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53. 빈첸조 벨리니의 '비안카와 페르난도'

정준극 2011. 9. 29. 06:36

비안카와 페르난도(Bianca e Fernando) - Bianca and Fernando

Vincenzo Bellini(빈센초 벨리니)의 2막 오페라

오리지널은 '비안카와 제르난도'(Bianca e Gernando)

 

빈센초 벨리니(1801-

 

벨칸토 오페라의 정수를 보여주는 벨리니의 또 하나 오페라는 '비안카와 페르난도'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도 자주 공연되지 못하고 있음은 아마도 주인공들의 역할이 어려워서일 것이다. 오페라 '비안카와 페르난도'는 벨리니가 두번째로 작곡한 '비안카와 제르난도'(Bianca e Gernando)의 수정본이다. 첫번째 버전인 '비안카와 제르난도'는 도메니코 지랄도니(Domenico Giraldoni)가 대본을 썼으며 1826년 5월 30일 나폴리의 산 카를로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도메니코 지랄도니는 카를로 로티(Carlo Roti)의 희곡인 '비안카와 페르난도: 아그리젠토 공작 샤를르 4세의 무덤에서'(Bianca e Fernando alla tomba di Carlo IV, duca di Agrigento: Bianca and Ferdinand at the Tomb of Charles IV, Duke of Agrigento)를 바탕으로 대본을 작성했다. 원작에는 페르난도라고 되어 있는 것을 벨리니와 지랄도니가 제르난도로 고친 것은 당시 나폴리 왕으로 내정된 사람의 이름이 페르난도이기 때문에 혹시 그를 비유한 내용이 될까봐 염려해서였다. 그런 정치적인 배려와는 관련없이 벨리니의 '비안카와 제르난도'는 초연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다가 2년후인 1828년 4월 8일, 제노아의 테아트로 카를로 펠리체(Teatro Carlo Felice)에서 공연될 때에는 극장측이 오페라의 제목을 원작에 충실하게 고쳐 달라고 요청하여 벨리니는 오페라의 타이틀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대본도 펠리체 로마니로 하여금 완전히 새롭게 바꾸도록 하였고 또한 음악도 수정하였다. 펠리체 로마니는 벨리니의 10편 오페라 중에서 '청교도' 등을 제외한 일곱편의 대본을 쓴 당대의 위대한 시인이었다.

 

일본인 야수코 하야시와 테너 안토니오 사바스타노가 가브리엘레 페로의 지휘로 취입한 '비안카와 페르난도' 음반

                              

1828년의 수정본은 상당히 긴 서곡으로 시작한다. 벨리니 애호가들은 서곡이 벨리니 답지 않게 진부하다고 말했다. 가브리엘레 페로(Gabriele Ferro)와 같은 지휘자는 짧은 서곡 다음에 곧바로 합창으로 이어지는 1826년의 도입부가 더 훌륭하다고 말했다. 수정본의 전체적인 음악도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즉, 첫번째 파트는 다분히 로시니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솔로에 이어 합창은 과연 벨리니의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페르난도의 오프닝 아리아인 A tanto duol은 테너로서 대단히 어려운 곡이다. C를 넘어 D까지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막의 트리오인 Di Fernando son le cifre 는 오묘한 하모니와 아름다운 멜로디로서 나중에 나타날 노르마를 예견해 주는 곡이라고 볼수 있다. 노르마에 비견되는 것은 비안카의 1막 카발레타인 Contenta appien quest'alma 를 보아도 알수 있다. 이 카발레타는 노르마에서의 Ah bello, a me ritorna 에 이어 등장하는 Casta diva 와 흡사하다. 2막에서는 합창인 Tutti siam 도 노르마를 연상케 한다. 이 합창은 또한 마치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2막의 하일라이트는 감옥에 갇혀 있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부르는 비안카의 아리아 Sorgi, o padre 일 것이다. 음반으로 된 것은 미렐라 프레니와 레나타 스코토가 듀엣으로 부른 것이 일품이다. '비안카와 페르난도'는 초연 이후 이탈리아에서 다만 몇차례의 리바이벌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거의 1백년이 지난 1976년에 재인식되어 토리노에서 공연이 되었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카를로(B) 공작은 아그리젠토의 군주이다. 비안카(S)는 카를로 공작의 딸이다. 페르난도(T)는 카를로 공작의 아들이다. 필리포(B 또는 Bar)는 카를로 공작을 몰아내고 대신 아그리젠토의 통치자가 되고자 하는 사악한 인물이다. 이밖에 클레멘테(Clemente: B), 비스카르도(Viscardo: MS), 우제로(Uggero: T), 엘로이사(Eloisa: MS) 등이 출연한다.

 

원작인 카를로 로티의 희곡은 아그리젠토의 통치자인 카를로 공작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그린 것이다. 카를로 공작은 필리포(Filippo)에 의해 비밀리에 왕좌에서 축출된다. 필리포는 카를로 공작을 지하 깊숙한 감옥에 가두고 그의 어린 아들인 페르난도를 저 멀리 영국땅으로 추방한다. 필리포는 카를로 공작이 죽었다고 발표한다. 그리고 아들인 페르난도도 실종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아그리젠토 군주의 후계자는 딸인 비안카에게 돌아가게 된다. 필리포는 비안카와 결혼하여 아그리젠토의 정통성을 가진 통치자로서 행세코자 한다. 비안카는 아들 하나가 있는 미망인이었다. 얼마후 페르난도는 자기의 신분을 감추고 아돌포라는 이름으로 필리포에게 접근하여 필리포의 신임을 얻는데 성공한다. 아돌포라는 이름으로 가장한 페르난도는 필리포에게 페르난도가 스코틀랜드의 전투에서 죽었다고 말한다. 아돌포(페르난도)를 신임하게 된 필리포는 이미 카를로 공작이 전사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면 더 이상 지하감옥에 갇혀 있는 카를로 공작을 살려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아돌포(페르난도)에게 카를로 공작을 죽이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페르난도는 아버지 카를로 공작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후 페르난도의 신분은 결국 아버지인 카를로 공작을 잊지 못하는 신하들에 의해 밝혀진다. 그리고 누이인 비안카도 동생 페르난도가 살아서 돌아왔음을 알게 된다. 페르난도는 비안카가 필리포와 함께 음모를 꾸며 아버지인 카를로 대공을 몰아내고 자기도 저 멀리 영국으로 추방했다고 생각한다. 비안카는 페르난도에게 처음에는 필리포가 좋은 사람인줄 알았지만 이제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를 증오한다고 말한다. 비안카와 페르난도는 군인으로 변장하여 지하 감옥에서 산채로 매장되어 있는 부왕을 구출한다. 한편, 카를로 공작을 추종하는 신하들은 아그리젠토의 백성들을 규합하여 필리포에게 대항하여 마침내 필리포를 몰아내는데 성공한다. 카를로 공작은 다시 아그리젠토의 군주로서 백성들의 환호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