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보이스(The Sound of a Voice) - 음성의 소리
Philip Glass(필립 글라스)의 듀오 오페라
필립 글라스(1937-)
일본과 관련된 세계적인 오페라로는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 푸치니의 '나비부인'(Madama Butterfly)이 단연이다. 그런데 그외에도 소소하게 여러 오페라가 있다. 요코하마를 배경으로 한 한스 베르너 헨체(Hans Werner Henze)의 '배반의 바다'(Das verratene Meer: The Betrayed Sea)가 있고 지역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길버트-설리반의 '미카도'(Mikado)가 있다. 그리고 일본의 미키 미노루가 작곡한 '겐지 모노카타리'(源氏物語)도 미국에서 관심을 끈 오페라이다. 그런데 얼마전에는 20세기 현대음악의 기수라고 하는 필립 글라스(Philip Glass: 1937-)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사운드 오브 보이스'(The Sound of a Voice: 음성의 소리)라는 오페라를 내놓아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사운드 오브 보이스'는 중국계통의 미국 극작가로서 로스안젤레스 출신인 데이빗 헨리 황(David Henry Hwang: 黃哲倫: 1957-)이 1983년에 내놓은 희곡을 바탕으로 작가 자신이 대본을 쓴 오페라이다. 이 오페라는 실제로 두 편의 짧은 오페라가 복합된 것이다. '사운드 오브 보이스'와 '호텔 오브 드림스'(꿈의 호텔)이다. 그렇지만 오페라의 타이틀은 '사운드 오브 보이스'로 단일화했다. '사운드 오브 보이스'는 2003년 5월 24일 매사추세츠주 캠브릿지에 있는 어메리칸 레퍼토리 극장(American Repertory Theater: ART)에서 초연되었다. 1980년에 오픈한 어메리칸 레퍼토리극장은 주로 새로운 미국의 연극, 실험적인 음악극장(Music theater: 노래, 춤, 대사가 복합된 공연예술의 한 장르), 과거에 관심을 끌지 못했던 작품들을 공연하는 무대이다. 필립 글라스의 '사운드 오브 보이스'는 이 극장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작품이다.
늙은 사무라이와 마녀와 같은 신비한 여인이 꽃꽂이를 하고 있다.
'사운드 오브 보이스'는 이른바 듀오 오페라(Duo opera)이다. 출연진이 메조소프라노와 바리톤의 두 명뿐이다. 악기의 구성은 동양적인 타악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플륫과 첼로가 있지만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대신 중국의 비파와 일본의 샤쿠하치(尺八: 대금과 같은 피리)을 사용하여 서구적인 스코어에 조화를 주었다. 이밖에도 트라이앵글, 카스타넷, 톰 톰, 탬버린, 탐탐, 마라카스, 벨 클로스터, 우드 블록, 핑거 심발, 윈드 차임, 덤벡, 앤빌(쇠를 두드릴때 쓰는 모루), 타르(해금과 같은 인도 악기), 매달은 심발, 메탈 스크레이퍼(금속을 긁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 트라이앵글 카스타넷, 글로켄슈필(종악기) 등이 동양적인 음향을 창조토록 하고 있다. 필립 글라스는 데이빗 헨리 황의 스토리에 동양과 서양의 악기를 공동으로 적용하였다.
사무라이가 여인과 검술을 연습하고 있다.
'사운드 오브 보이스'는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친밀하게 지내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첫번째 파트에서는 나이 많은 일본의 사무라이가 숲속 깊숙한 곳에서 은자처럼 지내고 있는 어떤 신비의 여인의 집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늙은 사무라이는 혹시 이 여인과 함께 살려고 온 것인가, 아니면 암살하기 위해 온 것인가? 그 여인은 그를 사랑할 생각이 있는가, 아니면 그를 마치 그 여인이 기르고 있는 꽃들 처럼 영원히 포로로 잡아 둘 생각인가? 두 사람에게 있어서 사랑의 전투는 치명적인 시합이나 마찬가지이다. 영웅과 겁장이를 구별하는 것이며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것이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어떤 나이 많은 일본의 작가가 신비한 유곽을 찾아가는 것이다. 유곽에서는 거의 죽어가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젊음을 안겨주는 서비스를 한다. 노작가는 유곽을 찾아가는 것을 처음에는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계속 다니게 되자 이제는 일상적인 일이 된다. 결국 노작가는 그의 꿈과 환상을 유곽의 늙은 마담에게서 찾는다. 그리하여 섹스와 사랑을 초월하여 그와 함께 영원한 여행을 떠난다.
여인(Susan Hanson)과 사무라이(Herbert Perry)
'사운드 오브 보이스'는 숲속에 은둔하여 살고 있는 여인이 점차 마녀라는 인상을 준다. 그를 죽이기 위해 파견된 사무라이는 그 여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자기의 본분을 망각한다. 사무라이는 그 여인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 여인이 정성들여 기르고 있는 꽃나무의 꽃닢들이 과거에 이곳을 찾아왔던 사람들의 음성인 것을 알게된다. 꽃닢에 담겨 있는 음성들만이 과거에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왔었다는 유일한 증거이다. 사무라이를 맡은 바리톤의 음성은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으며 아울러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었는지를 암시해 주고 있다. 인간의 음성을 가두어 두는일, 이번에는 사무라이에게 그같은 일이 일어난다.
공간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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