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즈락의 시라노(Cyrano de Bergerac) - 시라노 드 베르즈락
Franco Alfano(프랑코 알파노)의 4막 오페라
프랑코 알파노(1875-1954)
프랑스의 에드몽 로스땅(Edmond Rostand: 1868-1918)이 쓴 '베르즈락의 시라노'(Cyrano de Bergerac)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서 연극, 영화, 오페라, 발레 등으로 수없이 재구성되었다. 우리의 관심사인 오페라만 해도 여러 사람이 대본을 만들고 작곡을 했다. 이탈리아의 프랑코 알파노(Franco Alfano: 1875-1954)가 작곡한 '베르즈락의 시라노'가 대표적이다. 프랑코 알파노라고 하면 1904년에 톨스토이의 '부활'을 Risurrezione 라는 타이틀로 오페라로 만들어 이름을 알렸지만 그보다도 푸치니의 미완성 오페라인 '투란도트'의 마지막 파트를 완성한 작곡가로 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한 그가 1936년에 이루지 못할 사랑으로 번민하는 '베르즈락의 시라노'를 오페라로 만들어 로마에서 초연하였다. 대본은 앙리 깽(Henri Cain: 1857-1937)이 처음에 프랑스어 대본을 완성하였으나 로마에서 초연할 때에는 이탈리아어 대본으로 바꾸어 무대에 올렸다. 프랑코 알파노의 '베르즈락의 시라노'는 초연 이래 몇번 공연된후 어쩐 일인지 종적을 감추었으나 최근 메트로폴리탄에서 플라치도 도밍고가 타이틀 롤을 맡아 리바이벌 되어 세계적인 관심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의 킬(Kiel), 프랑스의 몽플리에(Montpellier)라디오 페스티벌 등에서 공연되었다. 아일랜드 출신인 미국의 작곡가 빅토르 허버트(Victor Herbert: 1859-1924)가 1899년에 '베르즈락의 시라노'라는 오페레타를 만들었다.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독일출신의 미국 작곡가인 월터 댐로슈(Walter Damrosch: 1862-1950)는 '시라노'라는 타이틀의 오페라를 작곡하였다. 1913년에 메트로폴리탄에서 초연하였다. 최근에는 미국 미시간오페라극장의 설립멤버로서 작곡가인 데이빗 디치에라(David DiChiera: 1935-)가 '시라노'라는 타이틀의 오페라를 만든 것이 있다. 2007년 10월 미시간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데이빗 디치에라의 '시라노'에 대한 소개는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은 프랑코 알파노의 '베르즈락의 시라노'를 소개코자 한다.
프랑스 서남부 도르도뉴(Drodogne) 자빙에 속하여 있는 베르즈락. 도르도뉴강을 안고 있다. 와인과 담배가 유명하지만 소설 속의 시인검객인 시라노로서 더 유명한 마을이다.
베르즈락은 프랑스 남서쪽에 있는 도시이다. 베르즈락은 포도주로서 유명하다. 오페라 '베르즈락의 시라노'는 1936년 1월 22일 로마에서 초연되었다. 툴리오 세라핀(Tullio Serafin)이 지휘했고 테너 호세 루키오니(Jose Luccioni)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파리에서의 프랑스어 초연은 그해 5월 29일 오페라 코믹에서였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베르즈락의 시라노'의 대본은 원래 프랑스어로 만들어졌으나 로마에서의 초연에서는 이탈리아어로 바꾸어 무대에 올렸다. 파리에서의 초연을 프랑스어 대본이었으며 이후 오늘날의 공연은 관례적으로 프랑스어로 한다. 초연 당시의 평론은 알파노의 음악이 '지나치게 멜로드라마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장식되었으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라는 평도 받았다. 성악 파트는 마치 성악가들을 고문이나 하듯 어렵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베르즈락의 시라노'는 뛰어나게 시적(詩的)이며 대단히 효과적인 음악으로 이루어졌다는 평도 받았다.
베르즈락 마을에 새로 세워진 시라노 기념상. 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실존인물로 여기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록사느(Roxane: S)는 시라노가 마음 속으로 사랑하는 여인이다. 실은 시라노와는 사촌사이이다. 시라노(T)는 뛰어난 검객이며 놀라운 재능의 시인이다. 특히 연애시에 있어서는 누가 보더라도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코가 보통 사람보다 더 커서 그로테스크하다는 특징이 있다. 록사느의 보모(La duegne: MS), 쇠르 마르트(Soeur Marthe: MS), 리사(Lisa: S), 드 귀셰(De Guiche: Bar), 수비대의 대위인 꺄르봉(Carbon: B), 잘난체하면서 거만하게 록사느에게 접근하 드 발베르(De Valvert: Bar)자작, 스페인 장교(D'officer espagnol: Bar), 록사느를 사모하는 젊은 사관인 크리스티앙(Christian: T), 빵집 주인 겸 제빵사 라게노(Ragueneau: B-Bar), 시라노의 동료인 르 브레(Le Bret: B-Bar), 래그니에(Ligniere: Bar) 등이다.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베로나 야외극장에서의 공연
[제1막] 부르고뉴(Bourgogne)회관의 공연을 보러 온 수비대에 새로 부임한 사관인 크리스티앙은 역시 공연을 보러 온 록사느를 보고 그 지성적인 아름다움에 마음이 빼앗기지만 감히 접근하지 못한다. 수비대의 자부심인 뛰어난 검객 시라노가 회관에 뛰어 들어와 공연을 중지시키고 주역 배우를 무대에세 쫓아낸다. 시라노는 배우를 경멸하고 있다. 발베르 자작(Viscomte de Valvert)이 시라노에게 그렇게 무모하게 허세만 부린다면 적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며 경고한다. 시라노는 그런 발베르를 조소하며 그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시라노는 결투에 앞서 결투에 대한 발라드를 짓는다. 시라노가 결투에 승리한다. 동료인 르 브레는 시라노가 그의 재능을 쓸데없는 다툼에 허비한다면서 타이른다. 시라노는 마음 속으로 사모하고 있는 사촌 록사느의 명예를 위해 결투를 한 것이라고 대답한다. 시라노는 록사느의 마음을 얻으려고 무진 마음을 쓰지만 그의 그로테스크한 코 때문에 희망을 잃고 있다. 록사느의 보모가 시라노에게 다음날 아침 록사느가 만나고 싶어한다고 전한다. 시라노의 꿈은 다시한번 깨어난다. 시라노는 록사느를 위해 그에게 접근하는 수많은 거인군단과 과감히 싸우기로 결심한다. 시라노는 오만하고 건방진 드 귀셰가 그의 친구 래그니에르를 증오하여서 100명의 불한당들을 고용하여 해치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단 칼에 물리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는 사람들에게 구경하러 오라고 초대한다. 시라노는 록사느와 자기가 맺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친구인 드 귀셰와 록사느를 엮어 주려는 생각이다.
그로테스크한 코를 지닌 시라노로 분장한 플라치도 도밍고
[제2막] 이튿날 아침 시라노는 록사느를 라게노의 제과점에서 만난다. 여러 시인들이 많이 모여 있지만 이들은 시라노의 요청에 의해 록사느가 나타나자 일부러 자리를 비켜준다. 록사느는 전날 시라노가 발베르 자작을 물리쳐 준데 대하여 고맙다고 말한다. 드 귀셰가 록사느를 사랑한다고 밝힌다. 하지만 드 귀셰는 이미 결혼한 몸이어서 비록 다른 모든 조건은 합당하지만 용납되기가 어렵다. 록사느는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핸섬한 청년 크리스티앙이라고 말한다. 록사느는 시라노에게 크리스티앙을 지켜 달라고 부탁한다. 크리스티앙이 수비대의 동료 사관들과 결투라도 하게 될 것 같으면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시라노는 록사느를 위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수비대의 꺄르봉 대위가 부하들과 함께 등장하여 시라노가 전날 결투에서 훌륭한 솜씨를 보여준 것을 치하한다.
록사느에 대한 시라노의 사랑고백. 샌프란시스코 공연
시라노와 꺄르봉은 드 귀셰의 거만한 행동이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드 귀셰가 시라노에게 무엇이든지 도와주겠다고 하자 시라노와 꺄르봉은 용감한 연대가 뒤에 버티고 있으므로 드 귀셰의 호의는 필요없다고 비웃듯이 말한다. 크리스티앙의 동료들인 사관들은 크리스티앙에게 시라노와 얘기할 때에는 코에 대한 얘기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크리스티앙은 오히려 시라노를 멸시하듯 그렇게 검술에 뛰어나다면 증명해 보여달라고 말한다. 시라노는 록사느와 약속한 것이 있기 때문에 크리스티앙의 비웃음을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낸다. 시라노는 록사느가 크리스티앙의 편지를 받아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크리스티앙에게 록사느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라고 전한다. 크리스티앙은 사랑을 호소하는 편지를 써본 일도 없고 더구나 글을 쓰는 재주도 없기 때문에 고민한다. 시라노가 대신 써주기로 한다. 시라노의 글 솜씨는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것이었다. 그 글을 읽는 여자라면 당장이라도 사랑에 빠지지 않을수 없을 정도이다.
록사느와 시라노
록사느의 발코니 밖이다. 시라노가 나타나 록사느에게 크리스티앙이 오고 있다고 전한다. 록사느는 크리스티앙이 발코니 밖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은 말솜씨도 좋지 않고 노래도 잘 부르지 못하는 입장이다. 시라노가 크리스티앙을 위해 숨어서 대신 세레나데를 부르기로 한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시라노가 크리스티앙을 대신하여 부드러운 음성으로 감동적인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록사느는 그만 크리스티앙의 사랑의 고백에 마음을 빼앗긴다. 크리스티앙이 발코니를 기어 올라가서 록사느와 포옹한다.
시라노(도밍고)
[제3막] 스페인 병사들이 아라스(Arras)의 밖 들판에 막사를 치고 아라스를 포위했다. 고단한 병사들은 잠들어 있다. 시라노가 어느새 적진을 가로질러서 나타난다. 시라노는 자기가 쓴 크리스티앙의 연애편지를 록사느에게 전하기 위해 적진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밤이나 낮이나 분주하다. 록사느와 크리스티앙은 이미 결혼하여 부부가 되어있다. 크리스티앙은 수비대와 함께 적병들을 막기 위해 전선에 나와 있다. 병사들이 깨어난다. 병사들은 제대로 먹지 못한듯 기운들이 없다. 시라노는 어떤 목동을 불러 가스콘 지방의 노래를 부르도록 한다. 시라노는 병사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배고픔이 아니라 고향의 노래라고 말한다. 드 귀셰가 들어와서 스페인군이 공격을 시작했다고 전한다. 크리스티앙은 막강한 스페인군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죽을 것으로 생각한다. 크리스티앙은 록사느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내고자 한다. 시라노가 이미 편지를 써놓았다고 말한다. 크리스티앙은 시라노가 쓴 편지를 읽어보겠다고 주장한다. 크리스티앙은 시라노가 쓴 편지에서 눈물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전쟁터를 찾아온 록사느
마차가 한대 도착한다. 록사느가 타고 있다. 록사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적군의 포화를 뚫고 용감하게 성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록사느는 최후의 결전이 임박한 것을 알게 된다. 록사느는 사랑하는 크리스티앙을 남겨 두고 탈출하는 것을 거부한다. 록사느는 크리스티앙과 단 둘이서 있게 되자 전에는 크리스티앙의 아름다운 용모를 보고 사랑을 느꼈으나 지금은 그가 보낸 편지들을 보고 영혼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크리스티앙은 록사느의 그 말에 일종의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크리스티앙은 실은 자기의 친구가 편지를 대신 썼다고 털어 놓는다. 그러자 록사느는 그가 감동한 것은 지금까지 자기가 받은 편지의 내용이라고 하면서 용모는 사랑에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말한다. 크리스티앙은 시라노에게 록사느로 하여금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한다. 시라노가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반대한다. 크리스티앙은 그대로 적군과의 전투를 위해 뛰쳐 나간다. 잠시후 병사들이 크리스티앙의 시신을 메고 들어온다. 시라노는 친구 크리스티앙의 죽음을 애통해 한다. 슬픔에 젖은 록사느는 크리스티앙의 주머니에서 자기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를 읽은 록사느는 너무나 감동하여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결심을 한다. 록사느는 병사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전투가 한창인 곳으로 뛰어 들어간다.
록사느(나탈리 만프리노)와 시라노(로베르토 알라냐)
[제4막] 그로부터 15년이 흐른다. 록사느는 어느 수녀원에서 지내고 있다. 시라노는 15년을 한결같이 매년 한번씩 록사느를 찾아와 안부를 전하고 소식을 얘기해 준다. 그러나 15년째 되는 해에는 어쩐 일인지 늦는다. 르브레는 록사느에게 시라노가 다른 사람들을 점점 더 신랄하게 조롱하고 독설을 퍼 붓는 바람에 더 많은 적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을 전한다. 얼마후 시라노가 찾아온다. 얼굴이 창백하다. 모자는 눈섶까지 깊숙히 눌러 썼다. 어떤 알지 못하는 사람이 찾아왔기에 그를 만나느라고 어쩔수 없이 늦었다며 사과한다. 시라노는 여러 새로운 소식을 얘기하여 록사느를 즐겁게 만든다. 그러나 록사느는 시라노가 예년과는 달리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자 놀란다. 록사느가 시라노에게 어디 불편하냐고 묻자 시라노는 예전에 전쟁터에서 얻은 상처가 낫지 않아서 그럴 뿐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시라노는 록사느에게 크리스티앙의 시신에서 발견한 마지막 편지를 보여준다고 약속했으므로 보여달라고 간청한다. 록사느가 옛일을 기억하고 그 편지를 시라노에게 보여준다.
록사느(아인호아 아르테타)와 시라노(플라치도 도밍고)
시라노가 편지를 읽는다. 그러자 록사느는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목소리가 다름 아닌 그 옛날 발코니의 어둠 속에서 자기에게 사랑의 시를 읊어주던 목소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료들이 시라노를 데리러 온다. 시라노는 록사느에게 이제 자기는 적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암살당할 것이라며 마치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것처럼 얘기한다. 사실상 시라노는 거의 죽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록사느를 보고 싶어서 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수녀원을 찾아온 것이다. 시라노의 진정한 마음을 그제야 알아차린 록사느는 시라노에게 제발 죽지 말아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면서 비로소 시라노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시라노는 자기를 찾아왔던 어떤 사람은 바로 죽음이라고 말하며 이제 록사느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으므로 여한이 없다고 말한다. 시라노는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다.
'베르즈락의 시라노'영화 포스터. 시라노역은 제라르 드빠르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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