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55. 레이 레슬리의 '어 굿 맨' - 어떤 좋은 사람

정준극 2011. 10. 2. 19:02

어 굿 맨(A Good Man) - 어떤 좋은 사람

Ray Leslee(레이 레슬리)의 챔버 뮤지컬

 

레이 레슬리

 

뉴욕 출신의 작곡가인 레이 레슬리(Ray Leslee)가 작곡한 '어 굿 맨'(A Good Man)은 뮤지컬이지만 오페라로 소개되기도 한다. '어 굿 맨'은 2010년 11월 비엔나의 캄머오퍼(Kammeroper)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대본은 필립 굿맨이 제퍼슨 영(Jefferson Young)의 1953년도 소설을 바탕으로 삼아 작성했다. 시기는 1950년대 초반이다. 남부에서 인종문제가 고개를 들기 사작한 때이지만 아직 대규모의 인권운동으로 발전되지는 않은 시기이다. '어 굿 맨'은 '착한 사람' '용감한 사람'이라고 번역할수 있다. 얼마전에는 영화 '어 퓨 굿 맨'(A Few Good Man)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어 굿 맨'이 오페라로 선보였다.

 

어 굿 맨의 한 장면

 

2차 대전이 끝난 직후 미시시피의 어느 시골이다. 흑인들이 어슬렁거리며 떼를 지어 미시시피로부터 북쪽으로 떠나는 때였다. 프린스 앨버트('Prince' Albert)만은 그렇지 않다. 그는 미시시피의 시골마을이 좋다. 앨버트는 가난한 소작인이다. 백인인 존 티틀(John Tittle)의 땅을 조금 빌려서 농사를 짓고 있다. 앨버트는 밭에 대한 임대료를 내지는 않는다. 목화를 수확하면 주인에게 상당량을 제공할 뿐이다. 집도 주인의 집을 빌려서 식구들이 살고 있다. 그는 강인한 사람이며 타고난 농부이다. 앨버트는 가족을 이끌어 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리고 어려운 문제들이 생길 때면 앞에 나서서 해결코자 노력한다. 앨버트에게는 꿈이 있다. 자기의 이름이 붙어 있는 '하얀 집'을 갖는 것이다. 벽도 하얗게 칠하고 담장도 하얗게 칠한 산뜻한 집을 갖는 것이 평생 소원이다.

 

 

앨버트의 아내는 10년이나 임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하늘의 도움으로 아이를 갖게 된다. 앨버트의 기쁨은 한이 없다. 앨버트는 아내의 임신을 축하하기 위해 그동안 꿈꾸고 있던 일을 드디어 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낡고 작은 집을 수리하고 하얀 벽에 페인트 칠을 하는 일이다. 앨버트는 'I Got a Right'라면서 집을 하얗게 칠하기로 하지만 그래도 주인에게 미리 말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티틀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런 작은 일이 그의 삶은 완전히 바꾸어 놓을 줄을 알지 못했다. 세상이 뒤바뀌는 일로 발전한 것이다. 주인인 티틀은 그런 간단한 요청을 거절한다.혹시 마을 사람들이 그가 정치적인 의도가 있어서 흑인들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난처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티틀은 잠시 생각해보니 그런 사소한 요구도 거절한다면 흑인들로부터 편협하다는 소리를 들을것 같아서 또 걱정이 생긴다. 자기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흑인들이 목화수확을 속여서 예년보다 적은 양의 목화를 가져오면 수입에 영향이 있다는 생각도 한다. 결국 티틀은 앨버트의 간절한 청원과 이런 저런 사정을 고려하여 허락은 하지 않고 '알아서 하라'고 말한다. 앨버트는 그 말을 허락으로 알고 흰 페인트를 사서 집을 칠할 준비를 한다. 물론, 앨버트의 누이동생인 레티와 목사님, 그리고 앨버트의 늙은 어머니조차 앨버트의 행동을 말리지만 앨버트는 그것이 무슨 큰 잘못이 되느냐면서 결심을 바꾸지 않는다.

 

앨버트 역의 데이빗 더햄(David Durham)

        

작은 마을이라서 소문은 당장 퍼진다. 그리고 효과가 나타난다. 티틀은 평상시에 드나들던 잡화점에서 외상을 얻지 못한다. 그건 정말 큰 일이다. 그런데 더 큰 일이 벌어진다. 아내 루에야(Louella)가 결혼생활 몇 십년만에 반기를 든 것이다. 루에야는 남편 티틀의 그늘에서 구박만 받으며 살아왔다. 루에야의 직업은 집에서 청소나 하고 빨래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돌연 이제는 더 이상 빨래를 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권운동처럼 보이는 행동이었다. 뿐만 아니다. 전쟁에 나갔다가 제대하여 돌아온 티틀의 옛 친구 아우구스투스(Augustus)도 티틀의 그런 행동에 대하여 얼굴을 돌린다. 티틀의 섹시한 여동생으로서 마을 교회의 목사님과 그렇고 그런 관계에 있는 레티(Lettie)도 오빠 티틀의 행동을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목사님도 마찬가지이다. 마을은 뒤숭숭해 진다. 마치 여름날 폭풍이 들이 닥치기 직전처럼 어둡다. 어느날, 마을에 나갔던 앨버트의 아들인 쿠터(Cooter)가 하얀 페이트를 뒤집어 쓴 채 집으로 돌아온다. 앨버트는 그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앨버트는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하얀 집을 갖는 것은 평생의 꿈이었고 이제 아내가 임신한 것과 관련하여 평생의 꿈을 이루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앨버트와 티틀

 

대본가인 필립 굿맨(Philip Goodman)은 앨버트의 일을 더 확대시켰다가는 지나친 인종문제로 비화될 것 같아서 그쯤해서 마무리 짓기로 생각했다. 굿맨은 간혹 코미디와 같은 장면도 집어 넣어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티틀의 부인인 레티가 옛날 할머니처럼 잔소리를 퍼부어 대는 장면은 그런 코미디적인 장면이 일환이다. 굿맨은 결론을 흑인이던 백인이던 모두 함께 즐겁게 살자는 방향으로 몰고 갔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축하행사를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방향을 말해주는 것이다.

 

교회에서의 찬양

 

작곡자인 레이 레슬리는 '어 굿 맨'에 재즈, 블루스, 소울, 흑인영가(Negro spirituals), 복음성가(Gospel) 등 미국적인 스코어를 포함하였다. 관중들은 무대에서의 노래에 손벽을 치며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이것도 하나의 묘미이다. 전반적으로 '어 굿 맨'은 드라마틱하고 재미있으며 슬프기도 하지만 우리네 삶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으며 리듬이 포함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어 굿 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새롭게 꽃피는 사랑과 구속(救贖)이다.

 

앨버트의 늙은 어머니는 앨버트의 행동이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