 새롭게 부자가 된 자신들을 기념하여 한바탕 축하잔치를 벌인후 재산을 나누어 가지고 멀리 도망갈 생각이다.

 

제니와 페니가 연극에서 백작을 죽이고자 하고 있다.

   

순회극단이 이 저택을 찾아온다. 보코니온은 이들에게 하룻밤 잠자리를 제공하고 대신 여흥으로 연극을 하라고 말한다. 사실상 이 저택에는 1백년 전에 유랑극단이 찾아온 일이 있었다. 이번에 찾아온 순회극단은 신통하게도 백년전에 왔었던 배우들을 그대로 닮았다. 다만, 이들이 새로운 연극을 가지고 온 것이 다른다. 순회극단이 공연할 연극은 '유황 광산'이다. 어떤 나이 많은 백작이 아름다운 아가씨와 결혼하지만 그 아가씨는 백작의 시종을 사랑한다는 내용이다. 백작은 결혼한 부인이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고 두 사람을 협박하여 완전히 노예처럼 만든다. 젊은 부인은 백작의 시종에게 백작을 죽이자고 제안한다. 순회극단의 연극 내용은 이상하게도 보코니온, 로잘린드, 토비의 상황과 마치 평행선을 이루는듯 하다. 연극에서 하녀와 백작의 시종이 백작을 죽이려고 하는 순간에 보코니온이 연극을 중단시킨다. 그런데 극중에서 주인마님의 역할을 맡았던 제니가 갑자기 현기증을 일으키고 쓰러진다. 배우인 툴리가 제니를 쉬게 하려고 2층으로 데리고 올라간다. 툴리는 2층의 방에서 살해된 브락스턴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로잘린드와 보코니온

   

브락스턴의 시체가 배우들에 의해 발각되자 보코니온은 가만히 있을수 없어서 즉시 배우들을 위협하여 저택 지하에 있는 감옥에 가둔다. 보코니온은 다음날 아침에 이 집에 불을 질러 모든 증인과 증거를 없앨 생각이다. 보코니온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채 2층 방에 누워있는 제니를 내려다 본다. 예쁘다고 생각한다. 제니를 바라보고 있는 보코니온의 눈빛이 이상하다고 느낀 로잘린드는 질투심이 생긴다. 그런줄도 모르고 보코니온은 제니에게 키스를 한다. 그런데 제니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은 역병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어떻게 해서 제니가 역병에 걸렸는지는 모른다. 보코니온은 감옥에 갇혀 있는 배우들이 역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하여 그들을 당장 모두 쫓아낸다. 그리고 배우들에게 제니도 데려가도록 한다. 나중에 로잘린드, 보코니온, 토비는 이 집의 현관문에 역병의 집이라는 마크가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것도 모르고 세 사람은 이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것이며 순회극장 사람들을 불러들여 쉬도록 했던 것이다. 세사람은 자기들이 역병에서 헤어날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 사람은 자기들이 저주를 받았는 것을 깨닫는다.

 

로잘린드와 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