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Nana)
Manfred Gurlitt(만프레드 굴리트)의 4막 오페라
만프레드 굴리트(1890-1972)
'나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연주의 작가인 에밀 졸라(Émile François Zola: 1840-1902)의 20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 Les Rougon-Macquart(레 루공 마카르 총서)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가난한 여주인공 나나가 돈많은 남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여 방탕과 사치의 생활을 하다가 결국은 파멸의 길로 들어선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여주인공인 나나는 마치 알렉상드르 뒤마(아들)의 소설 '동백꽃을 단 여인'(La Dame aux camélias: The Lady of the Camellias)의 마르게리트 고티에(Marguerite Gautier)와 비슷한 운명이다. 에밀 졸라의 '나나'에서는 가난한 나나가 어떻게해서 사치와 방탕을 일삼는 고급창녀가 되었는지를 설명하지만 사실 나나도 처음부터 그런 생활을 원한 것은 아니며 다만 저항할수 없는 사회환경이 그를 그런 여자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동백꽃을 단 여인'은 나중에 오페라의 황제라고 하는 베르디가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타락한 여인)라는 불멸의 걸작으로 만들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마르게리트 고티에라는 이름은 오페라에서 발레리 비올레타(Valery Violeta)로 변경되었다. 독일의 작곡가 겸 지휘자로서 나치를 피하여 일본 토쿄로 가서 활동했던 만프레드 굴리트(Manfred Gurlitt: 1890-1972)는 에밀 졸라의 '나나'에 감동을 받아 대본가인 막스 브로드(Max Brod)의 도움으로 1933년, 베를린에서 오페라 '나나'를 완성했다. 그러나 나치에 의해 퇴폐작곡가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굴리트는 '나나'의 공연은 생각치도 못하고 나치를 피해 일본으로 갔다.
에밀 졸라. 소설 '나나'는 '루공 마카르 가족에 대한 이야기 전집에서 11번째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오페라 '나나'(Nana)는 2차 대전이 끝난지 한참 후인 1958년 4월 16일 독일 도르트문트 시립극장에서 세계 초연되었다. 당시 굴리트는 계속 일본에 거주하고 있었다. '나나'는 초연된 이후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비도덕적인 장면으로 외면을 받다가 2010년에 이르러 독일 에어푸르트(Erfurt)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에오푸르트극장에서 리바이벌 되어 관심을 끌었다. 1958년 도르트문트에서의 세계초연에서는 타이틀 롤을 소프라노 마리아 라콘(Maria Lacorn)이 맡았으며 2010년 4월 에어푸르트의 리바이벌에서는 그리스 출신의 소프라노 일리아 파판드레오(Ilia Papandreo)가 맡았다.
소프라노 마리아 라콘(좌)과 일리아 파판드레오
만프레드 굴리트는 어찌보면 불운의 작곡가이다. 그가 역작으로 완성한 보체크(Wozzeck)는 1926년에 초연되었지만 바로 몇달전에 알반 베르크가 같은 타이틀의 오페라를 내놓아서 베르크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이어 굴리트는 야콥 렌츠(Jakob Lenz)의 희곡 Die Soldaten(병사들)을 바탕으로 오페라를 작곡하였으나 이것도 1960년대에 베른트 알로이스 침머만(Bernd Alois Zimmermann)의 '병사들'에 가려져 숨도 크게 쉬지 못하였다. 에밀 졸라의 '나나'는 굴리트의 다음 프로젝트였다. 대본은 카프카의 자서전을 쓴 막스 브로드였다. 그나마 '나나'는 조금 사정이 나았다.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나나
굴리트가 '나나'를 작곡하고 있을 때 베르크는 그의 두번째 오페라인 '룰루'(Lulu)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나'와 '룰루'는 놀랄만큼 비슷한 점이 있다. 두 여인 모두 자기에게 유혹 당한 남자들을 철저하게 파멸시킨다. 다만, 두 오페라에서 차이가 있다면 굴리트의 음악이 보다 세련되었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나나'에서 대화적인 파싸지는 마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가볍고 명랑한 음악들은 프란츠 레하르의 '메리 위도우'를 생각케 한다.
뭇 남자들에게 능욕당하는 나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나나는 버라이어티극장에 들어간다. 파리 상류층의 일원이 되고자해서이다. 나나는 예쁜 얼굴과 매력으로 주위에 모여드는 남성들의 마음을 미혹한다. 나나는 부유한 한량들의 애인이 되어서 예전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사치생활을 한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나나는 사치스러운 방탕의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 들어서 있는 자기 자신을 보고 놀란다. 필립 위공 중위와 무파트 자작의 사이에서 사랑의 갈등을 빚어온 나나는 파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얼마후 나나는 병에 걸려 다시 파리로 돌아온다. 나나는 위공 중위가 자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나는 마침내 무파트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어떻게 보면 '라 트라비아타'의 스토리와 흡사하다.
나나의 죽음
오페라 '나나'의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나나는 소프라노이다. 무파트 백작(Graf Muffat de Benoville: 영웅테너), 필립 위공 중위(Leutnant Philippe Hugon: T), 그의 동생인 귀스타브(Gustav: B), 극장감독인 보르데나브(Bordenave: Bar), 오페라 코미디언인 퐁탕(Fontan)은 불칸(Vulkan)의 역할도 맡는다. 하녀인 조(Zoe)는 수브레트가 맡는다. 이밖에 슈아르(Chouard) 후작, 포마레(Pomare)의 역할도 함께 맡는 마담 트리콩(Madam Tricon), 제우스의 역할도 맡는 프란시스, 석탄장수의 역할도 맡는 저자, 저널리스트 3명은 신사 3명의 역할도 맡는다.
'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 > 추가로 읽는 366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73. 게타노 도니체티의 '파리시나' (0) | 2011.10.26 |
---|---|
272. 존 블로우의 '비너스와 아도니스' (0) | 2011.10.25 |
269. 호이버거의 '오페라무도회' (0) | 2011.10.19 |
268. 로시니의 '토르발도와 도를리스카' (0) | 2011.10.17 |
267. 마크 안소니 터니지의 '안나 니콜' (0) | 2011.10.15 |