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57. 데이빗 디키에라의 '시라노'

정준극 2011. 10. 6. 06:56

시라노(Cyrano)

David DiChiera(데이빗 디키에라)의 3막 오페라

 

데이빗 디키에라(1935-)

 

미국 펜실베이니어 출신의 데이빗 디키에라(David DiChiera: 1935-)가 '시라노'라는 타이틀의 3막 오페라를 작곡했다. 프랑스어 대본은 에드몽 로스땅의 희곡 '베르즈락의 시라노'(Cyrano de Bergerac)을 기본으로 베르나르 우장(Bernard Uzan)이 완성했다. 오페라 '시라노'는 2007년 10월 13일 미시간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타이틀 롤은 루미나이 출신의 바리톤 바리안 폽(Marian Pop)이 맡았고 록사느는 소프라노 레아 파트릿지(Leah Partridge)가 맡았으며 크리스티앙은 테너 호세 루이스 솔라(Jose Luis Sola)가 맡았다. 이어 2008년 2월에는 필라델피아오페라단이 공연을 했고 2010/11년 시즌에는 플로리다그랜드오페라단이 공연했다. 내용은 알파노의 '베르즈락의 시라노'와 다를바가 없다. 다만, 알파노의 음악이 이탈리아 특유의 유려한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하여 디치에라의 음악은 다분히 현대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원작 희곡은 5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알파노는 이를 4막으로 만들었으나 디치에라는 희곡의 1막과 2막을 합치고 3막과 4막을 합쳐서 전체 3막으로 만들었다. [필자는 데이빗 디치에라의 '시라노'를 프랑코 알파노의 '베르즈락의 시라노' 설명에 연결하여 소개할 생각이었으나 어떤 독자가 그러지 말고 별도로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하는 바람에 그것도 그럴듯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따로 소개하니 양지하기 바랍니다.]

 

앙상블. 첫 장면 브루고뉴 호텔(회관)에서. 연극을 보러 온 사람들. 2층 박스에는 록사느가 있다.

                                     

[제1막] 호텔 부르고뉴에서 사람들이 유명한 배우 몽플러리(Montfleury)의 공연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가스콘수비대에 새로 부임한 핸섬한 크리스티앙 드 누빌레트(Christian de Neuvilette)가 아직도 술에서 깨지 않은 친구 래그니에르(Ligniere)에게 2층 관람석에 있는 어떤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래그니에르는 그 여자가 록사느(Roxane)라고 알려진 마들렌 드 로뱅(Madeleine de Robin)이라고 얘기해 준다. 록사느는 아름답고 부유하며 지성적인 여인이다. 크리스티앙은 자기는 너무나 무식하고 세속적이기 때문에 록사느와 같은 세련된 여자의 마음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탄한다. 제빵사이며 시인인 라게노(Rageneau)와 수비대의 병사인 르 브레(Le Bret)가 가스콘수비대에 소속되어 있는 시라노 드 베르즈락을 찾으러 온다. 시라노는 몽플러리의 무대출연을 한달간 금지한바 있다. 내막은 잘 모르지만 아마 극장의 매니저가 시라노의 작품을 소홀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라게노와 르 브레는 시라노가 김동적인 말솜씨를 가지고 있으며 검술에 있어서도 당할 자가 없을 정도로 능숙하지만 단지 비정상적으로 큰 코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시라노는 누가 코 얘기만 해도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몽플러리가 연극을 할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하자 래그니에르는 또 다시 술을 마시러 나간다. 어떤 알지 못하는 사람이 크리스티앙에게 다가와서 오늘밤 래그니에르가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얘기해 준다. 그날밤 래그니에르가 집으로 가는 도중 포르트 드 넬르(Porte de Nelle)를 지나칠 때에 백명이나 되는 괴한들이 래그니에르를 에워싸고 살해코자 한다. 래그니에르는 어떤 귀족을 조롱하는 시를 썼기 때문에 그 귀족이 분노하여서 그를 살해코자 한 것이다. 크리스티앙이 래그니에르를 구하러 달려간다.

 

시라노와 크리스티앙과 데 귀셰

 

연극이 마침내 시작된다. 그러나 중간에 시라노가 나타나 몽플러리를 무대에서 쫓아내고 극장 매니저에게 복수를 한다. 어떤 귀족이 그런 시라노가 못마땅하여 단순히 시라노의 코가 크다고 말로서 그를 모욕코자 한다. 코 얘기가 나오자 당장 예민해진 시라노가 검을 빼어들고 그 귀족을 찌른다. 부상을 당한 그 귀족이 급히 자리를 피한다. 친구인 르 브레가 시라노에게 너무 많은 적을 만들고 있다고 충고한다. 시라노는 그 말에 대하여 예상 밖으로 록사느를 사랑하고 있다고 독백처럼 대답한다. 그러면서 시라노는 자기의 이상할 정도로 크게 생긴 코 때문에 록사느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조한다. 록사느의 유모가 시라노에게 다가와서 록사느가 시라노를 다음날 아침 라게노의 제과점에서 만나고 싶다고 전한다. 시라노와 록사느는 사촌간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이다. 이어 시라노는 래그니에르에 대한 음모를 전해 듣고 래그니에르를 도와주러 직접 간다.

 

시라노와 록사느와 유모. 미시간오페라단 공연

 

다음날 시라노가 록사느와의 만남을 설레는 심정으로 제과점에 나타난다. 라게노의 부인인 리스(Lise)는 라게노가 시를 쓴 원고들로 과자 봉지를 만든다. 라게노가 화가 나지만 어쩔수 없다. 록사느가 유모와 함께 제과점에 들어선다. 시라노는 록사느에게 거리로 산책이나 나가자 하며 제과점에서 산 과자를 나누어 먹는다. 시라노는 과자 봉지에 쓰여진 시를 읽어준다. 록사느가 시라노와 단 둘이 있게 되자 록사느는 시라노에게 어떤 젊은이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아침에 제과점에서 만나자고 한 이유는 바로 그 젊은이 때문이었다. 처음에 시라노는 록사느가 사랑한다는 사람이 자기인줄로 생각한다. 하지만 얘기를 듣고 보니 크리스티앙이었다. 록사느는 시라노에게 전쟁터에서 크리스티앙을 보호해 달라고 당부한다. 사관들이 도착하여 시라노의 검술을 찬양한다. 그중에는 크리스티앙과 르 브레도 포함되어 있다. 시라노는 그가 포르트 드 넬르에서 100명의 괴한들을 물리친 이야기를 해 준다. 모두 떠나고 시라노와 크리스티앙만이 남는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에게 자기가 록사느의 사촌임을 밝힌다. 크리스티앙은 록사느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이 록사느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신 써주기로 약속한다.

 

앙상블. 라게노의 제과점 장면

 

[제2막] 록사느는 시라노와 함께 크리스티앙을 기다리면서 크리스티앙이 얼마나 세련되고 멋있는 젊은이인지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다. 시라노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드 귀셰 백작(Le Comte de Guiche)가 나타난다. 록사느를 좋아하는 드 기셰는 록사느에게 스페인과의 전투에 참가하기 전까지 자기의 애인이 되어 달라고 말한다. 록사느가 거절한다. 그러면서도 드 귀셰 백작에게 크리스티앙과 시라노를 파리에 남아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한다. 얼마후 크리스티앙이 도착하여 시라노에게 이제는 더 이상 편지를 써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록사느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을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티앙이 록사느를 만나 세레나데를 부르자 록사느는 그 조잡한 말씨와 부드럽지 못한 음성으로 실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앙은 예정대로 록사느에게 청혼할 생각이다. 시라노가 도와준다. 크리스티앙이 록사느의 발코니에 올라가 다시 세레나데를 부를때 시라노가 어둠속에 숨어서 대신 부르고 크리스티앙은 입만 벌리기로 한다. 드디어 크리스티앙이 록사느에게 키스를 한다.

 

어떤 카푸친 수도승이 드 귀셰가 록사느에게 보내는 편지를 가져온다. 아직도 록사느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록사느는 이미 크리스티앙과 결혼키로 약속했다. 크리스티앙과 록사느가 자기들의 사랑을 기뻐한다. 시라노는 록사느를 잃었다는 생각으로 비통한 심정이다. 드 기셰가 도착하여 록사느와 크리스티앙이 결혼키로 한 것을 알고는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을 포함한 병사들을 모두 스페인과의 전쟁터로 나가라고 명령한다. 록사느는 크리스티앙이 매일 자기에게 편지를 쓰도록 해 달라고 시라노에게 당부한다.

 

검객 시라노. 미시간오페라단

 

[제3막] 스페인과의 전쟁터인 아라스(Arras)이다. 스페인군대가 아라스를 포위하고 있다. 병사들이 잠들어 있다. 르 브레는 누가 밤중에 적진으로 달려가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다. 시라노이다. 시라노는 매일 밤 크리스티앙의 편지를 록사느에게 보내기 위해 위험한 적진을 통과해서 나갔던 것이다. 실은 자기가 모두 쓴 편지이다. 드 귀셰가 나타나 잠들어 있는 병사들을 꾸짖는다. 시라노가 그런 드 귀셰를 비난하고 모욕한다. 그러자 드 귀셰는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스페인군에게 속히 공격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드 귀셰는 스페인군의 공격으로 시라노를 비롯한 병사들이 죽게 되기를 바란 것이다. 록사느가 제빵사 시인인 라게노와 함께 도착한다. 음식물을 가져왔다. 록사느는 크리스티앙을 보기 위해 아라스를 포위한 적진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시라노가 크리스티앙에게 편지 한 장을 주며 사인을 해 달라고 한다. 가지고 있다가 만일 크리스티앙이 전사하면 록사느에게 마지막 편지라고 하면서 전해주려는 생각에서이다. 크리스티앙은 편지 종이에 눈물 자국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다. 시라노는 자기의 눈물 자국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전쟁에 나가 죽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록사느를 다시 보지 못하게 될것 같아 두렵다고 말한다. 록사느는 크리스티앙에게 그가 비록 못생겼더라도 상관없이 사랑하겠다고 말한다. 크리스티앙은 시라노에게 편지에 대한 사실을 말하라고 하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을 뛰어간다. 시라노가 록사느에게 자기의 본심을 고백하려고 할 때에 르브레와 꺄르봉이 부상당한 크리스티앙을 들것에 들고 들어온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에게 록사느가 크리스티앙만을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얘기해 준다. 크리스티앙이 숨을 거둔다.

 

유명한 발코니 장면. 시라노가 어둠 속에서 록사느를 위한 사랑의 시를 읊고 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다. 록사느는 수녀원에 들어가서 크리스티앙을 잃은 것을 애도하며 지낸다. 시라노가 매일 찾아와 세상 뉴스를 전해준다. 어느날 이날은 시라노가 늦게 찾아왔다. 록사느는 시라노의 이마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놀란다. 시라노는 자기의 원수와 싸워 흠씬 얻어 맞아서 거의 죽어가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록사느는 시라노가 죽기 전에 크리스티앙이 자기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다시 한번 읽어 달라고 간청한다. 록사느가 지켜보니 시라노가 편지를 읽지 않고 있다. 시라노는 편지의 글자 하나하나를 암송하고 있었다. 그제야 록사느는 자기를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은 다름아닌 시라노라는 것을 깨닫는다. 시라노는 록사느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

 

영화 '베르즈락의 시라노'의 한 장면. 록사느와 시라노(제라르 드빠르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