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에서의 살인(Assassinio nella cattedrale)
Ildebrando Pizzetti(일데브란도 피체티)의 역사 오페라
일데브란도 피체티(1880-1968)
'대성당에서의 살인'(Assassinio nella cattedrale: Murder in the Cathedral)은 이탈리아의 작곡가 일데브란도 피체티(Ildebrando Pizzetti: 1880-1968)의 인터메쪼(간주곡)가 있는 2막 오페라이다. 영국의 위대한 시인인 T.S. 엘리엇(Thomas Sterns Eliot: 1888-1965)의 희곡 Murder in the Cathedral(대성당에서의 살인)을 기본으로 작곡자 자신이 대본을 썼다. '대성당에서의 살인'은 1958년 3월 1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되었다. 이어 이듬해에는 캐나다의 몬트리얼 페스티벌에서 다시 공연되었다.
네명의 신부들이 베켓을 대신하여 신도들에게 교회의 권세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20세기 음악사에 있어서 일데브란도 피체티라는 이름은 그의 위대한 작품성에 비하여 이상하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같은 사실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오토리노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와 다를 바가 없다. 레스피기도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하였으나 나중에 재인식되었던 작곡가이다. 일데브란도 피체티는 지안 프란체스코 말리피에로(Gian Francesco Malipiero)와 카셀라(Casella)와 함께 이른바 '80년대 세대'(La generazione dell'Ottanta: Generation of the 1880s)라고 불렸다. 이들은 그 이전의 몇십년동안 이탈리아 음악이 로시니, 도니체티, 베르디 등에 의한 오페라 일변도였던 것에서 탈피하여 비오페라적인 이탈리아의 전통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했던 집단이다. 이 그룹의 리더가 바로 일데브란도 피체티였다. 그런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체티의 이름을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이름을 알린 작품은 1958년도의 오페라 '대성당에서의 살인'이었다.
토마스 베켓이 순교를 생각하고 있다.
'대성당에서의 살인'은 1170년 캔터베리대성당에서 대주교인 토마스 베켓(Thomas Becket: 1118-1170)을 암살한 내용을 그린 것이다. 토마스 베켓은 '캔터베리의 성토마스'(St Thomas of Cantebury) 또는 '런던의 토마스'(Thomas of London)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신망을 받고 있던 교회의 지도자였다. T.S. 엘리엇의 운문드라마(Verse drama)인 '대성당에서의 살인'은 당시의 사건을 직접 목격한 대성당의 서기인 에드워드 그림(Edward Grim)이 기록으로 남겨 놓은 것을 충실히 참작한 것으로 1935년에 처음 연극으로 공연되었다. 엘리엇의 극본은 중부유럽에서 파치슴이 서서히 고개를 들던 시기에 써진 것으로 무력한 개인이 권세를 가진 당국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즉, 이 작품은 나치 정권이 기독교 교회를 타도하려는 음모에 저항코자 하는 내용을 표현한 것이다. 엘리엇이 이 극본을 쓸 때에 제작자는 너무 과격한 내용이 있어서 당국으로부터 핍박을 받을 것 같아 삭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엘리엇은 삭제한 부분을 그의 시 '번트 노턴'(Burnt Norton)에 변형하여 사용하였다.
토마스 베켓 대주교의 암살장면을 그린 그림
오페라 '대성당에서의 살인'의 등장인물들은 오히려 단순하다. 토마스 베켓(B), 전령(Herald: T), 첫번째 유혹자(T), 두번째 유혹자(B), 세번째 유혹자(B), 네번째 유혹자(B), 첫번째 신부(T), 두번째 신부(Bar), 세번번째 신부(B), 첫번째 기사(T), 두번째 기사(B), 세번째 기사(B), 네번째 기사(B), 첫번째 코리페이(Coryphee: 발레리나: S), 두번째 코리페이(MS)이다. 1958년의 초연에서는 토마스 베켓의 이미지를 베이스 니콜라 로씨 레메니(Nicola Rossi-Lemeni)가 창조하였으며 유명한 소프라노 레일라 겐서(Leyla Gencer)는 첫번째 코리페이라는 단역을 맡았다. 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여성은 별로 중요한 역할이 아닌 두명의 발레리나뿐이다.
토마스 베켓과 대중들
사건은 1170년도 저물어 가는 12월 2일부터 29일 사이에 일어났다. 캔터베리 대주교인 토마스 베켓이 순교한, 즉 살해 당한 사건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1170년은 고려 의종 시대로서 상장군 정중부와 이의방이 이른바 '경인의 난' 또는 '무신의 난'을 일으킨 해가 된다. '대성당에서의 살인'은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파트 1은 1170년 12월 2일 대주교 집무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었다. 베켓은 헨리2세와의 갈등을 피하여 프랑스에서 7년을 보냈다. 사건은 베켓이 프랑스로부터 돌아온 직후에 일어났다. 오페라는 합창으로 시작한다. 마치 다음에 일어날 폭력적인 사건을 예견이라도 하는 듯한 합창이다. 합창은 이 오페라의 관건이다. 사람 음성의 변화와 발전으로서 관중과 출연진과의 연계를 모색한다. 그리스 드라마와 같은 경우이다. 세명의 신부는 베켓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리고 교회의 일시적인 권세를 대신한다. 잠시후 베켓의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베켓은 자기의 순교를 즉각적으로 인지한다. 그는 순교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베켓을 유혹하는 자들이 도착한다. 그중에서 셋은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유혹받는 역할과 같다. 유혹이 있을 때마다 베켓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이를 대적한다.
토마스 베켓의 캔터베리 대주교 서임식 조각
첫번째 유혹자는 베켓의 신체적인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두번째 유혹자는 왕을 섬기면 부와 명성을 보장받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세번째 유혹자는 귀족들과의 연맹을 제시하며 왕에게 반항할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한다. 네번째 유혹자는 순교의 영광을 추구하라고 강조한다. 베켓은 특히 네번째 유혹에 대하여 영광을 전제로 한 순교는 비도덕적인 것임을 강조하여 대답한다. 오페라의 첫번째 파트는 이같은 유혹과 응답으로서 구성된다.
프랑크푸르트오페라극장에서의 새로운 감각에 의한 연출. 베켓을 살해하는 장면
첫번째 파트와 두번째 파트 사이에 이루어지는 막간극은 1170년 크리스마스 아침에 베켓이 행한 설교의 말씀이 중심을 이룬다. 베켓은 크리스마스가 애도와 기쁨을 모두 지닌 대조적인 날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기독자들의 순교를 위한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베켓은 '여러분 모두도 순교의 기회를 가질수 있다'면서 설교를 마무리한다. 베켓의 설교는 그의 마음의 평화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베켓은 닥쳐올 순교를 성자가 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모두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인다.
베켓이 크리스마스의 아침에 설교를 통하여 순교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을 얘기하고 있다.
두번째 파트는 1170년 12월 29일 대성당의 대주교 집무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었다. 네명의 기사가 왕(헨리 주니어)의 급한 용무를 전하기 위해 도착한다. 토마스 베켓은 한때 헨리 주니어의 부왕인 헨리2세의 치하에서 대법관(Lord Chancellor)를 지낸바 있다. 기사들은 헨리 2세의 아들로서 새로 왕이 된 헨리 주니어가 베켓이 두렵다는 말을 듣고 이 말을 베켓을 죽이라는 뜻으로 해석하여 대성당을 찾아온 것이다. 기사들은 베켓을 보고 반역자라며 비난한다. 베켓은 왕에게 충성을 다했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비난을 하려면 만인 앞에서 공정하게 하라고 주장한다. 기사들이 베켓을 죽이려고 칼을 빼어 들 때에 신부들이 뛰어 들어와 기사들을 막는다. 그러면서 베켓에게 어서 피하라고 말하지만 베켓은 신부들의 말을 거절한다. 기사들이 일단 돌아간다. 베켓은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합창은 이러한 분규가 예견되었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잠시후 기사들이 다시 돌아와 결국은 베켓을 죽인다. 합창은 '공기를 깨끗게 하라, 하늘을 깨끗게 하라'면서 탄식하는 노래를 부른다. 합창은 계속하여 '땅이 더러워졌고 물이 더러워졌다. 짐승과 같은 자들이 피로 더렵혔기 때문이다'라고 노래 부른다. 오페라의 피날레는 기사들이 사람들 앞에서 자기들의 행동이 정당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으로 장식된다. 살인은 정당한 것이고 최선의 방책이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교회의 권세가 국가의 권세를 침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헨리 주니어의 기사들이 대성당의 대주교 집무실을 찾아와 대주교인 토마스 베켓을 살해코자 하고 있다.
'대성당에서의 살인'은 2011년 5월 5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리바이벌 되었고 이어 다른 도시에서도 공연되었다. 독일에서 영어 가사로 된 오페라를 관람한다는 것은 색다를 경험이었다. 독일에서는 오페라이건 연극이건 또는 영화이건 외국어로 된 것은 독일어로 바꾸어 공연하거나 상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성당에서의 살인'은 영어 대본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지휘자도 영국인이었고 주역을 맡은 성악가도 영국인이었다. '방랑하는 화란인'에서 화란인을 맡았고 '링 사이클'에서 보탄(Wotan)을 맡았던 유명한 베이스 존 톰린슨 경(Sir John Tomlinson)이 베켓의 역할을 맡았다.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은 존 톰린슨 경의 프랑크푸르트 데뷔로 인하여 흥분의 도가니였다. 유명한 제작자인 키스 워너(Keith Warner)가 새로운 감각으로 연출을 맡았다.
프랑크푸르트 공연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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